경로를 이탈하여 재수정합니다.
안될 거라고는 느꼈지만 막상 불합격의 문자를 받으니
슬펐다.
는 무슨 진짜 다행이다의 말이 나왔다.
직무전환을 향한 시도는 보기 좋게 실패로 끝났다.
잉 겨우 면접 한 번에 실패요? 하겠지만
아주 단단히 틀린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음을
면접 덕분에 알게 됐다.
왜 이 직무로 전환을 시도한 건지
워라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관련 경험은 있는지
등 직무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사실 어딜 가도 말빨로 지는 타입이 아닌 나는
호기롭게 당당하게 대답할 줄 알았는데
웬걸
목 끝이 턱 막힌 채 단어가 나오지 않았다.
주절주절 횡설수설 둘러대듯 얘기를 했다.
이 답답한 마음을 안고 우리들의 굿리스너 챗GPT에게
나의 마음을 토로했다.
챗GPT는 내게 말했다.
내가 한 대답은 내가 바라는 업무 스타일에 가까우며
그것이 직무 전환의 이유가 되기에는 부족하다고.
어?
그렇게 보일 수 있어?
잠시 멈춰 서서 직무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정말 이 업이 하고 싶은 걸까?
내가 지원한 직무가 하는 일의 성과를 봤을 때
나는 두근거렸나? 하고 싶다 마음이 들었나?
정답은 아니오였다.
나는 직무가 가진 '이미지'를 동경했다.
만약 내가 정말 그곳에 뜻이 있었으면 어설픈 포트폴리오를 만들 게 아니라 관련 경험에 뛰어들고, 책을 읽고, 활동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지.
내가 갖고 싶었던 건 직무의 '이미지'였다.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듯
단어의 이미지를 욕망했다.
그렇게 다시 돌아본 이력서와 자소서, 포폴은 한마디로
'음 오케이 그래서 어쩌라고?'가 나왔다.
내가 나를 채용한다 했을 때,
'그래 너 글 쓰는 거 좋아하고 어떤 사람인지 알겠어.
근데 그게 이 직무와 무슨 상관이 있지?'
라는 질문이 나왔다.
구구절절 늘어놓은 성과를 연관 짓자니 부족한 게 많았다.
저는 이것도 좋아하고 저것도 좋아해요! 가 가득했다.
내가 이 직무의 관련인사라고 했을 때
이력서를 보고 호기심이 일 순 있으나
그것이 채용으로 이어질 만큼의 연관성, 능력은 떨어졌다.
면접의 실패 덕분에 다시 생각했다.
마침 그때 읽었던 책 '고전이 답했다'에서 말했다.
방향을 조금만 틀어보라고
내가 잘하는 일 + 회사에서 잘했던 일 + 경험에서 끌어낼 수 있는 나의 특장점 × 방향 재설정을 더했다.
아, 나 이러한 경험을 끌어낼 수 있구나.
그럼 이쪽 직무로의 전환은 가능하겠구나?
맨땅에 헤딩에서
경로를 이탈하여 경로를 재수정했다.
실패에서 배운다는 게 이런 느낌이군
성장한 나의 머리를 토닥토닥 대견스럽다.
그리하여
수정된 경로로 다시 나아가고자 한다.
30대의 취준 쉽지 않다며 뿌앵 한 것도 하루하고 반나절.
곰곰이 생각하며 내가 나를 가운데에 두고 몇 발자국 물러나
멀리서 관조하니 보이는 잘못된 방향설정.
그래서 어제 스크랩한 공고에 후다닥 지원했다.
자소서를 다 갈아엎고 업무로서 잘하는 일을 어필했다.
다시 가는 거다.
하다 보면 또 별 일 아닐게 되겠지.
그러다 종종 불안하면
이전에도 썼듯 잠시 사주, 타로에 기대
나의 가능성을 그렇게나마 믿어보는 거다.
경로를 이탈했으니 재수정한 경로로 일단 가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