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가 되어 취준, 면접을 대하는 태도
이게 얼마만의 면접이지.
꿈에서 날 안아주었던 할머니의 온기와 다르게
면접 당일 날 아침은 어쩐지 이상했다.
버스가 애매해서 일찍 가자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햇살이 따사로웠지만 바람이 지나치게 차가웠다.
터벅터벅 사당역으로 향하는 데
이어폰 너머로 안내방송이 희끗희끗 들려온다.
심드렁하게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내려가는데
사람들이 개찰구까지 줄 서 있다.
그것도 화요일 오전 10시에.
이게 무슨 일이야
들어보니 방배에서 열차 고장으로 지하철이 연착됐다는 것 같았다. 그 여파로 사람들이 밀릴 일이 없는 이 시간에 이렇게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몰려든 것이다.
어떻게든 비집고 서서 내 차례를 기다렸다.
전철을 4대쯤 보내고서야 내 차례가 왔다.
문득, 이렇게 도착하면 어중간하게 10분 정도가 남는데?
어디서 방황하기도 그렇고 카페가 기도 그런데
그냥 뻐기자의 마음으로 사당역 벤치에 앉아 기다렸다.
일부러 시간을 낭비하고 터벅터벅 회사로 향했다.
어리둥절하게 문을 열고 마주친 사람과 인사를 하고
'아 저 오늘 면접이요'하니까 자리를 안내해 주셨다.
핸드폰을 꺼내기도 뭣하고 괜히 주변을 둘러보며
추위에 언 손을 비볐다가 말았다가 머쓱해하다 보니
면접관이 들어왔다.
거의 4년 만에 다시 면접자의 자리에 섰다.
지원동기부터 직무전환의 이유, 성격의 장단점 등
여러 가지를 얘기했다.
20대의 나는 면접 때 좀 더 당당했던 것 같은데
어쩐지 30대의 나는 좀 더 단어를 숙고해서 고르는 이가 됐다.
20분이 좀 안된 채 면접이 끝났다.
오전 일찍 일어나 화장을 하고 슬랙스를 입고 추위에 달달 떨며 나온 게 3시간 전인데 20분 만에 끝났다.
오랜만에 서울에 나와 전 직장동료랑 밥을 먹었다.
나온 김에 해치운다며 내가 좋아하는 코끼리베이글 가서 베이글도 샀다. 수원으로 가는 기차에선 책도 읽었다.
자꾸 위축되고 작아지는 기분을 억지로 피며
애써 스스로를 위로하며 괜찮다 되새겼다.
그런데 마음은 그러지 않았나 보다.
혼자 화이트 포트와인 한 병과 트러플 감자칩 작은 걸 샀다.
평소라면 안 먹었을 인스턴트 음식을 먹고
혼자 감자칩을 까고 와인을 쪼르르 따랐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 있으시냐는 질문에
사실 직무전환하고 첫 면접이라 결과와 상관없이
면접까지 온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고 대답했다.
그건 자명한 사실이었으니까.
적어도 그 말을 해낸 건 잘한 일이었지만
자꾸만 작아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 한 번의 거절 혹은 보류가 영원한 거절, 보류가 아님을
알고 있다.
면접 내용을 바탕으로 자소서를 재수정하고
필요하다면 다시 방향키를 잡으면 된다.
그러나 자꾸 내 안에서 원인을 찾게 된다.
역시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나오는 게 맞았을까?
내가 직무전환을 너무 천진난만하게 바라봤나?
내가 준비한 게 사실 준비가 아니었던 걸까?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안 다했는데 돌아가야 할까?
지금이라도 단기알바든 주말알바를 찾아보며 구해야 하나?
나는 나름 이게 내 무기이고 장점이자 꾸준함이라 생각했는데 사실 사측 입장에선 어쩌라고인 걸까?
내가 너무 내 시야에 갇힌 채 준비한 걸까?
아무렇지 않은 척, 앞에선 잘 안된 것 같아 했지만
사실 아주 작아졌고 쪼그라들었으며 이내 납작해졌다.
계속 내가 너무 과대해석 하는 거라고, 그냥 아닌 건 아닌 거다라고 생각하려 해도 쉽지가 않았다.
30대의 면접과 취준은 또 다른 의미구나.
그래서 스스로에게 억지로라도 세뇌하듯 말했다.
Thank you, next
Thank you, next
Thank you, next
면접의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와 인연이 닿지 않는다면, 오케이 다음이요.
러닝머신을 세차게 달리며 생각했다.
안 될 수 있지, 한 번에 되는 게 오히려 지나치게 운이 좋은 거지. 그곳에 운을 쏟기보다 더 좋은 곳에 갈 수 있으니
거기에 운을 쏟아보길 기대하자.
안된다면 되게 하는 거지.
실수와 실패에서 배우는 것 아니겠어?
주눅 들지 말자.
멈추지만 않으면 도착한다잖아.
더디 가더라도 분명히 올바른 길을 찾게 될 테니
그러니까
이번 한 번으로 나머지 기회까지 처박아버리지 말자.
취준과 면접의 세계에서 가져야 하는 태도는
thank you ,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