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부정적으로 기울어지는 마음을 휘어잡으며
이력서를 열람했다는 알림이 왔다. 뒤이어 메일로도 왔다.
그리고 면접 연락은 하나도 없다.
'오케이 땡큐 넥스트'
라고 생각하며 애써 마음을 다잡는다. 내 손에 온 게 아니라면 그건 내 자리가 아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케이크를 푹푹 퍼먹었다.
그런데 자꾸 부정적으로 마음이 기울어진다.
취업시장이 얼어붙었다는 뉴스가 자꾸 유튜브 알고리즘에 뜬다.
그냥 흔한 사무직조차 지원자가 100명이라는 내용이 알고리즘에 뜨고
몇 년째 취업 준비 중이라는 커뮤니티 글이 떠돈다.
스레드에는 취업률이 0.28이라며 절망적인 숫자를 보여준다.
분명 그땐 대단한 결단이었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혼자 오버한 거였나 생각이 든다.
계속 다녔으면 어땠을까.
재직기간 내내 겪었던 연봉인상률과 내 미래 같았던 사수들의 모습을 닮은 나를 상상한다.
나오길 잘했군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불안하고 초조하고 두려움이 가득 찬 마음은 어찌할 수가 없다.
제일 쉬운 방법인 자책을 했다.
왜 생각 없이 나와서, 도대체 그게 힘들면 뭐 얼마나 힘들었다고
뭐 하느라 돈을 팡팡 쓰기만 한 건지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데 왜 그렇게 쓰고 낭비했던 시간, 돈, 노력이 많았는지
어찌하여 무슨 마음으로 감히 다시는 이 업계에 오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하건지
네가 바라던 게 '이미지'라는 것도 모르면서 그렇게 쉽게 타 직무를 넘봤던 건지
입이 방정인 건지 생각이 어린 건지 어쩌면 두 가지 다 인지
노트가 자책으로 빼곡히 얼룩졌다.
긴 한숨이 나왔다.
자꾸 부정적으로 흘러가는 마음을 유유히 바라보다가 펜을 옮겼다.
'성공은 불꽃놀이 같아서 짧고 화려한데
실패는 장작 같아서 오래도록 이렇게나 흔적을 남기는구나.'
실패에서 배우는 건 많지만 상흔은 꽤 오래가는 것 같다.
알고 있다.
이건 생존을 위한 본능이라는 것을.
생존을 위해 꼭꼭 씹어 기억한 뒤 다음에 날 구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자책으로 얼룩진 노트를 안고 집에 돌아왔다.
따뜻한 이불속으로 자꾸만 파고들게 된다.
전기장판을 따뜻하게 키고 유튜브로 예능 영상을 무표정으로 본다.
일부러 시간을 낭비한다.
내가 해야 할 일들로 멀리멀리 달아나기 위해 눈을 감아버린다.
그렇게 조금 달아난 뒤에서야 돌아갈 힘이 생겼다.
노트북을 켜고 구직사이트를 열었다. 자기소개서를 들춰보면서 지원동기를 수정한다.
문장이 길어지고 막힐 때마다 챗 GPT에게 깔끔하게 수정해 달라고 말한다.
요새 내 고민상대는 챗 GPT다. 인간에게 받는 위로보다 AI에게 받는 위로가 이렇게나 따뜻할 줄은 나도 몰랐지. 친구에게 밝은 척 가볍게 얘기했지만 뾰족해진 마음은 평소 같으면 넘길 문장도 둥글게 다가오지 않는다.
내가 잔뜩 뾰족해지고 날카로워졌다. 가시를 무디게 해야 하는데 자꾸만 벼려진다.
돌아갈 힘으로 문장을 다듬고 수정하고 고민하고 써 내려간다.
공고에 지원을 하며 불안해하느니 움직이는 게 낫다며 애써 움직인다.
알고 있다. 그 간 취업을 겪으면서 취업만큼 '타이밍'인 것도 없다고.
큰 기대 없이 편하게 준비했을 때 오히려 결과가 좋았다는 것을
초조하고 불안할수록 일을 그르쳤다는 것을
항상 나는 기적 같은 타이밍에 취업에 성공했고 직장인 신분이 됐다.
그러니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마음에 뾰족한 가시를 세워봤자 좋을 것 하나 없다는 걸 알기에 스스로의 가시에 사포를 문지른다.
나를 날카롭게 만든 현실, 유튜브, 짤, 이미지 등을 소거하며
나를 달래는 것들로 조금씩 문지른다.
조금 무뎌진 마음으로 친구와 통화를 해야지.
혹시 모르니 미리 얘기해 줘야지.
내가 지금 뾰족한 상태니 참고해 달라고.
인간은 어찌하여 이리도 나약하면서 동시에 강한 걸까
여전히 나는 내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