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해야지 어떡해

위버멘쉬의 정신으로

by 블레어

4번의 면접을 봤다.

대차게 망했던 첫 번째 면접

말하는 나와 본인이 생각하는 나에 대한 괴리가 있어 보였던 두 번째 면접

직무면접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인터뷰'같았던 세 번째 면접

'엥 나 왜 불렀지?' '얘 왜 왔지?'였던 네 번째 면접까지.


특히 세 번째 면접은 기대가 아주 큰 면접이었다.

오래 진행 됐고 분위기가 매우 좋았으며 이 회사에서 '나'라는 사람에 대한 궁금증을 바탕으로

알아가는 것 같다는 느낌이 아주 낭낭했다.

무엇보다 언제 출근 가능한지, 이력서 내 연봉에서 조정될 수 있다는 점 안내,

자세한 회사 비즈니스 안내, 면접 후 엘리베이터 앞까지 바래다주며 면접 결과 일정에 대한 안내까지!

이런데 제가 어떻게 안 설레겠어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니까

'결과가 어쨌든 정말 좋은 면접 경험이었다!'라고 생각하려 했지만

주변에서 그 정도면 '되는 거 아냐? 백퍼 될 거 같은데~'하는 말은

역시나 내 기대를 더 크게 부풀렸다.


면접 보고 온 화요일이 지나 금요일이 됐을 때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게 부풀렀다.

사측에선 다음 주까지 안내드리겠다고 했지만

그냥 이번 주 금요일까지가 혼자만의 마지노선이었으니까.


뭐 알다시피 될 거면 재빨리 되지 않겠어요?


거기다 목요일 면접은 정말이지 시간, 에너지, 돈 낭비의 끝판왕이었기에

나는 더더욱 실망하고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봄이 올 때쯤엔 일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는데

봄이 성큼 다가왔다. 날이 아주 많이 따뜻해졌고 사람들의 옷차림이 얇아졌다.

나의 소망 혹은 소원을 비웃듯 땅에 돋아난 잔디가 나무에 맺힌 벚꽃이

성큼 흐른 시간의 흐름을 보여줬다.


화요일 면접 후에는 그게 뭐라고 힘들어서 수요일에 누워있었고

목요일 면접 후에는 시간, 돈, 에너지 낭비의 현타에 금요일까지 마냥 누워있었다

금요일에 연락이 오지 않자 커진 실망과 절망은 허무를 가져왔고

그렇게 나는 토요일까지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돌려보거나 자거나 하면서

시간을 팡팡 소비하고 또 낭비했다.


읽고 쓰는 일 모두 내팽개친 채

일상을 소담하게 쌓아 올린 습관, 루틴들도 처박아버린 채

침대에 누워 유튜브로 계속해서 도망쳤다.


호르몬의 농간으로 평소보다 아주 많이 계속해서 먹었고

평소 잘 마시지도 않는 술을 사 혼자 방에서 홀짝홀짝 들이켰으며

핸드폰을 하다 질리면 잤고

그러다 눈을 뜨면 다시 핸드폰을 켰다.

하루에 2천 보도 걷지 않는 날이 연속해서 이어졌다.




그리고 한껏 도망치고 늘어지고 자빠지고 해야 할 일을 외면하다 보니

다시 돌아갈 힘이 생겼다.


마침 날이 갰고 미세먼지가 맑다.

가방에 주섬주섬 노트북을 챙기고 책과 일기장을 챙겼다.


실망과 절망이 가져온 정신적 허기가 자아낸 엉망진창의 하루를 돌아보며

'그래서 뭐 어쩔 건데'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도 해야지 않겠냐' 하는 답과 함께.


노트북을 열어 오늘이 마감일이 공고인 회사를 보며

그 회사 대신 여기 가면 좋겠다 생각을 하고

한 줄 한 줄 지원동기를 썼다.


이걸 다 쓰고 저것도 하고 이것도 해야지 생각하면서




나를 진창에 처박는 것도 나지만

동시에 나를 구원하는 것도 나다.


징징대지 말자고 다짐하고 부지런히 자소서를 쓰고 입사지원을 했다.

그 덕에 면접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면접에 다녀왔다'는 것만을 취하기엔 '짠 취뽀했습니다'가 아니므로

여전히 실망이 스미는 날이 있지만


그래도 어떡해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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