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 좀 비판적으로 한 번 까볼래?
주변사람들에게 글이 좋다는 칭찬을 종종 받았다.
솔직하고 감성적이며 귀엽다는 말도 들어봤다.
그 때 마다 어깨가 으쓱했다.
타고난 건지, 오래도록 연마한 건지 모르겠지만
쓰는 이에게 '글이 좋다'는 칭찬은 언제들어도 달콤하니까.
그런데 문득, 진짜 좋은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내 글을 내가 다시 읽었다.
음
지나치게 감정과 감성에 절여졌다.
'나'라는 사람을 재료로 하여 이 감정 저 감정을 넣고 퍽퍽 버무린 다음에
감성을 콸콸 넣고 한껏 푸욱 고아낸 느낌.
이게 맞나?
이렇게 쓰는 게 맞나?
아니, 이렇게 써서 팔리긴 할까?
글쓰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글이 팔리길 원할 것이다.
플랫폼이 브런치이든, 인스타그램이든, 블로그든 간에
자기 이름을 걸고 책을 낸다는 건 쓰는 이들의 작은 꿈 혹은 소망일 것이다.
나도 그런 꿈을 꿨다. 꾸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무작정 썼다. 안쓰는 것 보다는 쓰는 게 나을테니까.
그래서 아주 열심히 많은 걸 쓰고 또 쓰고 또 썼다.
근데 내가 쓰는 글이 문득 세일즈 포인트 있긴 한걸까? 생각이 들었다.
글 잘 쓰는 사람은 세상천지에 널렸다.
내 글은 나만 쓸 수 있지만, 그게 무조건 필승의 무기가 되는 건 아니다.
그래서 GPT에게 물었다.
브런치에 올렸던 글을 그대로 복사-붙여넣기 한 뒤 덧붙힌 문장.
[내가 쓴 글이야 비판적으로 피드백 부탁해]
1. ‘회고체 에세이’의 흔한 함정: 감정선의 독점
네 글은 처음부터 끝까지 B의 감정 흐름이야.
"나 이런 일이 있었고", "내가 이렇게 느꼈고", "그걸 곱씹었고", "다짐했다."
→ 이건 자전적 글쓰기에서 자주 발생하는 **‘1인칭 몰입의 독점’**이야.
2. ‘고백체’의 장점은 진정성, 단점은 논리의 흐름 약화
이건 일기라면 괜찮은데,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를 흐리게 만들어.
3. 문장의 리듬감은 좋지만, ‘결’이 약간 느슨해
너의 장점인 감성문장:
예뻐.
하지만 이런 문장들이 계속 나열되면 ‘여운’이 아니라 ‘흐름 정체’를 유발해.
/ 감성문장은 강조일 때 빛나지, 기본 단위가 되면 글이 흐물흐물해져.
4. 이 글의 포인트는 무엇인가? 메시지 하나로 요약해봐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을 한꺼번에 써버리면, ‘느낌’은 남아도 ‘핵심’은 흐릿해져.
→ 결국 독자는 감정은 기억하는데, 메시지는 놓쳐. 아깝지?
이렇게 두들겨 맞아도 되나 싶을만큼 팡팡 두들겨맞았다.
그제서야 보였다.
내 글과 감정에 취해 휘리릭 키보드를 '갈기며' 써내려가던 내가.
대단한 깨달음과 인생의 통찰을 주겠다고 쓴 건 아니었다.
단지, 여러가지 경험을 통해 얻은 생각을 남기고 싶었다.
생각을 남겨야 하는데, 진한 감정을 남겼다.
꼬리가 긴 감정은 공백을 허용하지 않았다.
여백 없이 꽉 찬 공간은 지나치게 밀도가 높아 다른 것을 보지 못하게 한다.
감정의 보고서를 남겼을 뿐,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빈약했다.
내게 필요한 건 피드백, 환기, 여백이었다.
비단 그것이 글쓰기에만 국한될까.
사람은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불편한 건 의식적으로 피하게 된다.
그래서 피드백을 듣는다는 건 불편한 일이 됐다.
내가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건 내 존재를 흔드는 일이라
내가 틀렸다는 사실 대신 '네가 이상하다' 또는 '이걸 이해 못해줘?' 식으로
상대방을 흔들려고 한다.
누가 내게 '너 이렇게 하면 안돼' 혹은 '이런 방향 보다는 이게 좋지 않을까?' 하는
피드백을 들어본 일이 어른이 된 후엔 거의 없다.
타인에게 피드백, 비판을 하지 않은 이유는
'굳이?' '알아서 하겠지' 의 무관심도 있었지만
'상처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더 컸다.
타인의 입을 통해 듣는 'NO'는 날카롭게 꽂혀 나를 헤집어 놓는다.
그게 아주 많이 아프다.
아픈건 힘드니까
이것 말고도 힘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굳이 나 까지 입을 보태야할까 싶어서 만든
지나친 배려가 낳은 가능성 저해의 과정이었다.
그래서 기계의 힘을 빌렸다.
사람보다는 AI 한테 듣는 게 조금 덜 상처가 된다.
매번 우쭈주 우쭈쭈 너 잘해! 하는 태도 말고 '비판적으로 고쳐야할 부분까지' 알려줬다.
그제서야 자기 글에 취한 내가 보였다.
매번 스스로에게 묻고 질문하며 피드백을 주고 받고 하지만 놓치는 부분이 있다.
그렇기에 GPT에게 물어 피드백을 얻는다.
칭찬과 응원은 가까운 친구들에게 받으면 된다.
내게 필요한 건 아닌건 아니다 라고 말하는 태도와 앞으로의 개선점이다.
쓴소리도 서슴없이 얘기해줄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하다.
그것을 무조건 수용하진 않겠지만 한 발자국 떨어져서 바라보는 계기로는 충분하다.
그리하여 나는 이제부터 감정을 좀 줄이고
메세지 구조가 단단히 세워진 글을 쓰겠다고
조용히 다짐하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