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은 나답지 않았지.
5번째 면접 역시 불합격을 받고 안 될 것 같더라~ 라는 말로 퉁치려고 해도
어쩐지 서러운 이 마음.
전 직장 동료 언니를 붙잡고 이런 저런 하소연을 하다가
면접 얘기가 나왔다.
내 얘기를 전해들은 다른 분이 혹시 너무 'FM'처럼 본 거 아니냐고 그랬다.
건방과 자신감 사이여야 좋은 것 같다는 말과 함께.
그 분은 모든 면접에 다 붙었다는데
나는 모든 면접에서 다 떨어졌다.
쓸모를 증명하는 자리에서 쓸모 없음을 낙인 받은 기분
'4월까지 안되면 그냥 오만데 아무데나 들어갈거야 몰라 나 안해!!!!!!'
잔뜩 투정부리고서는 어쨌든 도움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찬찬히 곱씹었다.
모든 면접에서 나는 예스맨이였다.
야근도 괜찮고 워라밸이 박살나도 괜찮고 주말근무도 괜찮고
그러니까 면접관이 좋아라 할 것 같은 답변들만 쏙쏙 골라서
마치 그게 정석인 것 마냥
지나치게 간절해서 자아를 버리고 선택한 수동형의 삶.
FM같았던 모습에 ,잔뜩 힘을 준 채 자기의지라고 없는 사람처럼 보여서
이렇게 된 게 아닐까.
워라밸? 중요하다.
나 퇴근하고 사브작사브작 이것 저것 하느라 꽤 바쁜 사람이니까
퇴근 후 종종 친구들도 만나야 하고 반차내고 뮤지컬도 보러 가야한다.
콘서트날짜가 겹치는 날엔 콘서트도 가야해
내가 날 다루기 위해서라도 워라밸은 중요하다.
야근은 필요하면 하겠지만 불필요한 야근은 지양한다.
내 일이 덜끝나서 마무리가 안되서 하는거라면 해야지. 필요하니까.
직장과 직장 사이의 공백기.
방황했다. 이 일이 진짜 나한테 맞는지 모르겠으니까.
어영부영 들어선 길에 쌓여가는 경력과 공백기.
먹고사니즘은 중요한 문제였으니까.
지나치게 솔직할 필요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모든걸 다 맞춰줄 필요도 없었나보다.
다 맞춰줘야만 된다고 생각했다.
회사가 바라는 대로
회사가 원하는 대로
회사 사이트에 쓰여진 인재상 대로.
알고있다.
그대로 나는 충분히 행할 사람이라는 걸.
그리고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지쳐 떨어져 나갈 사람이라는 것도.
그들이 염려한 건 내가 지쳐 떨어져 나갈 수 있겠다 였을까
아니면
뭔가 아리까리하다 아리송하다의 느낌이었을까.
가서 널 보여주고와 ! 라는 친구들의 응원을 받았지만
제대로 나를 보여준 건
몇 번이나 됐을까.
첫 번째 면접에서 지나치게 솔직하게 털어놓은게 후회됐다.
아 그 얘긴 하지 말 걸
그렇게 표현하지 말 걸
아쉬움이 금기를 낳았고 금기는 상실을 초래했다.
그렇게 힘 좀 빼고 살아야지 해놓고
잔뜩 힘을 주고 어깨를 긴장시킨 채
나인데 내가 아닌 것 처럼
그 부자연스러움이 어쩌면 가장 큰 원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건 말빨도 임기응변도 처세술도 화술과도 관련없는
그저
너무 잘 보이고 싶었던 나머지 잔뜩 꾸며낸 허울과 허수와 허상
그걸 5회차 만에 알았다.
대학교 신입생 시절 선배 언니들이 그랬다.
"솜아 다 포기하면 그 때 연애 할 수 있어."
"에에? 다 포기하면요?"
"응 진짜야. 막 연애하고 싶어 하잖아? 그럼 오히려 못해."
그리고 정말 집착하지 않고 내 삶에 충실했을 때
마음을 편히먹고 사람들을 대했을 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줬을 때
그 때 더 많은 관계를 확장했고 요란법썩했으나 꽤 달달했던 계절을 보냈다.
언니들의 말은 집착하지말고 힘주지 말란 뜻이었다.
너를 그대로 드러내고 편안하게 있어야 한다는 것.
그건 소개팅에서도 마찬가지였으니까.
잘보이려고 하면 할수록 어색하고 실수투성이인 반면
편한마음으로 나가야 안 될 일도 되는 것 아니겠는가.
나는 잘 보이고 싶었다.
그게 틀렸다는 건 아니다.
잘 보이고 싶어서 힘을 잔뜩 주고 상대가 좋아할만한 대답만 골라 했다.
정작 상대가 어떤 나를 보고싶어하는지는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잘 보이는 게 중요했으니까.
충성하고 온순하고 순응하는 나.
어설프게 부풀리고 과장하는 나.
입에 붙지 않아 어색하면서도 아닌 척 해보는 나.
나는 그걸 겸손이라 여긴 것 같다.
나는 그걸 최적이라고 여겼다.
겸손이 아니라 수동적인 모습이었는데.
어리석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몰랐으니까.
그냥 잘보이고 싶은 마음에 중요한 걸 놓친것 뿐이니까.
이제라도 알았으니 됐다.
매번 이렇게 회고하고 곱씹고 질문하고 생각하고 쓰고 그렇게 알아가는 것 만으로도
다시 한 발자국 뗄 수 있을테니까.
그러니까 다시
힘 좀 빼고
숨을 크게 쉬고
어깨에 힘을 풀고
잘 보이려고 애쓰지 말고
있는 그대로
자신감있게
자신있게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