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가사가 주는 위로가 있지

그땐 그게 정답이었어.

by 블레어

2021년 6월 28일 입사

2024년 7월 12일 퇴사

2025년 2월 7일 구직 시작

2025년 5월 16일 기준

60군데 지원 / 10회 면접 / 합격 0회


경력직 , 취준생 또는 '쉬었음 인구'로 대표되는 나의 수치적 성과다.



오전 10시 면접을 앞두고 7시 반에 일어나 머리를 벅벅 감았다.

클로드와 GPT의 도움을 받아 지원동기, 입사 후 포부, 강점 등을 말할 내용을 준비했다.


9시 58분, 벌써 대기하고 있는 면접관이 보였고

어색한 인사와 함께 면접이 시작됐다.


10번째 면접이었다.



누군가는 요즘 세상에 그정도 면접 본거면 대단하다고 하겠지만

계속 과정중에 머물러 있다는 건 꽤나 힘들고 버거운 일이다.


내가 그렇게 못미덥나?

서울사는 게 스펙인 세상에서 경기도에 사는 게, 출퇴근이 길다는 게 그렇게나 못마땅하고 못미더울 일인가? 아니 내가 괜찮다는데? 실제로 아무렇지 않게 이전 직장도 그 전 직장도 잘 다녔는데?

나도 모르게 이 업계에서 나 영영 퇴출당한건가? 내가 뭐라고 ? ㅠ

(그럴만한 일을 벌이지도 않았고 난 그럴 깜냥의 사람이 되지도 않는다)

공백기에 그냥 좀 쉬면 안되는건가?

공백기에도 끊임없이 증명해야하나?

사람 인생이 뭐 풀리지 않는 수학문제고 풀어야 할 과학문제야? 증명을 요구하게?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나중가서는

이 업계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염불외던 걸 우주와 세계가 들어서

'니가 안온다매' 하면서 입구컷을 시키는건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어느정도 가면을 쓰고 ~척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나는 그게 꽤 어렵고 잘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거짓을 말하는 게 너무나도 불편하고 어려우며 목 끝에서 말이 툭 걸린다.


어쩌면 지나치게 솔직해서, 현실적이어서 잘 되지 않을수도

나름의 진중함이 그들에겐 소극적으로 어필될수도

커리어 점프, 다양한 직무 경험을 얘기해놓고 비슷한 직무, 정규직이 아닌 파견직-계약직 지원이

앞 뒤가 맞지 않아 그런 것일수도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정작 당사자인 나는 그 이유를 모른다는 게

답답했다.



우울했다. 답답했고.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자책의 화살을 던졌다.

소란한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무작정 다이어리를 꺼내들고 유튜브를 서칭하다가 예전에 한창 들었던 윤하 노래가 알고리즘에 떴다.


홀린듯이 노래를 재생했고

가사를 곱씹다 나는 천천히 가사를 다이어리에 따라쓰기 시작했다.



세상의 기쁨을 죄다 누린 것 같은 기분이었지

한켠에 피어나던 불안함과 싸워 이기면서도

어디까지 멀리 날아오르고 싶었던 걸까

그땐 그게 정답이었어

< 윤하 - 포인트 니모 中 >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어
다만 오해와 미움의 고향 그곳은 어딜까
가만히 두드린 어깨 위로
차분히 피어난 안도의 숨이 느껴질 땐


별일 아닐 거라 했지?
반짝여 세상을 비춰
어기지 않은 약속
태양이 건네줬던 힘

< 윤하 - 태양물고기 中 >


천 번 넘어져도

천 번 일어날게

그런 나라도 끝내 기다릴

너란 걸 알아 버렸잖아

< 윤하 - 새녘바람 中 >


'그땐 그게 정답이었어.'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어 / 별일 아닐 거라 했지?'

'천 번 넘어져도 천 번 일어날게 그런 나라도 끝내 기다릴 너란 걸 알아 버렸잖아.'


내가 나에게 건네는 위로와 용기였다.

끝내 기다리고 일어날 너일테니 한껏 넘어져도 괜찮다고

지나고나면 '별일 아닐 것'이라고


작년 회사를 다녔을 때 나는

'한켠에 피어나던 불안함과 싸워 이기면서도 멀리까지 날아오르고 싶었던 마음'이었고

그로 인해 내린 퇴사가 내게는 '정답이었다'고.


웃기게도 그렇게 타인에게는 진정한 위로와 공감을 보내놓고

스스로에겐 그저 '그래도 해야지' '다 지나간다 ' '다 울었니? 그럼 할일을 하자'며

마음을 제대로 돌아보지 않았다.

스스로의 마음을 잘 돌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성실히 사는 것에 집착하며 '묵묵히 기다리면 된다'고 속임수를 썼을지도.


그때의 내가 내릴 수 있었던 가장 '최선의 선택'.

지나고 나면 '아 그때 그랬었지~' 하면서 웃으며 넘길 수 있을 '별 일'

천 번 넘어질때마다 천 번 일어서며 무릎을 탁탁 털었던 과정까지.


여전히 그 과정중에 있고

나는 여전히 내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이어간다.


불합격의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지나친 망상은 배제하고 꽤나 현실적으로 접근하며 다시 자소서를 수정하고 태도를 고친다.

그러다보면 또 어떤 '최선의 정답'을 얻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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