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조금만 더, 에서 멈춰
2월이다. 이번 주 수요일은 입춘이다.
봄의 입구에 들어선다.
그래서 마음이 들떴다. 혼탁했던 마음이 아주 조금씩 가라앉고 있었다. 맑음에 벅차 나는 또 여기저기 기웃댔다.
시작으로 월요일 퇴근 후 헬스장에 갔다.
유산소만 하고 가자는 마음으로 들어섰고
천국의 계단을 꾹꾹 눌러 탔다.
250kcal가 워치에 찍혔고 운동시간은 31분이었다.
31분은 애매하니까 40분 할까? 이대로 300을 채울까?
고민하다가 나는 정지버튼을 눌렀다.
조금만 더, 에서 한 걸음 나아가기보다
발걸음을 멈췄다.
들뜬 마음은 많은 것을 결심하게 한다.
내가 나를 조금만 갈아쓰면 닿을 수 있을 것 같은 계획들을
가득 채운다. 삶이 평온한 평일엔 잘 지키다가 금요일부터 무너진다. 사실 지쳤던 건지 알 수 없다. 보상심리일지도 모른다. 붕괴의 원인을 알지 못한 채 일요일 저녁엔 잔뜩 게을러진 내가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건 나를 고려하지 않고 세워버린 계획의 패착이었다. 성취감도 잠깐, 의무가 된 루틴은 금요일마다 스스로에게 자유의 왕관을 씌웠다.
제한 없는 자유는 달콤하고 날카로워서 반듯하게 쌓아 올린 것들을 사정없이 베어냈다.
그래서 멈췄다.
조금만 더 하면 닿을것 같은 어떤 이상을 향해 내달리다가 닿기도 전에 불타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삶이라는 긴 여정 속에 필요한 건 지속가능성이지
올인 후 소진이 아니기에
많은 걸 쥐고 싶었다.
스스로 부족하다 느끼는 만큼 하루빨리 채우고 싶었다.
비교가 일상이 된 세상이 지겨워서
나라는 존재를 아무도 모르는 어딘가로 도망가고 싶었다.
도망에도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긴 어딜 가, 생각하며 뚜벅뚜벅 출근을 했다.
한 번에 모든 걸 해낼 수 없다는 마음을 언제 인정할까
한 번에 하나씩, 테마를 정해 오로지 그것만 밀고 나가야 한다는 걸 언제쯤 받아들일까
머리로는 지겹도록 아는 문장들을 언제쯤 몸에 새길까
오늘 새긴 '조금만 더, 앞에서 멈춰'는 얼마나 오래갈까
문장이 남길 자국의 시간을 알 수 없지만
일단은 새겨보기라도 해야지.
무리하지 말아야지
스스로를 태우지 말아야지
조금만 더, 그 앞에서 멈춰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