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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추억쌓기 Nov 11. 2023

자폐 판정- 깊은 나락의 시작

빛은 사라지고, 끝없이 계속 떨어지는 긴 여정의 시작

2014년 1월 4일, 아지를 만났다.

2.6kg, 까만 마른나무 장작과 같은 모습으로 아지는 태어났다.

아기를 보러 오신 친정 엄마가 간호사가 조심스럽게 건네주는 수건을 받으면서 "간호사가 왜  수건을 소중하게 건네주지?" 생각하셨단다. 그 수건 안에 까맣고 마른 아지가 있었다.

제왕절개로 병원에 누워 있는 동안, 산후조리원에 들어가서도 그 까맣고 마른 장작과도 같은 작은 생명의 호흡이 붙어 있는지 코와 입에 귀를 갖다 대며 그 숨을 확인하고 확인했다.

3kg에서 고작 400g이 모자란 2.6kg 이렇게나 위태롭게 느껴지는데... 더 작게 태어나는 아이들과 부모들은 얼마나 큰 걱정과 고생을 할까... 작은 아지를 품에 안고나서야 그 둘레를 벗어나있는 생명들을 엄마들이 생각났었다.


"작게 낳아서 크게 키워라" 그 말이 정말 아지에게 딱이었다.

까맣고 마른 장작과도 같은 아지와 산후조리원에 들어갈 때만 해도 몸무게가 가장 하위였는데, 하루가 다르게 살이 붙고 사람의 꼴을 갖추어 나가게 되었다. 


그 이후로 집으로 돌아와 18개월 터울의 누나와 함께 아지를 종일 돌보며 바쁘면서도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중, 육아휴직 대체 근무자의 급작스러운 공백으로 다음 대체 인력을 구하지 못해 아쉽게도 일 년의 육아휴직을 다 채우지 못한 채 6개월 만에 다시 직장으로 돌아갔다. 솜사탕들은 아침엔 어린이집 등원, 오후에 하원해서 나와 알콩달콩 많은 추억 쌓고 안아주고 사랑을 듬뿍 주며, 다른 이들과 맞벌이 가족과 비슷하게, 다른 워킹맘들과 비슷한 평범한  돌아갔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 흘러 어느덧 아지가 3살 말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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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에 큰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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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에서 상담을 요청하셔서 퇴근 후 들렸는데, 우리 아지가 불러도 대답 없고 친구에게도 관심 없고 당연 선생님에게도 무관심하단다. 아이가 자폐인 것 같다며 이야기를 꺼내시는데, 그 자폐라는 단어에 눈물이 쉴 새 없이 흐르다가도 현실을 부정하고 선생님들이 잘못 보신 거라면서 여러 가지 감정의 물살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아이가 자폐 같다는 말을 듣는 순간의 감정은... 겪어 본 사람만이 아는 큰 충격이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아지 뒤에서 냄비로 소음 내고, 아지 이름을 온 가족이 불러보는데... 정말 뒤돌아보지 않는 아지...


아! 조금 늦고 순한 아이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구나... 

큰 아이도 정말 순한 아이라서 울지도 않고 보채지도 않고 정말 잘 자고 잘 놀고 잘 크고 있던 차라, 둘째도 저리 순둥이여서 나는 정말 복 받았나 보다 하며 룰루랄라 매일이 행복했는데... 내 아이가 순둥이가 아니라 자폐라니... 매일이 눈물바다였다... 자책... 후회... 원망... 한숨... 열정은 있었으나, 정말로 자폐에 무지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1년 열심히 센터 다니고 많이 놀아주고, 안아주면 나아지겠지, 더 많은 사랑을 주면 나아지겠지 하며 경주마처럼 달리고 또 달렸다. 퇴근 후 아이와 놀아주며 온 체력을 쏟았고, 나의 체력이 모두 소진되지 않은 채 하루를 끝내는 날에는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한 나를 엄마로서 자격이 없는 사람으로 채찍질했다.


그렇게 일 년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아지가 4살이 되면서 또다시 깊은 후회에 빠져들었다.

아이의 자폐적인 성향을 사라지지 않았고, 여러 가지 위험한 상황을 인지 못한 아이가 자주 그런 상황에 노출되면서 온 가족이 쉴 새 없이 아이에게 신경을 써야 하니 항상 피곤했고 잠이 부족했다.

특히나 3살 때 왜 휴직을 안 했을까... 하는 후회감이 엄마로서 깊은 실패감이 들게 하였다.


지금 나의 삶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아지를 만나기 전이 아니라 아지의 문제를 발견할 수 있던

그 타이밍을 놓쳤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 어린이집을 안 가려고 울며 뒤집어졌던 아침의 순간들, 그 시간으로 되돌아가고 싶다.


하지만 나는 출근을 해야 하고, 선생님들의 흔한 그 멘트 - 엄마 가고 나면 너무 잘해요. 다른 아이들 그렇듯

그리고 우리 첫째도 아무 문제 없이 함께 잘 다니고 있으니 무슨 문제가 있으랴, 마음은 아프지만 크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많은 순간. 타이밍들을 섬세하게 보고 지나치지 않았어야 했었다. 아지는 아들이니 딸과는 다르게 아지의 행동과 표정들을 예민하게 읽지 않았던 나를 매일 자책했다.

아들은 그렇게 키워도 되는 줄 알았다.




그리고 퇴소할 때 아이와 선생님 사이에 무엇이 문제였는지 어린이집 내에서 전반적인 아지의 상황들을 CCTV로 확인해 볼걸.. 그 찜찜함이 나를 지금도 괴롭게 한다. 선생님이 무서웠던가, 강압적이었던가, 수업이 싫거나, 밥이 영 입맛이 맞지 않거나, 그 전반적인 분위기가 싫거나, 그게 무엇이든지 간에 알아내려고 하지 않은 것이 지금까지 나에게 찜찜함으로 남아있다. 아이의 자폐적인 성향과 고집스러움 때문에 그리고 내가 알지 못하고 영영 알지 못한 내부의 사정들을 알지 못한 채 그렇게 쫓겨 나온 어린이집이 아직도 나에게 찜찜함으로 남아있다.


그 이후에 새로 입소한 어린이집. 하지만 여기에서도 아지 3살 졸업을 앞두고 직장 다니는 나를 불러

"점심 먹고 데려가세요"라는 말을 전했다. 5시에 끝나서 오는 엄마에게 점심 먹고 데려가라는 말은 결국엔 말만 안 했지 퇴소를 권유받은 셈이었다.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아이와 함께 외부 활동을 나갈 때마다 아이가 위험한 상황을 인지 못하고 자꾸 뛰쳐나가는 것을 자기가 잡고 있으면 사람들이 자신을 마치 아동 학대를 하는 것처럼 보게 되어 심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한계에 부딪치신다고 하셨다. 정말 죄송한 마음이 컸었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다는 마음을 전하고 그렇게 두 번째 어린이집에서도 나오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대기를 해두었던 장애통합 어린이집에 마침 자리가 나서 상담을 갔었다. 집에서도 매우 가까웠고, 선생님들의 인상도 너무 좋았으며 특히 자폐 아아의 성향을 알고 지원해 줄 수 있는 전담 선생님이 아이들을 사랑으로 돌보신다는 그 말씀이 참 감사하고 이런 곳이 집 가까운데 있는 것이 또 감사했다. 맛있는 점심에, 안전한 울타리가 있고, 오후에는 언어치료 선생님이 오셔서 수업까지 해준다고 하니 이곳만큼은 아이에게 안전하고 즐겁고 행복한 어린이집이 될 거라 믿고 맡기기고 하였다. 그리고는 상담을 끝내면서 그저 한마디 여쭈어보며 훈훈하게 마무리를 하고 싶었다. "저희 아이는 누워있는 걸 좋아하는데, 활동이나 수업이 시작되면 아이를 일으켜 세워서 수업에 참여할 수 있게 해 주시나요?" 물어보며, 당연히 장애아전담선생님께서 아이를 일으켜 세워서 수업에 참여시킬 거라는 답변을 듣고 밝게 웃으며 돌아 나온 참이었다. 그런데... 돌아온 답변은 "아이가 원하지 않으면 계속 쉬게 합니다. CCTV에서 선생님들과 행동을 녹화하기에 아이를 강압적으로 일으켜 세울 경우 아동폭력으로 오해의 소지를 남길 수 있으니 쉬게 합니다."였다. 고집 센 남자아이, 동일 연령대에 비해서 덩치가 산만한 남자아이, 눕는걸 무척이나 좋아하는 아지는 방치될 게 뻔한 상황이었다.


아이를 맡길 곳도 더 이상 없고 집도 가족들의 휴식처가 아니었으며 사태의 심각성은 날로 심해졌다. 집에서도, 어린이집에서도 아이는 항상 위험한 상황 속으로 스스로를 노출시켰고, 우리는 더 이상 뒤로 물러날 곳이 없는 상황이었다. 


밤이 되어도 쉽게 잠들지 못하고 새벽에 지쳐 잠들 때까지 벽이며 아빠의 가슴이며 엄마의 얼굴에 자신의 머리를 치는 아이. 눈을 뜨면 주변의 상황을 인지 못하고 눕거나 뛰어서 가족들과 선생님들을 곤란에 빠뜨리는 아이. 결국엔 어린이집을 두 번 쫓겨나고 한 번은 상담만 하고 되돌아 나오기도 했다. 무엇인가에 부딪혀서 피가 나고 붓는대도 자신의 몸에 대한 인지가 부족해 아픔을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 날이 덥다며 14층 창문을 열고 에어컨 실외기 위로 올라서서 천진난만하게 웃는 아이... 차마 말로 하지 못할 만한 위험하고 당황스럽고 곤혹스럽고 다 포기하고 싶을 만한 일들의 연속이 우리 집의 흔한 일상이고 풍경이었다.


그렇게 희망은 빛은 사라지고, 끝없이 계속 떨어지는 긴 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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