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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추억쌓기 Nov 10. 2023

엄마로서 실패했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혔을 때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렸던 시절

너와 함께 하는 일상은 항상 아찔하다

- 내 인생은 너를 만나기 전과 후로 나뉜다

- 내 인생의 주체가 다시 내가 되기 위한 너와의 여정




둘째 아지의 세 돌 이전의 기억이 또렷하지 않다. 


밴드에 올려놓은 사진이나 블로그에 포스팅한 것을 보니 우리 아지가 이럴 때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잘 기억나지 않는다.

2살 터울 누나 아깽이의 기억은 태어나서부터 모든 게 처음이라는 그 설렘으로 저장하고 모아두고 간직하고 다시 꺼내보는데 아지에 대한 또렷한 기억은 세 돌 전후로 나뉜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아지가 자폐 같다는 선생님의 말을 들었던 그 순간을 기준으로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 있다.


세 돌 이전, 자폐가 의심되던 그 시점 이전에 어렴풋하게나마 아지에 대해서 생각나는 기억들은 블로그 포스팅 속 아깽이 누나가 재밌는 활동들을 하면 그 옆에서 아지가 함께 활동하고 있는 사진들과 짧은 글들에서 유추해 내거나, 또는 아깽이 누나가 친구를 만나러 가는 등의 다양한 외부 활동을 하게 되면 엄마도, 아지도 함께 자연스레 함께 하면서 누나 위주의 일상들이 아지의 일상이 되는 나날들을 보냈다. 


다른 남매들처럼 누나와 함께 하는 일상들에서 아지도 함께였고, 언제까지나 이런 일상들이 평범하게 지속되고, 계속될 줄 알았는데... 둘째 아이가 자폐 진단을 받으면서 매일 평범하게 행복했던 일상들이 거품처럼 일순간 사라지고, 바닥이 없는 아래로 그저 곤두박질하며 떨어졌다.


세 돌 이후, 둘째 아이의 자폐 진단 이후로 또렷하게 생각나는 기억들과 기록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하는 질문을 수없이 던지며 그 원인을 나에게서 찾으며 자괴감에 빠져 허우적거리거나, 남편, 시댁, 주변인들에게서 그 원인을 찾아내려고 하면서 남편과 얼마나 싸웠는지 모른다. 너 탓이니 내 탓이니 결론도 나지 않는, 서로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들을 거침없이 쏟아내던 시기에는 나를 포함하여 모두를 미워하고 증오하기도 했다.


이때 무엇보다 가장 나를 힘들게 하였던 건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괴로워하며 여기저기 머리를 쿵쿵 부딪치고 굴러다니느라 바쁜 아지였다. 잠드는 방법조차 잊어버리고 밤새 지칠 때까지 굴러다니고 엄마의 배와 가슴과 얼굴에 자신의 머리를 비비거나 쿵쿵 부딪치는 아이를 붙잡느라 새벽까지 씨름하다 한순간의 방심으로 내 입술은 터지기 일쑤였다. 새벽이 되어서야 지쳐 잠드는 아이 때문에 잠을 충분히 못 자니 당연히 아침에 일어나는 것부터가 힘들고, 퇴근해서 되돌아와서는 아이를 다시 마주해야 하는 하는 그 기진맥진의 하루 일상들이 매일 반복되다 보니 잠은 부족하고 피곤하고 신경이 날카로워져, 결국엔 남편에게 화를 많이 내었고 이 때문에 우리는 더 많이 다투었다.


이때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잠을 좀 푹 자봤으면 좋겠다! 죽으면 다 해결될까?" 


직장에 출근하는 게 차라리 마음 편하고 쉴 수 있었던 때였다.


14년 1월생 아지가 세 돌이던 때 자폐 소견을 듣고서 엄마로서 최선을 다하였다. 언어치료와 감통을 시작하였고, 아깽이 위주로 돌아가던 일과들에서 아지에게 집중하는 시간들을 더 많이 내고, 둘만의 데이트 시간이 늘리며 정말 경주마처럼 아지를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아지에게 내게 주어진 시간을 모두 올인한다면 금방 달라지는 모습을 볼 줄 알았다. 스스로에게 희망고문을 매일 하였다. 내 몸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힘닿는대까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했고 주말에도 셋이서 가까운 곳에서부터 서울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외출하고 밤이 되어서야 들어왔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내 몸이 죽을 만큼 피곤하지 않으면 뭔가 아이들에게 덜 해준듯한 죄책감이 나를 덮고 있었다. 이 죄책감은 강박처럼 나를 사로잡아 아이들을 위해서 피곤해 죽을 만큼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면 엄마로서 실패한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하였다.


3살 자폐 소견을 내린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거부하고, 그 이후로 옮긴 어린이집에서조차 아이를 거부하면서 내 삶은 죽음 아니면 아이를 포기해야 하는 건가..라는 결론에까지 이르렀다.

작가의 이전글 프롤로그 - 너와 함께 하는 일상은 항상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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