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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솜씨 Sep 11. 2020

오늘 그곳의 나무를 그리며

100일 1일 글쓰기 / 그림과 생활

생태공원 근처에 있는 어느 도서관에서 <자연과학 그림책과 식물 드로잉>이라는 주제로 아이들 그림 수업을 하게 되었다. 서울숲 <산수화 : 산책하며 그리는 수채화>, 서울식물원 <드로잉 산책> 수업과 마찬가지로 도시의 숲과 공원을 걷고 식물을 관찰해 그리는 클래스다. 그리는 것보다 계절을 느끼고 자연을 충분히 만끽하는 것이 더 중요한 수업인데 코로나로 인해 공원 산책은 물론 대면 수업 자체가 어려워졌다.

(c)손솜씨

아쉽지만 도서관 사서 선생님과 촬영을 한 후 신청자들에게 송출하기로 하고, 아이들을 대신하여 도서관 앞 생태공원을 산책하고 식물을 그려보았다.

가을이라기엔 푸릇한 여름 색채가 곳곳에 남아있는 9월. 공원에는 시원하게 뻗어있는 느티나무, 어린 소나무, 비 온 뒤에도 건재한 연꽃, 버드나무, 이팝나무, 단풍나무, 들풀, 들꽃 등 셀 수 없이 많은 식물들이 성실히 자신의 오늘을 살아가고 있었다.

눈에는 자연을, 드로잉북에는 형과 색을 더해 계절을 담았다. 세 잎 클로버 사이에 작은 네 잎 클로버 하나를 그리며 이 영상을 보는 아이들이 자연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친구들과 함께 그림 그릴 수 있는 날을 소망했다.

비록 지금은 만날 수도 함께 그림을 그릴 수도 없지만,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하루하루 건강하게 그려내다 보면 알록달록 멋진 색을 품은 튼튼한 나무가 되어 서로를 만날 날이 올 것이다.


나무는 저마다 살기 알맞은 곳에 뿌리를 내린다. 높은 산꼭대기부터 바닷가 모래밭까지 어느 곳에서나 나무가 자란다.
<나무 나들이 도감> (이제호/손경희, 보리/2016)


‘나’라는 나무는 어디에서 자라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걸까? 오늘 그린 나무들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지금의 계절을 품고 자연스럽게 살아가듯, 나도 나의 자리에서 내가 그릴 수 있는 그림을,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그림을,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한 그림을 그리며 그렇게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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