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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솜씨 Sep 04. 2020

나이 들어 배우면 서글픈 것 두 가지.

100일 동안 1일 글쓰기 미션

올해 목표한 바


1. 장롱면허 청산 : 도로 위의 모지리가 되어 온갖 구박을 다 받는다. 직업 정신 투척한 운전연수 선생님과의 수업이 끝나면 운전 훈수 두는 가족들의 잔소리에 운전대를 잡기 전부터 스트레스가 쌓인다. 이래서 운전은 돈 주고 남한테 배우라는 말이 있나 보다. 그래도 실전에서 가족들에게 살벌하게 쥐어 박히며 연습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운전연습은 없는 듯하다.


2. 젓가락질 : 제대로 ‘젓가락질하기’가 새해 결심일 정도로 어설픈 젓가락질이 콤플렉스인 나. 엄마에게 “어릴 때 왜 제대로 젓가락질을 안 가르쳐줬어!”라고 하기에 그녀는 내게 너무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어른들과 식사할 때만 눈치 보였던 내 젓가락질이 어느 순간부터 제자나 동생들처럼 어린 친구들과 있을 때 더욱 부끄러웠다. 운전처럼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늘 해 온 편한 방식으로 하고 있어 여전히 엑스자 젓가락질을 한다.


이 두 가지는 내가 어렸을 때나 처음 운전면허를 땄을 때 제대로 했더라면 좋았던 것들이다. 이제는 몸도 따라주지 않을뿐더러 나이 들어 이런 기본적인 걸로 굴욕을 당하는 일이 허다해서 더 서글픈. 그런 것들이다.


운전 안 하고 젓가락질도 그냥 엑스자로 하며 살아도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기본기는 갖추고 살아가고 싶다. 부모님과 멀리 여행을 가거나 갑자기 병원에 모셔드려야 할 때, 조카에게 제대로 된 젓가락질을 알려줄 때 ‘그때 좀 배워둘 걸. 연습해둘 걸.’하고 진짜 뒤늦은 후회를 하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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