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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한 세상 눈뜨고 코 베이지 않으려면 눈을 힘껏 부릅뜨고 살아야 할 것 같지만, 눈을 감으면 더 좋은 것도 있다.
우선 양치질 할 때. 나는 늘 눈을 감고 치카치카 양치를 한다. 그러면 내 입 속에 있는 이빨을 하나하나 감각적으로 느끼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닦을 수 있다. 눈을 뜬 상태로 양치질을 하기도 하는데 그때는 내 입 속보다 다른 것에 정신이 팔려있기 때문에 확실히 대충 이를 닦는 것 같다.
두 번째, 어두운 밤 익숙한 골목길을 걸을 때. 어둑한 밤의 풍경을 보며 걷다가 슬쩍슬쩍 눈을 감는다. 눈을 감는 짧은 순간마다 밤의 기운, 바람의 감촉을 온몸으로 느끼며 걷는 기분은 몽롱하고 황홀하다. 넘어질 수도 있으니 반드시 ‘익숙한’ 곳, 짧은 시간에 해볼 것!
세 번째, 요가를 할 때. 명상과 이어져있는 요가에서 눈을 감는 행위는 자연스럽다. 수련 중간중간 눈을 감고 숨을 고르거나 사바사나 동작에서 눈을 감을 때면 내 몸이 온전히 내 것처럼 느껴져 정신이 맑아진다. 세상에 나 혼자인 듯 한 기분이 든다.
네 번째,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 혼자 있든 누군가와 함께 있든. 안이든 밖이든 상관없이 마음이 어지럽거나 정신이 혼란스러울 때 잠시 모든 것을 멈추고 눈을 감는다. 내가 눈을 감는다고 해서 골치 아픈 상황이, 보기 싫은 장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눈을 감으면 보이는 것 외에 다른 것을 느낄 수 있다. 내 방황의 이유, 마음의 상태처럼 오히려 눈을 떴을 때는 보이지 않아 혼란스러웠던 것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힘주어 뜨고 있던 눈을 스르르 한 번 감아보자. 감은 눈 앞에 무엇이 보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