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빗물인지 내 눈물인지

VF day1 Lucca - Badia Pozzeveri

by Soyeon

13 aprile 2025 Day1

Lucca - Badia Pozzeveri 18km

Hospitale San Pietro (D)

*dinner + breakfast inc



안나, 핀과 헤어지기 싫었나 본지 잠은 다 깼는데도 침대에서 밍기적거리며 나오지 않았다. 셋 다 오늘 일정이 여유로워 서두르지 않아도 되었고 나도 14km, 3시간 정도만 걸으면 되는 거리라 서두르지 않아도 되었다. 느지막이 9시가 넘어 일어나 핀이 만들어준 커피를 마시고 우리는 작별인사를 했다. 안나와는 시내까지 나와 마지막 포옹을 했다.


다시 혼자가 되니 또 무게를 잡게 된다. 비련한 주인공처럼 울적한 노래를 들으며 울먹거려 본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이게 빗물인지 눈물인지 아무도 모를 테니까.


이 날의 플레이리스트 : 혁오 - paul, Lord Huron - The Night We Met


한참을 혼자 울먹이며 걷다가 저 앞에 4명의 순례자가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노랫소리를 줄여본다. 이런 것 보면 난 참 사람 좋아한다. 캐나다와 영국 커플이었다. 부활절 연휴를 맞아 일주일간 걸으려고 오신 모양이다. 나는 혼자 (가능하다면) 로마까지 쭉 걷는다고 하니 재차 물어보신다. “너 정말 혼자 걸어? 중간에 누구 친구 만나기로 했어?“



길 위에서 만난 첫 순례자들



중간에 나타난 Porcari 마을은 애매한 시간이라 그런지 모든 레스토랑과 바들이 문을 닫았다. 하루 종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도 했고 배도 슬슬 고파와서 어디 잠시 앉아 쉬려고 했는데 갈 곳이 없었다. 마을을 벗어나려 하던 순간 캐나다와 영국 커플분들을 또 만났다. 어찌저찌 딱 한 군데 열려있던 젤라떼리아를 찾아서 같이 커피를 했다. 이분들도 이탈리아어를 못하셔서 중간에서 통역을 해드리고 카푸치노를 얻어마셨다.



4월의 토스카나, 많이 보이는 등나무



꽤나 한참을 같이 걷다가 나는 첫날 사람들이 많이 가는 Altopascio 말고 그전마을 Badia Pozzeveri에 숙소를 예약해 놓아서 내일 다시 만나기로 인사하고 헤어졌다. 숙소에 도착해 젖은 옷가지를 벗어 한숨을 돌리고 있는데 밖에 인기척이 들려 보니 그분들이었다. Porcari에서 같이 커피를 마시고 화장실을 가고 싶어 하셨는데 못 찾은 게 생각이나 내 숙소에 들어오시라고 했다. 영국, 캐나다 분들이라 그런지 머뭇머뭇 주저하길래 숙소 주인분이 들어오셔서 쉬고 가시라고 한다고 하니 그제야 들어오신다. 숙소 주인분은 흔쾌히 환영하며 “물 드릴까요? 커피 드릴까요?”라고 하신다. 역시 이게 이탈리아지!


영국 캐나다 커플은 그렇게 가시고 나는 샤워를 하고 나왔다. 핸드폰을 하고 있는데 외국인이 이탈리아어를 하는 게 들렸다. ‘뭐야? 이거 핀 아니야?‘ 후다닥 내려가서 밖을 봤더니 핀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있었다. “헤이 핀! 나 여기 있어! 오늘 내 숙소는 여기야!” 숙소 주인분은 또 흔쾌히 핀을 초대하셨다. 핀은 더 사교성이 있고 이탈리아어도 준수하게 할 줄 알아서 잠깐 앉았다 간다는 게 커피도 마시고 거의 한 시간을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핀은 자전거로 가기에 루카에서 바로 산미니아토로 가는데 산미니아토 숙소 예약도 도와주셨다.


숙소의 진짜 주인분이 나타나셨다. 알고 보니 내가 숙소 주인이라고 착각했던 분은 잠깐 두 시간 정도 봐주고 계신 모양이다. (사실 이 숙소는 자원봉사자들이 운영한다. 고로 숙소 주인이라는 표현보다는 자원봉사자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피렌체 출신의 쟌니 아저씨. 처음에는 영어로 말을 거시더니 내가 이탈리아어를 어느 정도 할 줄 아는 걸 아시고는 내내 이탈리아어로 대화했다. 이날 순례자는 나를 포함 두 명이었다. 이름이 같은 쟌니셨다. 이날 나는 두 명의 쟌니 아저씨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이탈리아 와서 처음 먹는 제대로 된 이탈리아식 저녁식사였다. 내가 이걸 얼마나 그리워했었는데! 파스타, 올리브 오일과 마늘로 향을 낸 빵, 치즈, 샐러드, 와인. 한 상 푸짐하게도 먹었다.



쟌니 아저씨가 남겨주신 사진



숙소 예약을 안 한 게 가장 큰 걱정이었는데 걱정하지 말라고 도와주셔서 앞으로 3일 치의 예약을 도와주셨다. 그래 이렇게 된 거 일주일정도 걸으면 시에나이던데 시에나까지는 가보자 라는 희망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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