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 건드리면 터져 나올 것 만 같은 울음

Via Francigena의 시작점 루카에 도착하다

by Soyeon

12 aprile 2025 Day0

Lucca

Pellegrinaio San Davino (D)



루카에 도착했다. 리미니에서 볼로냐, 볼로냐에서 프라토, 프라토에서 루카. 기차를 두 번 갈아탔다. 연착이 거의 없어서 예정된 시간에 도착했다. 이탈리아에 살아본 나로서는 이게 얼마나 운이 좋았는지 안다.



루카 성곽을 들어가면 보이는 성당



루카는 성곽으로 이루어진 도시이다. 루카 기차역에서 나와 시내로 들어가는데 장엄한 성곽이 보인다. 마음이 무거워지기 시작하며 옆에서 누가 툭 건드리면 이유 모를 울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루카 성당 내부



바로 루카 성당으로 가 순례자 크레덴시알을 구매하고 루카 성당을 살짝 들렸다가 순례자 숙소로 갔다. 내 마음이 그래서 그런건지 루카 성당은 뭔가 달라보였다. 뭔가 더 근엄하다고 해야할까. 순례자 숙소에 도착하니 내가 오늘의 첫 순례자였다. 숙소를 운영하던 아저씨는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셨다. 드디어 이탈리아어를 쓸 기회가 왔다.



안나, 핀과 같이 쓴 루카 순례자 숙소



뒤이어 스위스인 안나가 왔다. 안나는 이탈리아어를 못했기에 중간에서 둘을 통역해 주었다. 안나는 스위스에서 가까운 이탈리아의 북쪽도시부터 루카까지 일주일을 걸었고 루카가 마지막 도시라고 했는데 순례자 크레덴시알없이 걸었다고 한다. 이 숙소에서는 크레덴시알을 요구했는데 오늘이 마지막날이라고 하니 못 본 체해준다고 하셨다. 비슷한 나이 또래에 같이 걸을 수 있는 동료가 생기는 줄 알았지만 걷기를 마치고 내일 집에 간다고 해 아쉬웠지만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인생이거늘.


워킹홀리데이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s언니가 나를 보러 루카 숙소 앞까지 와주었다. 언니가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가기 전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본 후 이탈리아에서 다시 보게 되었다. 감격스러웠다. 같은 시기에 이탈리아로 왔기도 했고 우리가 얼마나 이탈리아를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것을 알기에 이곳에서 다시 만났다는 것 자체가 그냥 너무 감격 그 자체였다.


우리는 왜 이토록 이탈리아를 좋아하는지, 여기서 어떻게 뭘 하고 먹고살아야 할지, 인생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펼쳐지지는 않지만 어떻게든 문을 두드리다 보면 길이 있을 것이며 조금 더 원하는 삶의 방향을 찾아온 이곳에서 서로가 언젠가 잘 정착할 수 있기를 바랐다. 비슷한 고민을 했고, 하고 있는 언니이기에 언니가 잘되면 곧 내가 잘되는 것 같은 마음으로 우리 둘 다 앞으로가 풀리기를 바랐다.


언니와 헤어지고 숙소로 돌아와 내일 헤어지는 것이 아쉽지 않도록 안나와 이야기를 나눴다. 밤 열 시가 넘어 호주출신 핀이 들어왔다. 핀은 멜버른 출신인데 호주부터 자전거를 가져와 밀라노부터 베로나, 크레모나, 파르마를 거쳐 루카로 왔다. 자전거를 타고 밀라노부터 시칠리아까지 이탈리아 일주를 할 생각이었는데 얼떨결에 며칠 전 현지에서 만난 이탈리아분이 비아 프란치제나를 알려주어 알게 되었고 이 길을 따라간다고 했다. 나도 이 길이 끝난 뒤 시칠리아로 갈 것이기에 시칠리아에서 만나자고 했다.


세 대륙에서 온 우리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떠들다가 잠에 들었다. 진짜 별 것 아닌 이야기에도 웃는 그들을 보며 가볍게 살고 싶다며 나 혼자 왜 이렇게 무게를 잡고 있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례길 걷는다고 나 혼자만 엄청 무게 잡고 있던 그 느낌.. 참 우스웠다.



루카 순례자 숙소에 있던 게시판



Anna dalla Svizzera, Finn dall'Australia e io dalla Corea del Sud. Veniamo da tre continenti diversi e abbiamo parlato di molte cose insie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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