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F day9 Ponte d’arbia - S. Quirico
21 aprile 2025 Day9
Ponte d’arbia- San Quirico d’Orcia 30km
Palazzo del pellegrino €22
오늘도 느긋하게 준비를 한다. 느긋하게 준비하다 보니 또 다른 느긋한 친구들과 얼떨결에 아침을 같이 먹고 같이 출발하게 되었다. 피렌체 출신 마르게리타와 로마 출신 잔마르코. 비슷한 나이 또래라 반가웠다.
출발하는데 제비가 날아다닌다. 마르게리타가 이탈리아어 속담을 알려준다. 한 마리의 제비가 봄을 만들지는 않는다. 한 가지 긍정적 신호가 긍정적 결과를 불러오는 건 아니라는 뜻.
오늘도 토스카나의 초록색이 보인다. 이번 연도 초록은 아마 비아 프란체지나에서 다 보는 듯하다. 좋다. 자연과 가까운 이 느낌. 건강해지는 것 같고 살아있는 느낌이 난다. 서울의 회색하늘에서 벗어나 행복하다.
Buonconvento 마을로 들어서니 조그만 장터가 열려있다. 조금 구경하다가 바에 들려 이른 점심을 먹는다.
“Papa Francesco è molto” 잔마르코가 말했다.
‘뭐??? 교황님이 돌아가셨다고??‘
네이버에 검색해 본다. 속보가 떴다.
맞네.. 돌아가셨네..
Mi dispiace…
로마로 가는 길에 마주한 교황님의 죽음.
나는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일단 이 길 위에 있고
뭔가 참 마음이 이상하더라.
마음을 추스르고 걷는다. 안타까운 소식과는 달리 오늘 로마로 가는 길 위의 날씨는 참 좋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나. 나아가야 하는 방향으로 그냥 계속 걷는 것일 뿐.
오늘의 여정은 좀 길었다. 마르게리타가 발을 아파해서 천천히 걷는데 원래의 나 같으면 그냥 먼저 갈 텐데 이상하게 발이 안 떨어졌다. 오늘의 숙소도 같은 곳이었기에 끝까지 쭉 함께 걸었다.
숙소에 도착해 똑같은 루틴의 일상을 이어간다. 샤워를 하고 빨래를 해 건조대에 걸어놓고 동네 구경을 한다.
아페리티보와 저녁도 잔마르코와 마르게리타와 같이하게 되었다. 잔마르코가 한국영화를 봤다며 말해주는데 내가 모르는 영화였다. 베니스 영화제 수상작이구나. 나중에 한국에 가면 한번 찾아봐야겠다.
아페리티보를 해서 오늘의 저녁은 간단하게 토스나식 토스트. 닭의 간으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정통 토스카나식. 처음 먹어보는 것이었는데 한국인에게도 꽤나 익숙한 맛이다.
이 친구들(로마, 피렌체 출신)과 다니니 이탈리아에 1년을 살았지만 내가 참 시칠리아에서만 살았다는 게 티가 난다. 식당에 가도 내가 모르는 메뉴들 투성이이고 무언가를 부르는 명칭도 조금씩 다른 것 같고 신기하다. 이탈리아가 새롭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