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혼자가 된 기분

VF day11 Gallina - Radicofani

by Soyeon

23 aprile 2025 Day11

Gallina - Radicofani 18km

Ospitale dei Santi Pietro e Giacomo (D)





걷기 시작하기 전에 비해 많이 탔다. 자국 남는 건 싫지만 색은 마음에 든다. 순례길이 끝나고 빨리 시칠리아로 넘어가 하루 종일 바다에 누워 살을 태우고 싶다.





오늘도 만나는 물을 건너야 하는 구간. 세네 번 나온 것 같다. 미끄러웠지만 다행히 돌을 잘 밟고 조심조심 잘 건넜다.





오늘도 짧게 걷는 편이라 마음은 가벼운데 라디코파니의 숙소에 예약이 되어있지 않아 조금 서두른다. 2시에 문을 여는데 가서 전화를 해야 한다고 했다. 잔마르코와 마르게리타는 다른 숙소에 예약이 되어있어 오늘은 잠시 헤어진다. 나는 혹시 모르니 2시 전에 도착하고 싶어 오늘은 잔마르코와 마르게리타와 중간정도까지 같이 걷다가 먼저 떠난다.





이틀을 통째로 친구들과 걷다가 오랜만에 혼자가 된 기분이다. 쓸쓸해지니 울적함이 올라오는데 동시에 자유로운 해방감도 느껴진다. 사실 친구들의 걸음 속도가 느린 편이라 걷는 시간이 길어지니 몸이 조금 지쳤는데 원래의 내 속도대로 걸으니 몸이 한결 산뜻했다. 날씨도 맑았겠다 루치오 바티스티의 la canzone del sole를 들으며 흥얼거리면서 라디코파니까지 올라간다.





라디코파니 숙소 앞 광장. 작지만 귀여운 마을이었다. 탑에도 올라가 보려 했으나 공사 중이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 수도.





여기저기 남아있는 파파 프란체스코의 흔적.

그리고 난 확실히 이탈리아가 아닌 시칠리아에 살았다는 게 뚜렷이 느껴지는 게 La Nazione라는 신문 처음 본다. 시칠리아에서 자주 보이는 것은 La Sicilia..





오늘은 숙소가 달라 나는 먼저 도착해 먼저 씻고 나와 동네를 돌아다닌다. 마르게리타의 생일이었기도 했고 근데 아무것도 못 챙겨준 게 미안해서 동네를 돌아다니며 선물할 거리가 있나 찾다가 발견한 비아 프란체지나 자석. 사는 김에 잔마르코 꺼까지 샀다. 아직 로마까지 갈길은 멀지만 이번 순례길에서 아마 가장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낸 친구들이 아닐까 싶다. 나이도 동갑이라 더 정이갔나. 헤어지는 날 엽서와 함께 줘야지.. 이 친구들한테는 길을 걷는 게 처음인데 두고두고 기억해주기를..





마트에 갔다가 애들이 산 콩. 이렇게 그냥 먹는데 아주 쓰다. 그 쓴맛에 먹는것 같다. 이걸 부르는 이름이 피렌체와 로마가 다르다. 서로 너는 이거 뭐라고 불러? 이러는 게 조금 웃기다.





탑에 올라가 보려 했으나 공사 중이라 못 가고 쉬고 있는데 지나가던 관광객이 사진을 찍어준다. 순간 옆에서 무지개가 따올랐다. 와 이번 순례길은 정말 모든 날씨를 다 경험하네.



pappa al pomodoro



비아 프란체지나 메뉴를 한다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기로. 평소라면 밖에서 잘 안 먹으려 할 테지만 조인한다. 뭔가 이 둘은 편한가 보다. 메뉴 중 토스카나 지역의 음식인 파파 알 포모도로를 먹어본다. 시칠리아에 살았던 나는 처음 보는 음식. 남은 빵을 토마토소스에 넣어 요리한 음식. 맛은 어떤지 알 것 같지만 그래도 한번 시도해 보기로.


식당 예약이 꽉 차 6시 반에 저녁을 먹게 되었는데 너무 이른 저녁이라며 불평하던 친구들. 밤 10시에 저녁 먹는 시칠리아보다는 빠르지만 이탈리아는 확실히 저녁을 늦게 먹는다. 피렌체 출신 마르게리타는 보통 8시쯤 먹는다고 한다.





밥도 이르게 다 먹었겠다. 할 것이 없으니 노을을 보러 가기로. 길 위에서 처음 만나는 노을이다. 다른 이탈리아친구를 만나 조금 이야기를 한다.





다시 저녁을 먹었던 유일하게 열린 집으로 와 프로세코를 한잔 한다. 비스코토도 하나씩 주셨다. 오늘도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한다. 각자의 숙소로 헤어지고 내일 아침 다시 만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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