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F dqy13 Acquapendente - Bolsena
25 aprile 2025 Day13
Acquapendente - Bolsena 23km
Casa per Ferie Convento S. Maria del Giglio €31
오늘은 나에게도, 모두에게도 숙소난으로 문제였던 볼세나로 향하는 날. 지도상으로 볼 때에 호수 근처에 있는 도시여서 기대하던 도시이기도 하다. 그래서 시에나 이후로 조금 쉴 겸 2박을 하고 갈까 했는데 숙소난으로 그냥 한 박만 간신히 하고 가기로. 어제 숙소에는 잔마르코, 마르게리타, 리차드 할아버지와 나만 있었다. 이제 친구가 되었겠다, 같이 나가 카페로 향한다. Librazione날이기에 동네에 문 연 카페 한 곳을 찾아 아침 카푸치노를 마신다. 카페에서 이탈리아인인데 스위스에 살고 있는 로렌조도 만나 합류했다.
리차드 할아버지는 먼저 일어나 출발하셨다. 본인이 느리니 가다가 길 위에서 만날 거라며. 커피를 마시고 출발한다. 한두 시간 걸었을까 얼마 가지 않아 비가 오기 시작한다. 갑자기 빗방울이 굵어지며 폭우가 쏟아진다. 다음 마을인 산 로렌조 누오보에 도착하기 한 20분 전인데 쏟아지는 폭우를 피해 잠시 누군가의 집 지붕 밑으로 들어갔다. 네다섯 명이 우르르 지붕밑으로 들어오니 인기척에 집주인 할머니가 나오셨고 그녀는 어서 와서 비 피하고 가라고 반겨주셨고 역시나 이탈리아 답게 자기 딸, 아들, 본인의 인생 이야기를 술술 하신다.
비가 서서히 줄어든다. 집주인 할머니께 우리를 폭우 속에서 구해주셔서 너무 고마웠다고 하니 로마에 가면 기도해 달라고 하신다. 제가 로마까지 가볼게요 할머니. 할머니를 위한 기도 제가 할게요.
산 로렌조 누오보에서 점심도 먹고 쉬어가려고 한 카페에 들어왔다. 비가 세차게 왔다가 해가 뜨다가 반복을 한다. 어떻게 해야 하지.. 이미 신발이건 옷이건 젖을 대로 다 젖었다. 우리도 다들 지쳤고 게다가 83세 리차드 할아버지도 계신다. 볼세나까지 가는 버스를 찾아보니 오후 6시쯤 한대가 있는데 그것도 오늘이 공휴일이라 올지 안 올지 모른다. 여기 로컬분들 말로는 오늘 안 다닌다고 한다.
비가 잦아든 틈을 타 다시 출발하기로 한다. 그래 얘들아 가보자! 할아버지 우리 같이 가봐요!
비가 하루 종일 오다 말다 했지만 다행히도 아까처럼 세게는 안 왔다. 볼세나 호수가 보인다. 점점 가까워져 간다. 감격스럽다.
시에나 이후로 다시 다 젖어버린 신발. 마르려면 또 며칠 걸리겠지.. 며칠간은 또 축축한 신발로 발이 고생을 할 것 같다.
마땅히 쉴 곳이 없어 길가에서 쉬시던 리차드. 가다가 만나고 같이 걷고 하는 게 반가우신가 보다. 나도 할아버지를 보면 반가웠다.
볼세나에 도착했다. 구름은 먹구름이 가득하지만 해가 내리쫸다. 우리가 해냈어! 버스를 타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우리가 해냈다! 감격의 포옹을 한다.
고생 끝에 도착한 곳이라 그런지 그렇게 예뻐 보였다. 도착하니 비는 그치고 햇빛이 잠깐 비쳐서 그런 건지 아니면 물이 있는 도시라 그런지 내 마음에 쏙 들었다. 관광객은 좀 많아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시에나와 산 지미냐노와 달리 더 정감이 가는 도시였다.
우리는 리차드 할아버지를 숙소에 데려다 드렸다. 수녀원이었는데 수녀님들이 반갑게 반갸주셨다. 리차드 할아버지가 우리에게 심적으로 의존하는 것을 알아차리시고 들어오라며 리차드 할아버지의 침대까지 데려다 드리고 나왔다.
아마도 이번 루카 - 로마 비아 프란치제나 길에서 가장 비싼 숙소일 듯한 이곳. 31유로라는 가격 생각하면 순례자 치고는 일박에 비싼 곳이지만 일반 숙소 생각하면 저렴하다. 싱글룸에 더블베드를 혼자 쓰다니. 이렇게 된 거 잘 쉬고 가기로. 다행히 인터넷도 잘 터져서 밀린 글을 또 써본다.
오래된 교회? 수도원? 건물인데 볼세나 시티에서는 10분 정도 위로 걸어 올라와야 하지만 건물 자체가 아주 멋있다. 오래되어 난방은 없었지만 이불이 두툼해 따뜻하게 잘 잤다.
숙소에 도착하고 한바탕 또 천둥이 치고 비가 쏟아붓더니 이내 평온해졌다. 노을이 예쁘다. 오랜만에 혼자서 리프레쉬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는 싱글룸을 써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이번엔 두 번이나 있어서 신기하다. 가끔 싱글룸을 쓰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도 내 자신을 정비하기 위해 좋은 것 같다.
저녁때 애들과 만나기로 했지만 비도 오고 마을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기까지 무리가 있을 것 같아 나는 가지 않기로 했다. 오랜만에 저녁을 굶는다. 여태껏 많이 먹었어서 그런지 그렇게 배가 고파 서럽지는 않았다. 좋은 충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