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F day14 Bolsena - Paoletti
26 aprile 2025 Day14
Bolsena - Paoletti
Domus Peregrini (D)
오래간만에 싱글룸에서 잘 자고 일어났다. 어제 비가 많이 와서 잘 안 보였던 풍경이 오늘은 아주 잘 보인다. 좋다. 10분 정도 걸어 볼세나 시내로 내려간다. 잔마르코와 마르게리타, 로렌조, 리차드 할아버지와 만나 마지막 아침을 하기로 한다. 내 숙소가 상대적으로 멀어 다들 모여있었다.
교황님의 장례식 장면이 카페 티비에 중계되고 있다. 우리는 느긋히 아침을 마치고 나와 리차드 할아버지와의 마지막 사진을 같이 찍었다. 할아버지는 볼세나에서 하루 더 머무르시고 천천히 가기에 잘하면 로마에서나 만날 수 있다. 내 일정을 조금 느슨하게 잡아서 로마에서 만나고 갈까 생각 중이다.
아름다웠던 볼세나를 나와 오늘도 걷는다. 슈퍼마켓에 들려 점심으로 먹을 샌드위치를 사 간다.
볼세나부터 뭔가 느낌이 다르다. 관광객들이라고 해야 하나 로마까지 걷는 순례자들은 아닌데 볼세나 근처 트레킹하는 무리들이 많이 보인다. 자연 풍경은 아름다웠다. 빽빽한 초록 나무들.. 마르게리타가 산림욕에 관심이 있길래 산림욕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볼세나 안녕. 다음 마을인 몬테피아스코네로 간다. 잔마르코, 마르게리타는 오늘 몬테피아스코네에서 머무르고 나는 4킬로 정도 더 가서 작은 마을인 파올레띠에 머문다. 이 친구들은 내일이 마지막이기에 슬슬 함께할 날도 끝나간다. 아쉬운 감정이 슬슬 올라온다.
몬테피아스코네는 로마로부터 100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이기도 하고 est! est! est!라는 와인으로 유명한 도시라고 한다. 나도 이 도시에서 4킬로만 더 가면 되어서 큰 부담은 없어서 몬테피아스코네를 같이 둘러보고 와인도 마시고 가기로.
산타 마르게리타 성당도 구경하고 시티를 둘러본다. 비아 프란치제나를 걷는 중 볼세나가 가장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여기 몬테피아스코네도 못지않게 너무 예쁘다.
볼세나 호수가 아직도 보인다. 물이 굉장히 맑다. 신기하게도 호수가 바다색 같다. 초록색도 많아 보고만 있어도 힐링이다. 뷰가 보이는 공원 같은 곳이 있었는데 정말 너무 아름다웠다. 하루 종일 앉아서 시간 보낼 수 있을 정도로..
문제는 열린 바 찾기. est! est! est! 와인 시음을 해보고 싶었는데 마땅히 열린 바가 없어 결국 마을 한 바퀴를 돌아 광장에 있던 젤라떼리아 같은 곳에 들어갔다. 우리는 레드와인을 기대했는데 생각과 달리 화이트와인이었다. 나는 사실 와인 맛을 잘 몰라 딱히 뭐가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유명한 와인을 마셔봄에 만족했다.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느라고 예상보다 늦어서 오늘의 숙소에 헐레벌떡 도착했다. 늦는다고 연락을 드렸는데 그래서 그런지 공동식사를 기다리고 계신 것 같았다. 잔마르코, 마르게리타도 같이 왔으면 너무 좋았을 것을! 이렇게 순례자들끼리 같이 식사하는 자리가 나는 길을 걸으면서 해볼 수 있는 좋은 경험 중 하나라고 생각해 항상 참여하려고 하고 이런 숙소를 찾아가는 편이다. 그냥 일반 여행이랑은 뭔가 조금 느낌이 다르달까.
숙소 주인 분들의 순례길 걸은 이야기, 어쩌다가 이 숙소를 운영하게 되었는지 얘기들이 참 흥미로웠다. 숙소 주인분께서 걸었던 비아 프란치제나 사진들과 책들. 마지막에 꽂혀있는 한국어 책 한 권.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나에게‘ 시간만 더 있었으면 당장 읽는 것이었는데 이날 늦게 도착해서 내가 가장 늦게 샤워를 하기도 했고 이제 곧 헤어질 잔마르코와 마르게리타에게 줄 엽서를 쓰느라 읽어보지는 못했다. 내일이 이 친구들과도 진짜 마지막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