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순례길 Via Francigena를 걸을 결심 2
더 이상 어디 가서 이탈리아어를 조금 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데서 오는 스트레스는 단순히 취미의 차원이 아니라 여태까지의 나의 커리어에도 금이 가는 것 같았다. (대단한 이탈리아어 실력은 아닌 고작 B1 초중급 수준이지만 구직과 이직을 할 때에 덕을 많이 봤다.) 그리고 더 괴로운 것은 내가 좋아하고 자랑스러워하던 그 무언가가 나에게서 떨어져 나간 느낌..
내 보잘것없는 능력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능력을 다시 키우면 된다. 명쾌한 해답이었다. 그런데 지금 당 장의 내가 이것을 실행할 수 있느냐? 지금 걸쳐져 있는 모든 것을 다 때려치우고 이탈리아 어학연수를 간다던지.. 그건 아니었다. 지금은 아니지만 곧 다시 배를 타고 싶어 할 테고 아직도 세상을 더 둘러보고 싶다. 그리고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훗날에 시칠리아에서의 정착을 위해서라면 자본금도 모아야 한다. 그러니 지금 당장 이탈리아에 꽤나 장기간 살러 돌아가는 것을 선택할 수는 없었다.
결론이 나왔다. 그래 이번엔 머리 비우러 잠깐 쉬러 가야겠다. 가서 시칠리아 가족, 친구들 얼굴 보고 얘기나 나누고 와야지.
구실을 만들 궁리를 했다. 이번 연도 이탈리아어 시험이 6월 11일에 있다. 그럼 한 달은 공부하는 시간 치고는 너무 촉박하니 두 달 정도는 가야겠다. 그럼 4월에는 출발해야겠네? 음.. 두 달을 시칠리아에서 있기엔 이미 1년을 살았던 곳이고 친구들도 다 일하느라 바쁠 텐데.. 그럼 순례길을 걷고 가야겠다. 예전부터 생각해 놨던 로마로 가는 길 Via Francigena!
루카부터 로마까지 걸으면 420km, 그럼 한 3주 소요될 테고 이미 다녀온 분들의 후기에 의하면 순례자 90%가 이탈리아인이라니 길 위에서 이탈리아어 공부가 가능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