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순례길 Via Francigena를 걸을 준비 2
희년에 환율에 현실에 치이다 보니 이탈리아에 가겠다고 결심한 지 이미 일주일이 넘었다. 출국 예정일이 한 달도 남지 않은 만큼 비행기표를 얼른 사야 하는데 쉽게 손이 가지가 않았다. 친구를 만나서 이런저런 이유로 아직도 비행기표 사는 것을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 순간 내 핸드폰이 울렸다. 나의 시칠리아 아빠 알폰소아저씨에게 연락이 왔다.
Come va? (잘 지내니?)
짧은 물음에서 ‘네가 일주일 전 이탈리아에 온다고 연락했는데 그건 어떻게 되어가는 거니?‘라는 진짜 질문을 알아챌 수 있었다. 아저씨는 내가 쉽게 결정을 못 내리고 고민 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전에 시칠리아 일 년 살기를 결정하던 나의 모습을 보신 분이니 차이를 느낄 수 있으셨겠지.
솔직하게 이런저런 이유들로 조금 걱정이 된다고 말하니 알폰소 아저씨는 희년은 로마에서 영향력이 있지 다른 지역은 괜찮을 것이라며 나를 안심시켰다.
그래 이렇게까지 했는데.. 가야겠다..
어차피 나 지금 한국에서 할 것도 없고 가게 될 것 같은데 자꾸 미뤄봤자 의미가 없으니 바로 로마행 편도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갔는데 걷다가 숙소가 없어 중도포기할 수도 있고 마음이 바뀌어 아무것도 안 하고 싶고 집에서 그냥 잠만 자고 싶을 수도 있으니(현재 마음..) 돌아오는 항공권은 그때 가서 예매하기로.
자 항공권을 예매했으니 차근차근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해 보자. 내가 시작할 곳은 로마로부터 420km 떨어진 토스카나주의 루카. 전에 걸으셨던 분의 후기 중 숙소 찾기가 어려워 순례길을 포기하셨다는 분의 얘기를 무시할 수가 없어 일단 루카의 숙소부터 예약을 해보기로 한다. 예약은 생각보다 순조로웠다. 루카 숙소의 주인장에게 “3주 뒤 순례길을 걸을 예정인데 지금부터 쭉 로마까지의 숙소 예약을 해야 할까?” 물어보았다.
답은 sì. (네)
모든 일정을 미리 플랜하고 예약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한다. 큰일 났다. 장장 3주간의 숙소를 하루하루 다 미리 예약하고 가야 한다니. 지금까지 걸어 본 까미노 데 산티아고 프랑스길과 포르투갈길에서 그렇게 한 번도 해본 적 없는데.. 중간에 그날따라 컨디션이 안 좋아 더 못 걷겠거나 더 많이 걷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자유롭지가 않잖아.. 과연 이게 내가 원하던 걸까?라는 생각이 들며 스트레스가 밀려왔다.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근심 걱정에서 벗어나 휴식이 필요해 택한 여정인데 가기 전부터 이렇게 스트레스라니.. 그냥 비행기표 날려버리고 가지 말아 버릴까? 이게 이렇게나 복잡할 줄 알았다면 차라리 베트남 한 달 살기를 가서 바다 앞에 하루 종일 누워있을 걸 그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