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자동화된 화려한 공산주의

공산주의의 유령, 기술을 타고 돌아오다

by 소묘

아론 바스타니와 '완전 자동화된 럭셔리 공산주의'의 비전


아론 바스타니는 영국 언론인이자 작가, 활동가로, 그의 저서 '완전 자동화된 럭셔리 공산주의'를 통해 21세기가 직면한 가장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한 대담한 해답을 제시한다.


핵심적인 문제의식은 현재의 자본주의 체제가 기후 변화, 자원 고갈, 기술적 실업, 고령화 등 중첩된 위기로 인해 한계에 봉착했다는 통찰에서 출발한다.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생산성은 정체되며, 노동의 가치가 하락하는 현상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더욱 명확해졌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저자는 '세상의 종말을 상상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종말을 상상하는 것보다 쉽다'는 자본주의 리얼리즘의 지배적 사고방식을 해체하고자 한다.


바스타니는 인류의 역사를 세 번의 '붕괴(Disruption)'로 조망한다. 첫 번째는 농업 혁명으로, 수렵 채집 생활에서 정착 사회로의 전환을 이끌었다. 두 번째는 산업 혁명으로, 화석 연료와 기계를 통해 노동과 생산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그리고 이제 인류는 세 번째 붕괴의 문턱에 서 있다. 이는 정보, 에너지, 자원, 심지어 노동까지 한계 비용이 0에 수렴하는 탈희소성(Post-scarcity) 시대의 도래를 의미한다.


바스타니는 이 새로운 문명을 구체적인 기술적, 사회적 변화를 통해 상세히 그려낸다.

노동의 탈희소성: 자동화와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간의 육체 노동은 물론, 반복적인 인지 노동까지 기계에 의해 대체될 것이다. 이는 '피크 휴먼(Peak Human)'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음을 시사하며, 노동이 생존 수단이 아닌 자아실현의 영역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에너지의 탈희소성: 태양광 및 풍력 발전 기술의 급격한 비용 하락은 화석 연료를 대체하고, 궁극적으로 에너지를 무한하고 값싼 자원으로 만들 것이다. 이는 지구의 탈탄소화를 가속화하고, 개발도상국들이 에너지 빈곤을 해결할 기회를 제공한다.


자원의 탈희소성: 소행성 채굴과 같은 우주 자원 확보 기술은 지구 자원의 한계를 뛰어넘어, 희소 금속의 가격을 폭락시킬 것이다. 이는 자원 전쟁을 종식하고 모두가 풍요를 누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건강의 탈희소성: 유전자 편집 기술(CRISPR)과 첨단 진단 기술은 질병을 예측하고 치료하는 방식을 혁신하여, 유전 질환이나 노화로 인한 질병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기술 발전이 가져올 풍요가 소수의 엘리트에게만 집중되는 것을 경계하며, 이를 모두를 위한 '럭셔리'로 전환하기 위한 정치적 의제를 제시한다. 보편적 기본 서비스(UBS), 중앙은행의 민주화, 금융 시장의 사회화 등 신자유주의와의 결별을 위한 구체적인 제안들이 그것이다.


'완전 자동화된 럭셔리 공산주의'는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서가 아니라, 다가오는 풍요의 시대를 모두의 행복으로 이끌기 위한 정치적 선언이다. 기술이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활용하는 우리의 선택이 미래를 만든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독자들에게 희망적이고 행동 지향적인 비전을 제시한다.



서문: 여섯 명의 등장인물이 찾는 미래 Introduction: Six Characters in Search of a Future


1. Yang (양)


중국 허난성 정저우에 있는 공장 노동자 양은 십여 년 전 시골에서 도시로 와 자리를 잡았다. 하루 11~13시간의 고된 노동을 하지만, 양은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부모님에게 생활비를 보낼 수 있다는 것에 만족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는 부모님을 부양해야 할 책임감과 도시 생활의 불안정함은 그를 늘 불안하게 했다. 최근에는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다. 그가 일하는 공장의 관리자는 로봇이 그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고 농담처럼 말했다. 공장 내 불법 노조원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임금이 더 이상 경쟁력이 없어서 일부 일자리는 해외로 옮겨지고, 일부는 자동화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양이 일하는 폭스콘(Foxconn) 회사가 미국에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는 인터넷 기사는 그의 불안을 더욱 키웠다.


2. Chris (크리스)


2015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민간 기업의 우주 자원 채굴 권리를 인정한 '우주법(SPACE Act)'에 서명하자, 우주 채굴 회사의 초기 투자자 크리스 블러멘탈은 매우 기뻐했다. 혼자 콘도에서 팔콘 헤비 로켓의 착륙 장면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그는 우주 산업이 더 이상 공상 과학이 아님을 확신했다. 로켓의 무인 착륙은 기술 발전이 가져온 자동화의 결과였다. 크리스는 이 영상을 지인들과 공유하며 "돈을 보여줘"라고 외쳤다. 그러자 친구 중 한 명인 맨해튼 변호사 산드라가 "우리가 가진 게 너무 많아서 문제야. 앞으로는 너무 쉬워져서 모두가 로켓을 타고 우주로 가게 될 거야"라고 응답했다. 갑작스러운 광물 과잉 공급이 가격 폭락을 불러올 수 있지만, 크리스는 소행성 채굴이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3. Leia (레이아)


하와이 카우아이 섬의 바텐더 레이아는 아침 출근길에 음악을 틀고 바의 장비들을 켰다. 바의 모든 전기는 태양광 발전으로 충당된다. 5만 5천 개의 실리콘 패널과 소수의 인력으로 운영되는 이 태양광 발전소는 앞으로 완전 자동화될 예정이다. 레이아는 이 모든 변화를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즉각적인 글로벌 소통도, 화석 연료에서 청정 에너지로의 전환도 그녀에게는 그저 일상의 일부일 뿐이었다. 기술 발전은 그녀의 아버지인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직업마저도 십 년 안에 사라지게 할 것이다.


4. Peter (피터)


테크놀로지 분야의 유명인사인 피터는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예측을 내놓았다. 그는 첫 번째 조 달러 기업은 아마존이 될 것이고, 첫 번째 조만장자는 인공지능을 창조하는 사람에게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인공지능 기술이 상용화되면 대부분의 인간이 '불필요한 존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스웨덴의 한 젊은 CEO는 인공지능이 가치, 노동, 그리고 자본주의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동의했다. 그녀는 미래에는 하층민들이 기술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개인 인공지능에 대한 접근성 자체가 부족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5. Federica (페데리카)


런던의 옥스포드 서커스에서 쇼핑을 하는 페데리카는 증강 현실 기술이 내장된 안경을 통해 디지털 개인 비서 '알렉스'의 도움을 받았다. 알렉스는 그녀의 조카를 위한 축구 셔츠를 추천하고, 상점 내 위치를 안내했다. 심지어 그녀의 파트너의 식단 상태까지 언급하는 등 고도의 '감정적 지능'을 보여줬다. 셔츠를 고른 페데리카가 매장을 떠나자, 옷에 부착된 RFID 태그를 통해 자동으로 그녀의 계좌에서 금액이 인출되었다. 상품의 생산, 보관, 유통, 판매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인간도 고용되지 않았다. 드론으로 배송받을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직접 선물을 전달하는 '구식' 방식을 선호했다.


6. Doug (더그)


개를 산책시키던 더그는 경찰에게 가짜 면허증을 소지하고 '불법적으로 유전자 조작된' 동물을 소유했다는 이유로 제지를 당했다. 더그는 그가 기르는 닥스훈트가 몇 년 뒤 뒷다리 마비 증상을 겪지 않도록 유전자를 수정하는 것이 왜 불법인지 분노했다. 그는 인간이 개를 인위적으로 번식시켜 질병에 취약하게 만들어 놓고, 이제 그 문제를 해결하려 하니 불법이라고 말하는 현실을 비판했다. 그러나 경찰은 '프랑켄슈타인 동물'을 막기 위한 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새로운 해결책을 만드는 인센티브가 사라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세 번의 붕괴 The First Disruption, The Second Disruption, The Third Disruption


위의 이야기는 모두 소설이지만, 2015년 오바마 대통령의 우주법 서명, 하와이 카우아이섬의 태양광 발전소 전환, 아마존의 무인 매장 시험 운영 등 실제 사건에 기반한 합리적인 예측이다. 이는 마치 공상 과학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이미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인류는 지금까지 두 번의 거대한 '붕괴(Disruption)'를 경험했다. 첫 번째는 1만 2천 년 전 농경의 시작으로, 인류가 정착 사회와 도시, 문화를 만들게 된 '신석기 혁명'이다. 이는 수십만 년간의 수렵채집 시대를 끝내고 새로운 역사의 시작을 알렸다. 두 번째는 18세기 중반 증기기관과 석탄을 기반으로 한 '산업혁명'으로, 생산성과 인구, 수명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것은 이 두 번의 붕괴만큼이나 중대한 세 번째 붕괴다. 이는 산업혁명이 가져온 기계적 힘을 넘어, 에너지, 인지 노동, 정보라는 중요한 영역에서 희소성으로부터 해방을 가져올 것이다. 이 세 번째 붕괴의 힘은 이미 우리 주변에 존재하지만, 그 결과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중요한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누구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질 것인가?


이 책은 우리가 직면한 위기와 우리가 가진 기술적 도구를 바탕으로 '완전 자동화된 럭셔리 공산주의(Fully Automated Luxury Communism, FALC)'라는 새로운 정치적 지도를 제안한다. 이는 희소성과 노동으로부터 해방된 사회를 위한 기초를 다지는 것이다.



1989년 냉전이 종식되자 미국의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말'을 선언하며 서구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자본주의가 인류 이데올로기 진화의 최종 형태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류가 경제적 문제 해결, 기술 발전, 소비자 욕구 충족에만 집중할 것이며, 더 이상의 근본적인 사회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는 칼 마르크스와 헤겔의 사상을 인용하며, 그들이 예견한 역사적 종착점이 사회주의 혁명이 아닌 자본주의라고 역설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2008년 금융 위기는 후쿠야마의 주장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임을 보여줬다. 금융 위기는 경제 침체를 넘어 만연한 사회적 불평등을 드러냈다. 후쿠야마 자신도 2018년에 자신의 저서에서 주장의 순진함을 일부 인정했다. 하지만 그의 '역사의 종말'이라는 생각은 여전히 강력한 정치적 '상식'으로 남아 있으며, 급진적인 변화를 막는 장애물로 작용한다.


영국의 문화 이론가 마크 피셔는 이러한 현상을 '자본주의 리얼리즘'으로 설명했다. 자본주의 리얼리즘은 자본주의가 유일하고 실현 가능한 정치·경제 체제이며, 그 대안을 상상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사고방식이다. 이는 '세상의 종말을 상상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종말을 상상하는 것보다 쉽다'는 문장으로 요약된다. 이러한 생각은 현실의 문제점을 외면하고 현재의 불완전한 상태가 최선이라는 반유토피아적 논리를 낳았다.


2008년 금융 위기는 이러한 자본주의 리얼리즘의 허구를 폭로했다. 위기 이후 정부들이 대규모 구제금융으로 은행을 구제하면서, 자유 시장 원칙이 부자들에게만 적용되는 위선임이 드러났다. 이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빈곤이 증가하고 임금은 정체되었으며, 경제 성장은 둔화되었다. 미국의 푸드 스탬프 수혜자는 2007년 2,600만 명에서 2012년 4,600만 명으로 급증했으며, 영국에서는 푸드 뱅크 이용자 수가 2010년 4만 1천 명에서 2017년 120만 명으로 늘었다.


소득과 더불어 주택 소유율도 하락했다. 특히 영국과 미국에서는 1985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며 자본주의의 또 다른 근간인 '재산 소유 민주주의'가 흔들렸다. 이와 함께 생산성 지표도 하락하여, 2017년 영국의 시간당 생산량은 10년 전보다 낮아졌다. 이러한 경제적 정체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났고, 2008년 위기 이후 헝가리, 오스트리아, 포르투갈, 라트비아 등 여러 국가의 1인당 생산량은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저성장, 저생산성, 저임금이라는 삼중고는 사람들의 불만을 극대화하며 극좌와 극우 정치의 부활을 불러왔다. 2014년 스페인에서는 포데모스가, 2015년 그리스에서는 시리자가 집권했으며, 2016년에는 영국이 브렉시트를 선택하고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이러한 사건들은 자본주의 리얼리즘 시대의 종식을 알렸으며, 현재의 경제적 위기가 더 깊은 구조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의 혼란은 기후 변화, 자원 고갈, 인구 과잉, 고령화, 기술적 실업이라는 다섯 가지 중첩된 위기가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이러한 위기들은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하고, 자원이 무한하지 않으며, 임금 노동이 필수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위기들은 새로운 사회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주장한다. 이 사회는 '탈희소성 사회'로, '완전 자동화된 럭셔리 공산주의(Fully Automated Luxury Communism)'라 불린다.



1. Chaos under Heaven 하늘 아래의 혼돈


1-1. The Great Disorder 거대한 무질서


1989년 냉전이 종식되자 미국의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말'을 선언하며 서구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자본주의가 인류 이데올로기 진화의 최종 형태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류가 경제적 문제 해결, 기술 발전, 소비자 욕구 충족에만 집중할 것이며, 더 이상의 근본적인 사회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는 칼 마르크스와 헤겔의 사상을 인용하며, 그들이 예견한 역사적 종착점이 사회주의 혁명이 아닌 자본주의라고 역설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2008년 금융 위기는 후쿠야마의 주장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임을 보여줬다. 금융 위기는 경제 침체를 넘어 만연한 사회적 불평등을 드러냈다. 후쿠야마 자신도 2018년에 자신의 저서에서 주장의 순진함을 일부 인정했다. 하지만 그의 '역사의 종말'이라는 생각은 여전히 강력한 정치적 '상식'으로 남아 있으며, 급진적인 변화를 막는 장애물로 작용한다.


영국의 문화 이론가 마크 피셔는 이러한 현상을 '자본주의 리얼리즘'으로 설명했다. 자본주의 리얼리즘은 자본주의가 유일하고 실현 가능한 정치·경제 체제이며, 그 대안을 상상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사고방식이다. 이는 '세상의 종말을 상상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종말을 상상하는 것보다 쉽다'는 문장으로 요약된다. 이러한 생각은 현실의 문제점을 외면하고 현재의 불완전한 상태가 최선이라는 반유토피아적 논리를 낳았다.


2008년 금융 위기는 이러한 자본주의 리얼리즘의 허구를 폭로했다. 위기 이후 정부들이 대규모 구제금융으로 은행을 구제하면서, 자유 시장 원칙이 부자들에게만 적용되는 위선임이 드러났다. 이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빈곤이 증가하고 임금은 정체되었으며, 경제 성장은 둔화되었다. 미국의 푸드 스탬프 수혜자는 2007년 2,600만 명에서 2012년 4,600만 명으로 급증했으며, 영국에서는 푸드 뱅크 이용자 수가 2010년 4만 1천 명에서 2017년 120만 명으로 늘었다.


소득과 더불어 주택 소유율도 하락했다. 특히 영국과 미국에서는 1985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며 자본주의의 또 다른 근간인 '재산 소유 민주주의'가 흔들렸다. 이와 함께 생산성 지표도 하락하여, 2017년 영국의 시간당 생산량은 10년 전보다 낮아졌다. 이러한 경제적 정체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났고, 2008년 위기 이후 헝가리, 오스트리아, 포르투갈, 라트비아 등 여러 국가의 1인당 생산량은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저성장, 저생산성, 저임금이라는 삼중고는 사람들의 불만을 극대화하며 극좌와 극우 정치의 부활을 불러왔다. 2014년 스페인에서는 포데모스가, 2015년 그리스에서는 시리자가 집권했으며, 2016년에는 영국이 브렉시트를 선택하고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이러한 사건들은 자본주의 리얼리즘 시대의 종식을 알렸으며, 현재의 경제적 위기가 더 깊은 구조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의 혼란은 기후 변화, 자원 고갈, 인구 과잉, 고령화, 기술적 실업이라는 다섯 가지 중첩된 위기가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이러한 위기들은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하고, 자원이 무한하지 않으며, 임금 노동이 필수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위기들은 새로운 사회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주장한다. 이 사회는 '탈희소성 사회'로, '완전 자동화된 럭셔리 공산주의(Fully Automated Luxury Communism)'라 불린다.



1-2. 세 번의 붕괴 The Three Disruptions


역사는 변화의 연속이다. 어떤 변화는 인류의 존재 의미 자체를 바꿀 만큼 강력한 '붕괴(disruption)'로 작용했다. 지금까지 인류는 두 번의 중대한 붕괴를 경험했다.


농업: 첫 번째 붕괴 Agriculture: The First Disruption


첫 번째 붕괴는 약 1만 2천 년 전, 인류가 수렵 채집 생활에서 정착 농경 생활로 전환하며 일어났다. '신석기 혁명'이라 불리는 이 변화는 가축과 식물을 길들이는 혁신을 통해 식량과 에너지의 상당한 잉여를 만들어냈다. 이로 인해 인류는 처음으로 미래를 계획하고, 노동을 분업화하며, 무역을 시작했다. 도시, 문자, 수학과 같은 지식 체계와 다양한 형태의 재산이 생겨나면서, 인류는 복잡한 기술과 사회 제도를 활용하는 존재로 거듭났다. 이 모든 것은 농업으로 시작된 첫 번째 붕괴의 토대 위에서 이루어졌다.


산업: 두 번째 붕괴 Industry: The Second Disruption


두 번째 붕괴는 첫 번째 붕괴보다 더 최근에, 그리고 더 명확하게 시작되었다. 약 250년 전, '제1차 기계 시대'라 불리는 산업 혁명이 세계를 뒤흔들었다. 이는 에너지 전환을 통해 가능했다. 1600년대까지만 해도 인간의 주요 동력원은 물, 바람, 동물, 그리고 인간 자체였다. 그러나 그 후 150년간 상황은 급변했다. 화석 연료로 가동되는 효율적인 엔진이 등장하면서 경제 생산이 유기적 노동과 불안정한 재생 에너지로부터 해방되었다. 토머스 뉴커먼의 1712년 대기압 증기기관이 최초의 상업적 응용 사례였고, 제임스 와트가 이를 개선하며 본격적인 산업 혁명을 촉발했다.


이 변화의 결과는 놀라웠다. 증기력과 화석 연료의 결합으로 공장 시스템이 생산의 중심이 되었고, 철도와 증기선을 통해 국가 및 전 세계적인 인프라 구축이 가능해졌다. 1830년에 세계 최초의 도시 간 철도 노선이 개통되었고, 20년 뒤 영국에는 7,000마일 이상의 철도가 놓였다. 이러한 흐름은 빠르게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1865년 영국과 미국 사이에 최초의 대서양 횡단 전신 케이블이 깔리면서, 공간과 시간이 압축되었다.


자본주의 비판자들 Capitalism's Critics

새로운 형태의 운송과 통신을 갖춘 글로벌 경제가 등장하면서, 두 번째 붕괴의 기술은 노동 분업을 강화하고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풍요를 가능하게 했다. 마르크스조차 1848년에 다음과 같이 감탄했다.


부르주아지는... 인간의 활동이 무엇을 가져올 수 있는지 처음으로 보여주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로마의 수도교, 고딕 성당을 훨씬 능가하는 경이로움을 이룩했으며, 모든 이전의 민족 이동과 십자군 원정을 무색하게 하는 원정들을 수행했다.


마르크스는 이러한 기술적, 생산적, 사회적 변화가 완전히 새로운 사회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는 기술이 1만 2천 년 전의 첫 번째 붕괴처럼 인류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이끌었지만, 우리는 아직 이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제도와 사상을 만들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예언처럼 노동자 혁명은 전 지구적 규모로 일어나지 않았다. 자본주의가 자신이 만들어낸 문제를 공간적, 기술적으로 '고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공간적 고착(spatial fix)'은 생산 시설을 저임금 국가로 이전하는 현대 세계화의 기반이다. 이는 1960년대 후반 유럽과 북미의 노동자 투쟁에 맞서 자본가들이 채택한 해결책 중 하나였다. '기술적 고착(technological fix)'은 자본주의의 고유한 특징인 끊임없는 기술 혁신이다.


마르크스는 자본가들 간의 경쟁이 기술 혁신을 추진한다고 보았는데, 이는 더 저렴하고 효율적인 생산 방식을 찾고, 기계로 인간 노동을 대체하며, 상품과 서비스를 개선하는 끝없는 순환을 만들어냈다. 이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시장 자본주의의 '철칙'이 되었다.


정보의 해방: 세 번째 붕괴 Information Unbound: The Third Disruption


경쟁으로 인한 끊임없는 혁신은 궁극적으로 세 번째 붕괴로 이어졌다. 두 번째 붕괴가 동력원에서 상대적 희소성으로부터의 해방을 가져왔다면, 세 번째 붕괴의 특징은 정보의 풍요다. 이는 '극단적 공급(extreme supply)'을 의미하며, 정보뿐만 아니라 그 디지털화의 결과로 노동에도 적용된다. 프로세서 성능의 지속적인 발전과 다양한 기술들의 결합으로 기계는 인간의 고유한 작업이라고 여겨졌던 것들을 점차 복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새로운 상황은 노동뿐만 아니라 에너지의 변화도 포함한다. 첫 번째 붕괴가 가축과 인간의 에너지를 기반으로 했다면, 두 번째 붕괴는 화석 연료라는 응축된 태양 에너지를 사용했다. 세 번째 붕괴는 다시 탄화수소에서 벗어나 재생 에너지, 특히 태양광으로 회귀한다. 태양은 지구 표면에 90분 동안 1년 전체 에너지 소비량에 해당하는 잠재적 에너지를 보낸다.


태양 에너지의 무한한 풍요는 지구 밖의 자원에도 비견된다. 근지구 소행성(Near Earth Asteroids, NEA)에 있는 막대한 양의 광물 자원은 극단적 공급의 또 다른 예다. 지름 200km가 넘는 소행성 16 프시케는 철, 니켈, 구리, 금, 백금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철 성분만으로도 10,000경 달러의 가치를 지닐 수 있다. 이는 현재 지구 경제의 연간 GDP(약 80조 달러)를 훨씬 뛰어넘는 금액이다. 소행성 채굴이 가능해지면 원자재의 극단적 공급이 가능해져 인류는 현재의 한계를 완전히 넘어설 수 있다.


정보로서의 생물학 Biology as Information


정보의 극단적 공급은 자동화를 넘어선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지구의 생물학적 시스템을 유지하고, 우리 자신의 신체를 치료하며, 먹거리를 얻는 새로운 가능성을 만나게 될 것이다. 유기적 생명체는 이진 코드가 아닌 C, G, A, T라는 네 개의 뉴클레오타이드 염기 쌍으로 구성된 정보 그 자체다. 디지털 기술의 기하급수적 발전은 유전자에 대한 우리의 통제력을 강화하고, 질병의 거의 모든 형태를 극복하며, 행성의 생체 역량을 덜 사용하면서도 100억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게 할 것이다.


기하급수적 이동: 세 번째 붕괴 이해하기 Exponential Travel: Understanding the Third Disruption


첫 번째와 두 번째 붕괴 사이의 간격이 약 1만 2천 년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세 번째 붕괴가 와트의 증기기관과 시장 자본주의 등장 이후 불과 250년 만에 도래한다는 점은 놀랍다. 이는 역사적 변화의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수십 년간 가속화의 주된 동력은 디지털 정보의 수집, 처리, 저장, 분배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이다.


사진술의 역사는 이러한 기하급수적 변화를 잘 보여준다. 1900년 코닥의 '브라우니' 카메라가 대중화되었지만, 디지털 카메라가 출시되기까지는 거의 1세기가 걸렸다. 1991년 코닥이 출시한 DCS 100은 가격이 1만 3천 달러에 달했지만, 그 후 디지털 이미지는 무어의 법칙과 유사한 경향을 보이며 가격 대비 성능이 매년 두 배씩 향상되었다. 이 덕분에 오늘날 카메라 기술은 로켓을 착륙시키고, 자율주행 차량을 운전하는 등 상상 이상의 발전을 이뤄냈다.


기하급수적 성장의 개념은 13세기 이븐 할리카에 의해 소개된 '체스판의 쌀 문제'로 가장 잘 설명된다. 체스판의 첫 번째 칸에 쌀알 한 톨을 놓고, 두 번째 칸에 두 톨, 세 번째 칸에 네 톨을 놓는 식으로 매 칸마다 쌀알의 수를 두 배로 늘려가면, 32번째 칸에는 40억 개의 쌀알이 쌓인다. 그러나 체스판의 마지막 칸에 도달하면 쌀알의 총량은 1800경 개로, 에베레스트산보다 더 큰 쌀더미가 된다. 이는 인간의 선형적 사고가 기하급수적 성장을 쉽게 예측하지 못함을 보여준다.


1965년 고든 무어가 '무어의 법칙'을 발표하며 컴퓨터 칩의 성능이 매년 두 배씩 증가한다고 예측했을 때, 그는 10년 후 칩의 트랜지스터 수가 6만 5천 개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그의 예측은 크게 빗나갔다. 이 경향은 10년이 아니라 50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1996년 5,500만 달러짜리 슈퍼컴퓨터 ASCI Red가 1초에 1조 번의 연산을 처리했지만, 불과 10년 뒤에 출시된 플레이스테이션 3는 600달러에 동일한 처리 능력을 제공했다. 이러한 기하급수적인 발전은 비디오 게임을 넘어 세 번째 붕괴를 가속화하고 있다.


무어의 법칙은 계속될 수 있는가 Can Moore's Law Endure?


무어의 법칙의 지속 가능성은 중요한 질문이다. 인텔의 연구원들은 2015년에 최소 10년은 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1년 뒤 CEO 윌리엄 홀트는 5년 안에 크게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무어의 법칙의 종말을 예측하는 비관론은 수십 년간 계속되어 왔고, 그때마다 새로운 혁신이 나타나 그 예측을 뒤집었다. 개별 트랜지스터의 소형화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지만, 3차원 회로 및 양자 컴퓨터와 같은 기술은 기하급수적 성장을 지속시킬 수 있다.


처리 능력 그 이상 More than Processing


디지털화는 컴퓨터 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터넷 대역폭은 1983년 이후 매년 25~50%씩 성장했으며, 데이터 저장 비용도 1980년 기가바이트당 20만 달러에서 2014년 0.03달러로 급락했다. 물론 저장 기술의 발전 속도는 다소 둔화되었지만, DNA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술은 1그램의 DNA에 2억 1,500만 기가바이트를 저장할 수 있어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경험의 힘 The Power of Experience


세 번째 붕괴의 변화는 기하급수적이지 않아도 혁신적일 수 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창립자 브루스 헨더슨은 '경험 곡선(Experience Curve)'이라는 개념을 개발했다. 이는 생산량이 두 배가 될 때마다 제조 상품의 비용이 20%씩 감소한다는 것을 예측하는 모델이다. 이 곡선은 태양광 발전(PV) 셀의 가격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1958년 NASA의 뱅가드 1호 위성에 사용된 패널은 개당 수천 달러에 불과했지만, 2016년에는 1와트당 50센트로 떨어져 화석 연료의 진정한 대안이 되었다.


이러한 태양광 발전의 가격 하락 경향은 리튬 이온 배터리에도 적용된다. 태양광 발전 기술과 에너지 저장 기술 모두 가격이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어, 미래에는 청정하고 무한한 에너지가 영구적으로 더 저렴해질 것이다.


위기에서 유토피아로 From Crisis to Utopia


우리는 자원이 유한한 세계에 살고 있으며, 이는 기후 변화, 자원 부족, 인구 과잉, 고령화, 기술적 실업이라는 다섯 가지 위기를 초래한다. 이 위기들은 자본주의가 스스로를 재생산하는 능력을 붕괴시킬 것이다.


1984년 미래학자 스튜어트 브랜드는 '정보는 자유를 원한다(Information wants to be free)'고 말했다. 그가 말했듯이 정보는 그 가치 때문에 비싸지만, 동시에 전달 비용이 점점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무료가 되기를 원한다. 마르크스도 100년 전에 이와 유사한 경향을 언급하며, 정보가 궁극적으로 극단적인 공급으로 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랜드의 우아한 관찰은 옳았다. 정보의 가격 하락은 정보가 자유를 원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21세기 중반이 되면, 노동, 에너지, 자원 또한 자유를 원한다는 것이 명확해질 것이다. 이는 일자리, 이윤, 그리고 심지어 희소성까지 초월하는 사회의 토대를 마련한다.



1-3. 완전 자동화된 럭셔리 공산주의란 무엇인가 What Is Fully Automated Luxury Communism?


왜 '완전 자동화된 럭셔리 공산주의'라는 단어를 사용하는가? 많은 이들에게 공산주의는 실패한 20세기 실험에 불과하며, 자본주의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여기서 공산주의는 노동이 사라지고, 희소성이 풍요로 대체되며, 노동과 여가가 하나로 융합되는 사회를 의미하는 용어다. 세 번째 붕괴로 인해 정보, 노동, 에너지, 자원의 극단적 공급이 가능해지면서, 이러한 사회는 지금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실현 가능해졌다.


미래 충격 Future Shock


칼 마르크스는 산업 자본주의가 가장 밝게 타오르던 시기에 이미 새로운 세상의 윤곽을 예견했다. 그는 기술이 진보하면서 자본주의가 기계로 노동을 대체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보았는데, 이는 궁극적으로 잠재적인 해방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마르크스는 '기계에 관한 단편'에서 자본이 주어진 물건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노동량을 최소화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해방된 노동에 이익이 되고 해방의 조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987년 미국 국립과학원은 '기술과 실업'이라는 보고서에서 기술 발전이 생산량 확대를 통해 고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마르크스와 달리 생산성이 높아져도 노동 시간이 단축되거나 더 많은 여가가 주어지지 않고, 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 생산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지적한다. 마르크스는 기술 발전이 소수에게만 이익이 될 뿐이며, 대다수에게 이익이 되려면 정치적 투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공산주의: 희소성을 넘어선 세계 Communism: A World beyond Scarcity


정치 평론가들은 마르크스를 이상주의자로 묘사하지만, 그는 미래의 공산주의 사회가 어떻게 생겼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을 꺼렸다. 다만 그는 공산주의가 노동과 여가 사이의 구분이 사라지고, 인류가 '필요의 왕국'에서 '자유의 왕국'으로 진입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확신했다. 마르크스에게 '필요의 왕국'은 생존을 위해 자연과 싸워야 하는 희소성의 세계였다. 그는 사회주의조차 노동과 희소성이 여전히 존재하는 '필요의 왕국'에 속한다고 보았다. 반면 '자유의 왕국'인 공산주의는 경제적 갈등과 노동이 없고, 풍요가 넘쳐나는 사회였다. 이는 과거 신화나 종교적 경전 속 유토피아가 아니라, 인류가 지금 당장 추구해야 할 정치적 목표였다.


공산주의는 기술 변화에 달려있다. 생산력이 발달할수록 노동은 생존 수단이 아닌 자기계발의 수단이 될 것이다. 정신적 노동과 육체적 노동의 대립이 사라지면, 노동은 놀이와 더 가까워진다. 이는 모두의 필수적인 욕구와 창의적인 욕구가 충족되는 더 큰 공동의 부를 의미한다. 희소성이 사라지면 '필요'를 넘어선 '사치(luxury)'가 가능해진다. 공산주의는 사치스러워야만 진정한 공산주의가 될 수 있다.


공산주의 없는 탈자본주의: 존 메이너드 케인즈 Post-Capitalism without Communism: J. M. Keynes


마르크스 외에도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즈 역시 자본주의가 그 자체의 발전으로 인해 결국 끝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930년 '우리 손주들의 경제적 가능성'이라는 에세이에서 전쟁이나 인구 증가가 없다면 '경제 문제는 100년 안에 해결되거나 해결의 가시권에 들어올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는 인류가 '경제적 걱정에서 해방되어, 여가를 현명하고 즐겁게 활용하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보았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생산성 발전이 부자에게만 이익이 된다고 본 반면, 케인즈는 이러한 발전이 기술 진보에 따라 노동 시간을 줄이고 노동자들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20세기 역사는 케인즈의 주장이 맞는 것처럼 보였다. 1927년부터 50년간 미국의 미숙련 노동자 실질 임금은 350%나 증가했다. 이는 자본주의의 황금기였다. 그러나 1970년대 초반 임금은 생산성 향상과 분리되기 시작했고, 영국에서는 40년간 실질 임금 성장이 하향세를 보였다. 2017년 영국 싱크탱크인 레졸루션 재단은 2010년대가 18세기 후반 이후 최악의 임금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케인즈는 자본주의가 풍요를 만들어내는 가능성을 정확히 보았지만, 기술 발전의 혜택이 모두에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정치적 투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간과했다.


탈자본주의와 정보: 피터 드러커 Post-Capitalism and Information: Peter Drucker


마르크스와 케인즈와 달리 경영 이론가였던 피터 드러커는 자본주의가 한계를 가진 유한한 시스템이라고 보았다. 그는 자본주의의 종착점을 '탈자본주의'라고 불렀으며, 이는 근대성의 완전한 발전 형태를 의미했다.

드러커는 1993년 HTML이 공개되던 시점에 정보가 노동, 토지, 자본을 능가하는 주요 생산 요소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식이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핵심 자원'이 되었다는 점이 '새로운 사회 역학, 새로운 경제 역학, 새로운 정치를 창출한다'고 보았다.


그는 1880년대 이후 시작된 '생산성 혁명'을 이끈 인물로 미국의 기계 기술자 프레더릭 테일러를 꼽았다. 테일러는 작업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과학적 방법을 도입했다. 이로 인해 가치는 노동, 토지, 자본보다 정보의 지속적인 개선과 적용에 의해 창출되었다. 마르크스 역시 '대규모 산업이 발전할수록 실질 부의 창출은 노동 시간이나 노동량보다 기술의 진보에 더 의존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드러커는 기술과 지식의 발전이 노동을 생산의 중심 요소에서 밀어낼 것이라고 보았으며, 이 과정이 결국 탈자본주의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이러한 변화가 새로운 사회로의 전환을 의미하지만, 이는 계급 투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보았다.


정보 상품은 자유를 원한다 - 정말로 Information Goods Want to Be Free - Really


1990년 경제학자 폴 로머는 '내생적 기술 변화'라는 논문에서 지식이 경제 성장의 새로운 중요성을 가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술 변화가 '원자재를 혼합하는 지침의 개선'이라고 정의하며, 기술의 가치가 원자재 자체보다 그를 다루는 지침에서 나온다고 보았다.


문제는 이러한 '지침'이 무한히 복제될 수 있으며, 거의 제로에 가까운 비용으로 배포될 수 있다는 점이다. 래리 서머스와 J. 브래드포드 드롱과 같은 경제학자들은 '경제 효율성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가격이 한계 비용과 같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보 상품의 한계 비용은 거의 0에 가깝기 때문에, 자본주의의 근간인 이윤 창출 구조가 무너진다.


당시 서머스와 드롱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시적인 독점 권한과 이윤'을 통해 인위적인 희소성을 만들고, 저작권법을 바꾸는 등의 방법을 제안했다. 거의 2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2. 새로운 여행자들 New Travellers


2-1. 완전 자동화: 노동의 탈희소성 Full Automation: Post-Scarcity in Labour


자본이 노동이 될 때, 즉 인간이 만든 도구가 인간이 수행하는 모든 작업을 할 수 있다면, 시장 시스템에서 노동자가 자신의 시간에 대해 요구할 수 있는 가격은 붕괴된다. 이는 과소 소비라는 문제를 일으킨다.


1950년대 헨리 포드 2세와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위원장 월터 루터가 나눈 일화는 이 역설을 보여준다. 포드는 새로 들여온 산업용 로봇들을 가리키며 "이 기계들이 노조에 조합비를 어떻게 낼까?"라고 물었고, 루터는 "헨리, 이 로봇들이 당신의 차를 어떻게 살까요?"라고 되물었다. 이 일화는 자본주의의 핵심 역설을 보여준다. 기업은 비용 절감을 위해 노동자를 제거하려 하지만, 동시에 제품에 대한 수요를 유지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풍요로운 소비자가 되기를 원한다.


말의 정점 Peak Horse


첫 번째 붕괴는 가축을 동력원으로 활용하면서 시작되었다. 12세기에는 물레방아와 풍차가 흔해졌지만, 이러한 동력원은 자연에 의존하는 한계가 있었다. 1800년대 초반까지도 운송, 빛, 난방을 위한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두 번째 붕괴가 등장하며 모든 것이 바뀌었다. 화석 연료는 풍부하고 신뢰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했고, 마차는 자동차로 대체되었다. 19세기 말 런던은 말똥으로 뒤덮일 것이라는 '말 분뇨 위기'에 직면했지만, 자동차와 전차의 등장으로 이 문제는 해결되었다. 이는 한 시대의 기술(말)이 다음 시대의 기술(내연기관)과 충돌하며 발생하는 과도기적 혼란이었다. 미국에서는 1915년에 말의 수가 2,600만 마리로 정점에 달했지만, 이후 수십 년 만에 노동 현장에서 사라졌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류는 지금 **인간의 정점(peak human)**에 도달하고 있다.


로봇의 부상 Rise of the Robots


로봇은 더 이상 공상 과학의 영역이 아니다. 1970년 전 세계에 1,000대였던 산업용 로봇은 2016년 180만 대로 늘었고, 2020년에는 30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 이후 연평균 10% 이상 증가하는 추세다. 이러한 성장은 제조업 고용 감소와 정비례한다. 미국의 제조업 생산량은 크게 늘었지만, 1997년과 2005년 사이 4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이는 생산성 향상으로 인해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생산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는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1,6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농업과 제조업에서 일자리가 사라졌을 때, 서비스업이 그 자리를 채울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서비스업의 반복적인 작업 또한 자동화될 수 있음이 명백해졌다.


IBM의 딥 블루가 체스 그랜드마스터를 꺾고, 왓슨이 퀴즈쇼 챔피언을 이겼지만, 한때 기술자들은 로봇이 인간의 미세한 운동 능력이나 공간 인식 능력 같은 '저급' 기술을 따라잡기는 어렵다고 여겼다. 이를 모라벡의 역설이라 한다. 그러나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 아틀라스의 발전은 이 역설이 곧 극복될 것임을 보여준다. 2009년 어색하게 움직이던 로봇은 2017년 이미 백덤블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카메라, 센서, 칩, 에너지 저장 기술 등 디지털 기술의 기하급수적인 발전 덕분이다.


자율주행차 Autonomous Vehicles


2004년 DARPA의 무인 자동차 경진대회에서 참가 차량들은 240km 코스의 5%만 겨우 완주했다. 그러나 불과 6년 후인 2010년, 구글의 자율주행차는 인간의 개입 없이 14만 마일을 주행했다. 이후 애플, 테슬라, 우버 등 수많은 기업이 자율주행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는 11년 만에 기술이 조롱거리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 산업의 핵심으로 변모한 사례다.


자율주행 기술은 거대한 양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알고리즘을 학습하여 반복적인 작업을 수행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복잡한 수술, 과일 수확, 심지어 저널리즘까지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자율주행차의 등장으로 운전직(미국에만 400만 개의 일자리가 있다)과 택배, 버스, 기차, 비행기, 창고업 등 관련 산업이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기술적 실업이 오고 있다 Technological Unemployment Is Coming


뱅크오브잉글랜드는 향후 수십 년 안에 영국 일자리의 40%인 1,500만 개가 기계 학습으로 인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옥스퍼드 대학의 연구는 미국 일자리의 47%가 '고위험군'에 속한다고 분석했으며, 가트너는 2025년까지 일자리의 3분의 1이 자동화될 것으로 보았다. 이들은 기술 발전이 인간의 고유한 기술을 대체하고, 숙련된 기술을 가진 노동자들이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에 회의적이다.


2003년 제조업 일자리가 전 세계 1억 6,300만 개였지만, 2040년에는 몇 백만 개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에서는 백악관 경제학자들이 시간당 20달러 미만을 버는 노동자의 83%가 로봇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존재하는 자동화 Actually Existing Automation


2017년 아마존은 계산원이 없는 '아마존 GO' 매장을 열었다. 딥러닝 알고리즘과 센서 기술을 활용한 이 매장은 고객이 물건을 집어 들고 그냥 걸어 나가면 자동으로 결제된다. 아마존이 홀 푸드 마켓을 인수한 것도 공급망을 확보하고 8,000억 달러 규모의 식료품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전략이다.


아마존 GO에는 교대 근무당 6명이 필요하지만, 일반적인 미국 슈퍼마켓에는 72명의 직원이 필요하다. 이는 소매업의 미래가 자동화에 있음을 보여준다. 영국의 소매 컨소시엄은 2025년까지 소매업 일자리의 3분의 1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고부가가치' 서비스업도 자동화에서 자유롭지 않다. 심장 수술부터 세금 계산까지, 반복적인 작업은 자동화될 수 있다. 2017년 런던대학은 로봇 수술 시스템인 '다빈치'가 전립선암 환자 500여 명의 생명을 구했다고 발표했다. 이 로봇은 인간 외과 의사보다 더 높은 정밀도를 제공한다.


의학 분야에서는 방사선과 의사처럼 패턴 인식을 주로 하는 직업은 특히 로봇에 취약하다. 아터리스(Arterys)라는 의료 영상 시스템은 심장 MRI를 판독하는 데 15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는 사람이 45분 걸리는 작업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의사들은 더 적은 수로도 더 빠르고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법률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컨설팅 회사 딜로이트의 2016년 연구에 따르면, 영국 법률 직업의 40%가 향후 20년 내에 자동화될 가능성이 높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검색이나 정보 처리 작업은 이미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되고 있다.


노동의 미래 The Future of Work


기술이 일자리를 없애는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과거의 역사는 그렇지 않았다. 오늘날 직업의 80%는 1세기 전에도 존재했으며, 새로 생긴 직업은 전체 일자리의 10%에 불과했다. 태양 전지판 엔지니어, 풍력 터빈 기술자 등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겠지만, 운전사, 계산원, 건설 노동자처럼 대규모 고용을 창출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변화는 1894년 런던의 '말 분뇨 위기'가 내연기관의 등장으로 해결된 것처럼, 과거의 패러다임이 새로운 패러다임에 밀려나는 과정으로 보인다. 두 번째 붕괴가 '말의 정점'을 만들었듯이, 세 번째 붕괴는 '인간의 정점'을 만들 것이다.



2-2. 무한한 힘: 에너지의 탈희소성 Limitless Power: Post-Scarcity in Energy


에너지와 붕괴 Energy and Disruption


인류의 역사는 에너지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수렵채집인 시절, 인류는 자신의 몸을 주된 에너지원으로 삼아 도구와 음식을 얻었다. 1만 2천 년 전 농업의 시작과 함께 첫 번째 붕괴가 일어났다. 인류는 동물을 가축화하며 그들의 노동력을 활용했고, 이는 식량 잉여와 정착 사회를 가능하게 했다. 고대 사회에서는 인간 노예제도 중요한 에너지원 역할을 했다. 중세 유럽에서는 물레방아와 풍차가 등장했지만, 이들은 자연에 의존한다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16세기 르네상스 시대에도 인류의 교통, 조명, 난방 방식은 수천 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18세기 후반, 증기기관의 등장은 두 번째 붕괴를 일으키며 모든 것을 바꿨다. 산업화된 경제는 화석 연료라는 풍부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원에 의존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인류는 기술적, 경제적 변혁을 이루었지만, 동시에 지구의 생태계를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수십억 년 만에 한 종의 활동이 지구의 생명 유지 능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된 것이다.


인류세의 도래 Arrival of the Anthropocene


두 번째 붕괴의 정확한 환경적 영향은 아직 불분명하다. 다만 과학계는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 증가로 인해 지구의 기온이 1880년대보다 0.8도 상승했다는 데 동의한다. 과거의 행동으로 인해 미래의 기온 상승은 불가피하며, 현재의 탄소 배출량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어 지구는 더 더워질 것이다.


기후 변화는 단순히 정치적 문제를 넘어 인류의 존재를 위협한다. 기온 상승이 섭씨 2도 이내로 유지되더라도 엄청난 재앙이 될 수 있다. 만약 6도 이상 상승하면 해수면이 200m 높아지고, 대부분의 지역이 사막이 되며, 대기 중 메탄 농도 증가로 인해 숨 쉬는 것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인류는 앞으로 20년 안에 화석 연료에서 벗어나고,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85% 이상 줄이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현재 수준으로 안정시켜 재앙을 피할 수 있다. 문제는 인류가 지난 25년간 이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오히려 배출량이 더 증가했다는 점이다. 현재의 경로는 전속력으로 파멸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에너지는 자유를 원한다 Energy Wants to Be Free


현재 전 세계 인류는 연간 약 15만 테라와트시(TWh)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앞으로 30년간 인구는 97억 명으로 늘고, 개발도상국의 에너지 소비도 선진국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다. 즉, 우리는 지금보다 두 배나 많은 에너지를 탈탄소화해야 한다.


긍정적인 점은 선진국의 에너지 소비량이 최근 몇 년간 감소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영국은 2000년 이후 에너지 소비량이 매년 $2%$씩 줄어들었고, 미국은 8년간 6% 감소했다. 이는 에너지 효율성 향상 덕분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17년 '제로 10년'을 선언하며, 향후 10년 내에 전 세계가 화석 연료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기온 상승이 2도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후 IPCC는 2030년 전에 광범위한 탈탄소화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는 2020년부터 부유한 북반구 국가들이 매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8%씩 줄여 2030년까지 완전히 탈탄소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 후 남반구 국가들이 같은 속도로 전환을 시작하면 2040년까지 전 세계가 화석 연료를 벗어날 수 있다. 이로써 인류는 무한하고 영원히 저렴한 에너지의 길에 들어설 것이다.


태양 에너지: 무한하고 깨끗하며 자유로운 Solar Energy: Limitless, Clean, Free


태양은 지구에 174페타와트($1.740\times10^{17}$와트)의 에너지를 끊임없이 쏟아붓는다. 이는 인류가 1년간 소비하는 에너지의 수천 배에 달하는 양이다. 인류는 수십 년 전부터 이 에너지를 포착하고 저장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지만, 화석 연료에 비해 비경제적이었다. 하지만 21세기 초부터 태양광 기술의 가격이 극적으로 하락하며 상황이 바뀌었다.


1958년 NASA의 인공위성에 사용된 태양 전지판은 0.5와트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수천 달러가 들었지만, 1970년대 중반에는 100달러로 떨어졌다. 2016년에는 1와트의 가격이 50센트까지 하락하며, 햇볕이 풍부한 국가에서 화석 연료의 진정한 대안이 되었다.


태양광 발전 용량은 2년마다 두 배로 증가하며, 2004년부터 2015년 사이에 100배 증가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2016년 태양광이 전 세계 신규 에너지 발전원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에너지원이 되었다고 발표했다. 2017년까지 미국의 보조금 없는 태양광 발전 비용은 킬로와트시당 6센트 미만으로 떨어졌으며, 2020년에는 3센트 미만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흐린 북유럽 국가에서도 태양광 발전이 재정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태양광으로의 완전한 전환에는 지출 순증가분이 없을 것이다. 현재 전 세계는 화석 연료에 연간 약 2.2조 달러를 지출한다. UN은 40년간 매년 1.9조 달러를 투자하면 완전한 전환이 가능하다고 추산한다. 이는 화석 연료에 지출될 비용보다 적은 금액이다.


미래로의 질주 Racing to the Future


2017년 영국 정부는 2040년까지 모든 휘발유 및 디젤 차량 판매를 금지한다고 발표했지만, 현재 추세로는 그때쯤이면 살 수 있는 휘발유차가 없을 것이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가격은 태양 전지보다 더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2009년 킬로와트시당 650달러였던 리튬이온 배터리 가격은 2020년대 초반에는 테슬라가 100달러, GM이 2022년까지 100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차와 직접적으로 경쟁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태양광과 남반구 Solar and the Global South


태양광은 남반구의 빈곤한 국가들에게 가장 큰 변혁을 가져올 것이다. 나이지리아는 인구 1억 8천만 명 중 절반이 전기를 쓰지 못하지만, 2050년까지 인구가 4억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이 모두에게 전기를 공급할 유일한 방법은 태양광 발전이다. 이는 비용이 많이 드는 전력망 인프라를 건너뛰고 바로 태양광 발전으로 전환하는 '도약(leapfrog)'을 가능하게 한다.


케냐에서는 M-Kopa와 같은 기업이 '선불제' 태양광 시스템을 제공하여 수십만 가구가 저렴하게 전기를 이용하고 있다. d.light 같은 회사도 62개국에서 1,200만 개의 태양광 제품을 판매했다. 이러한 모듈형 태양광 기술은 휴대폰처럼 빠르게 확산되어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빈곤을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바람 Wind


햇빛이 적은 북반구 국가들의 경우, 태양광 발전과 더불어 풍력 발전이 대안이 된다. 2016년 영국에서는 풍력 발전량이 석탄 발전량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풍력 터빈 기술 또한 태양광 기술과 마찬가지로 가격이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2017년 영국 정부는 해상 풍력 발전 비용이 2020년대 초반에는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보다 저렴해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따뜻하게 지내기 Keeping Warm


에너지의 탈희소성은 단순히 발전 비용 절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추운 지역의 경우 가정 에너지 소비의 대부분은 난방에 사용된다. 그러나 '패시브하우스'와 같은 단열 기술은 난방에 필요한 에너지를 거의 제로에 가깝게 만들 수 있다. 이는 수십 년 전부터 알려진 기술이지만, 시장 기반 솔루션으로는 확산되지 못했다.


또한 LED 조명 기술은 루멘당 비용이 2010년에서 2016년 사이 90% 하락했으며, 모든 조명을 LED로 바꾸면 영국의 전력 소비량 중 조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에서 $3\sim4%$로 줄어든다.


기후 변화에 대한 해결책은 이미 여기에 있다 The Solutions to Climate Change Are Here


인류가 만든 기후 변화는 전례 없는 위기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지구를 뜨겁게 달구는 화석 연료를 넘어설 에너지 혁명의 문턱에 서 있다. 이 혁명을 가속화하지 않으면 인류의 생존과 지구의 생명 유지 능력이 위태로워진다.


에너지의 탈희소성은 자본주의의 본질인 이윤 추구와 충돌한다. 가격이 한계 비용과 같아야 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에너지 가격이 0에 가까워지면 기업들은 인위적으로 희소성을 만들어 이윤을 확보하려 할 것이다. 이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냅스터 같은 파일 공유에 맞서 넷플릭스나 스포티파이 같은 구독 모델을 도입한 것과 유사하다.


에너지 가격이 노동과 정보처럼 0에 가까워지면서, 우리는 '누가 소유권을 갖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해야 한다.



2-3. 하늘을 캐다: 자원의 탈희소성 Mining the Sky: Post-Scarcity in Resources


유한한 세계 A Finite World


자원 희소성과 고갈은 기후 변화와 함께 현 시대의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태양은 인류가 필요로 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공급하지만, 재생 가능 에너지 시스템의 핵심 광물인 리튬과 코발트 같은 자원은 유한하다. 아무리 태양광 전지, LED,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험 곡선이 발전하더라도, 이를 만들 광물이 없다면 희소성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2014년 '로마 클럽'의 보고서는 많은 광물 상품의 생산이 정점에 도달하고 있으며, 2050년경에는 석탄 생산이, 그보다 10년 일찍 구리 생산이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측했다. 재생 에너지 저장 기술의 핵심인 리튬은 화석 연료에서 완전히 전환하기에 충분한 양이 지구에 있지만, 끊임없는 재활용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 배터리의 1%만 재활용된다.)


또한 현대 농업에 필수적인 인산염 비료는 매장량이 충분하지만, 채굴 가능한 양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세계 경작지의 40%는 이미 인산염 부족을 겪고 있다. 게다가 집약적인 농업 방식으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는 토양 비옥도가 50%나 감소했다. 인류의 자원 수요가 정점에 달하는 시점에 지구는 자원 고갈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구의 한계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인류는 이제 우주를 채굴할 것이기 때문이다.


소행성 채굴 Asteroid Mining


2017년 스페이스X의 CEO인 일론 머스크는 국제우주인대회에서 회사의 새로운 목표를 발표했다. 바로 화성 유인 탐사를 위한 새로운 우주 수송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스페이스X는 BFR(Big Fucking Rocket)이라는 새로운 로켓을 개발해 NASA의 새턴 V를 능가하는 역대 가장 강력한 발사체를 만들 계획이다. 머스크는 이 시스템을 이용해 이르면 2022년에 화성으로 화물을 보내고, 2024년에는 첫 유인 탐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 50년간 인류는 1967년 발사된 NASA의 새턴 V 로켓을 능가하는 발사체를 만들지 못했다. 그러나 스페이스X의 BFR과 NASA의 SLS(Space Launch System)는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을 것이다. 머스크의 예측은 종종 늦춰지지만, 스페이스X의 성공을 보면 그에게 베팅하는 것을 주저할 수 없다. 2008년 스페이스X는 민간 자금으로 개발된 액체 추진제 로켓을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고, 2015년에는 팰컨 9 부스터가 발사 후 지구로 귀환하는 데 성공했다. 재사용 가능한 로켓은 우주 운송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것이다.


민간 우주 산업의 탄생 Birth of a Private Space Industry


오늘날 스페이스X의 팰컨 9 로켓 발사 비용은 약 6,100만 달러다. 그러나 로켓 랩(Rocket Lab)과 같은 소규모 기업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490만 달러의 저렴한 비용으로 로켓을 발사하려 한다. 이는 비용 절감을 위해 3D 프린팅과 전기 추진 사이클 같은 혁신적인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로켓 랩의 CEO 피터 벡은 "로켓 전체가 제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다. 우리는 3D 프린팅 엔진을 사용하며, 프린터만 더 사면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렐러티비티 스페이스(Relativity Space)와 같은 다른 회사들도 3D 프린팅 기술로 로켓 제작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려 한다. 로켓 제작 비용의 90%를 차지하는 인건비를 거의 제로에 가깝게 만들 계획이다. 이들의 3D 프린터는 로켓 동체 전체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하며, 2020년대 중반까지는 이러한 접근 방식이 업계 표준이 될 것이다.


비용 하락, 야심은 상승 Falling Costs, Rising Ambitions


아폴로 달 탐사 프로그램의 예산은 현재 가치로 약 1,500억 달러였다. 반면 스페이스X의 로켓은 그보다 훨씬 저렴하다. 기술 혁신 덕분에 소규모 기업들도 우주 탐사에 뛰어들 수 있게 되었다. 문 익스프레스(Moon Express)는 3년 안에 달 남극에 기지를 건설하겠다는 야심을 밝혔다. 그들은 'PECO 엔진'을 사용해 달의 얼음에서 연료를 만들어 지구로 돌아올 계획이다. 이들은 달과 화성을 '거대한 주유소'로 만들려 한다.


이러한 우주 탐사의 동기는 이타주의가 아니다. 2007년 NASA와 13개 우주 기관이 발표한 '글로벌 탐사 전략(GES)'은 우주 탐사가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창출함으로써 중요한 기업가적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 문서는 우주에서의 사적 이익 추구를 위한 규칙을 정하고 있다.


인류 전체의 영역 The Province of All Mankind


1967년에 제정된 '외기권 조약'은 우주를 '인류 전체의 영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약은 사기업의 권리와 책임을 명시하지 않아, 우주 채굴이 공해상에서의 어업과 유사한 법적 틀에 속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문 익스프레스의 공동 창업자 나빈 자인과 같은 기업인들은 '민간 투자를 통해 해방된 자원에 대해 소유권을 갖는다는 선례가 있다'며 낙관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현재의 우주 기술은 대부분 공적 자금으로 개발되었다. V2 로켓부터 스푸트니크, 아폴로 탐사까지 모든 중요한 기술 발전은 국가 주도로 이루어졌다. 따라서 우주는 '인류 전체의 영역'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미국은 이미 2015년 자국 기업들이 우주 자원 채굴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법을 제정했고, 룩셈부르크도 2017년에 소행성 채굴 회사들이 자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법적 틀을 마련했다.


소행성 채굴이 가능해지면, 인류는 지구를 넘어선 엄청난 광물 자원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소행성 16 프시케(Psyche)의 철 성분만 해도 1만 경 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추정된다. 축구장 크기의 작은 소행성에도 500억 달러 상당의 백금이 있을 수 있다. 이는 자원의 희소성을 영원히 종식시킬 잠재력이 있다.


가치를 넘어서는 풍요 Abundance beyond Value


소행성 채굴이 성공하면 광물 가격이 폭락할 수밖에 없다. 지구의 광물 자원은 '슈퍼마켓의 빵 부스러기'에 불과하며, 우주에는 무한한 풍요가 존재한다. 자본주의는 희소성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이러한 풍요는 자본주의의 내부 논리를 무너뜨린다.


따라서 자본주의 체제는 정보, 에너지, 노동에서 이미 경험했듯이, 인위적인 희소성을 만들어 이윤을 확보하려 할 것이다. 이는 기업들이 가치 있는 소행성을 수십 년 전에 선점하거나, 특정 채굴 기술에 대한 지적 재산권을 독점하는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 기업들은 '우리는 한 행성을 망쳤다. 다른 행성들은 망치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주 채굴은 공공의 영역으로 남아야 한다. 우주 기술의 발전은 대부분 공적 자금으로 이루어졌다. 국제 우주 정거장에만 약 1,500억 달러가 투입되었고, 아폴로 계획에도 비슷한 금액이 사용되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1960년 유엔 연설에서 '유엔 산하의 우주 국제 협력 프로그램'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자본주의는 자연적 풍요를 받아들이는 데 서툴다. 정보, 에너지, 노동, 그리고 자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무한하고 거의 공짜로 공급된다면, 이윤을 위한 생산이라는 자본주의의 핵심 논리는 무너진다. 이는 자본주의가 희소성이 영원히 존재한다는 전제 위에 세워졌기 때문이다.



2-4. 운명을 편집하다: 건강의 탈희소성 Editing Destiny: Age and Post-Scarcity in Health


고령화되는 종족 An Ageing Species


2020년까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65세 이상 인구가 5세 미만 인구보다 많아진다. 2050년에는 14세 미만 인구보다 65세 이상 인구가 더 많아질 것이다. 이는 인류의 가장 큰 성취일 수 있지만, 동시에 수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특히 젊은 노동 인구보다 부양 인구가 많은 상황에서 공적 연금과 사회화된 노인 돌봄 시스템이 지속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17세기 철학자 토머스 홉스가 자연 상태에서의 삶을 '더럽고, 잔인하고, 짧다'고 묘사한 것처럼, 당시 성인 남성의 수명은 40세를 넘기기 힘들었다. 그러나 19세기 중반 현대 의학과 위생 개념이 도입되면서 영유아 사망률이 급격히 감소하고 수명이 늘어났다. 그 결과 1800년 10억 명이었던 세계 인구는 20세기 말 60억 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러한 인구 증가와 함께 수명 연장이라는 또 다른 추세가 나타났다. 2015년 전 세계 평균 수명은 71세로, 20세기 초반보다 40년이나 늘었다. 그러나 국가가 부유해질수록 출산율은 감소한다. 이는 고령화 사회가 인구 부족과 함께 연금 및 의료 시스템에 엄청난 부담을 안겨줄 것임을 의미한다.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tandard & Poor's)의 2013년 시뮬레이션은 전 세계 국가의 60%가 고령화로 인해 25년 안에 신용 등급이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고령화는 경제 성장을 둔화시킨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연구는 인구 변화로 인해 저금리, 저성장 시대가 도래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아시아 전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특히 영국에서는 2016년부터 2030년까지 65세 이상 인구가 3분의 1 증가하고, 85세 이상 인구는 거의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공적 재정 부담이 커지고, 기존의 경제 모델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만성적인 재정 적자에 시달릴 것이다.


영국 고령화: 긴축 재정 너머의 긴축 Ageing in Britain: Austerity beyond Austerity


2017년 영국 총선에서 보수당이 의회 과반수를 잃은 결정적인 원인 중 하나는 '치매세' 공약이었다. 이 정책은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개인이 자산(주택 포함) 가치가 10만 파운드 이하로 떨어질 때까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사실상 새로운 상속세처럼 받아들여져 유권자들의 큰 분노를 샀다. 이 사건은 고령화 문제가 향후 정치적 변동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100년간 주요 사망 원인은 감염병에서 나이와 관련된 질병으로 바뀌었다. 2016년 영국과 웨일스에서 가장 큰 사망 원인은 심장병이 아닌 알츠하이머와 치매였다. 이는 수명이 늘어날수록 나이 관련 질병의 증가를 피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질병의 증가는 지수 함수적으로 진행된다. 70세와 75세 사이에는 알츠하이머에 걸릴 확률이 두 배로 늘고, 75세와 80세 사이에도 두 배로 증가한다.


그러나 기술적 실업, 기후 변화, 자원 부족과 마찬가지로 세 번째 붕괴는 건강 분야에서도 해결책을 제시한다. 바로 정보의 탈희소성이다. 모든 살아있는 유기체는 결국 물질과 정보의 복합체이기 때문이다.


(유전) 정보는 자유를 원한다 (Genetic) Information Wants to Be Free


1953년 프랜시스 크릭과 제임스 왓슨이 DNA의 분자 구조를 발견한 이후, 생명체의 기본 구조를 이해하는 능력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나란히 진보했다. 2003년 30억 달러의 예산으로 13년간 진행된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완료되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의 진정한 가치는 마지막 몇 년간 유전자 시퀀싱 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했음을 보여준 데 있다.


게놈 시퀀싱 비용은 2007년 100만 달러에서 2015년 1,000달러로, 2017년에는 100달러 미만으로 떨어졌다. 13년이 걸리던 작업이 이제 한 시간 만에 가능하다. 이는 무어의 법칙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다. 앞으로 10년 안에 게놈 시퀀싱 비용은 30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며, 전문가들은 2022년에는 변기 물을 내리는 비용만큼 저렴해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게놈 시퀀싱은 의학을 '반응적' 치료에서 '예방적' 치료로 바꿀 것이다. 신생아의 게놈을 분석하여 평생의 건강 위험을 예측하고, 심지어 혈액 검사만으로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개발도상국에서도 선진국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누리게 할 것이다.


의료의 탈희소성: 유전자 치료 Extreme Supply in Healthcare: Gene Therapies


유전자 공학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인류는 지난 1만 2천 년 동안 선택적 교배를 통해 식물과 동물의 게놈을 의도적으로 변화시켜왔다. 그러나 2013년 CRISPR(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 기술의 등장은 유전자 편집을 훨씬 더 쉽고 저렴하게 만들었다. CRISPR은 박테리아의 면역 체계를 모방해 특정 유전자 서열을 잘라내고 편집하는 기술이다. 이는 유전병을 치료하거나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는 데 사용될 수 있다.


CRISPR 기술은 유전자 편집의 진입 장벽을 극적으로 낮춰, 곧 모든 사람이 유전자 편집에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의 확산은 새로운 윤리적,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미국 생물 해커 데이비드 이시(David Ishee)는 '프랑켄슈타인' 동물에 대한 규제를 비판하며, 사람들이 건강한 동물을 생산하고 FDA가 이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엘리시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Welcome to Elysium


영화 '엘리시움'은 2154년의 미래를 보여준다. 지구는 자원 고갈과 인구 과잉으로 황폐해졌고, 부유한 소수는 '엘리시움'이라는 인공 우주 기지에서 살며 모든 질병을 치료하는 의료 기술을 독점한다. 이는 기술의 풍요가 모두에게 공유되지 않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우화다. 영화의 결말은 주인공이 자신의 희생을 통해 의료 기술을 지구의 모든 사람에게 공개하는 것으로 끝난다.


이는 세 번째 붕괴가 보여주는 역설과 일치한다. 우리 사회에는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기술이 충분하다. 그러나 인위적인 희소성, 즉 모든 것이 이윤을 위해 생산되어야 한다는 시장 논리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


우주 기술의 발전이 공적 자금에 크게 의존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익은 소수의 민간 기업에게 돌아가고 있다. 마찬가지로 의료 기술의 탈희소성 또한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고, 부유층은 유전자를 편집해 자녀를 우월하게 만들고 나머지는 뒤처지게 만들 수 있다. 이는 인류가 '모두가 평등하게 창조되었다'는 근본적인 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결국 의료가 점차 정보 상품이 되어가면서, 모두를 위한 의료는 상품 교환과 이윤을 넘어선 인간의 기본권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형태의 생물학적 불평등이 기존의 경제적 불평등과 결합하여 사회를 더욱 양극화시킬 것이다.



2-5. 동물 없는 식량: 음식의 탈희소성 Food without Animals: Post-Scarcity in Sustenance


음식, 잉여, 그리고 붕괴 Food, Surplus, and Disruptions


첫 번째 붕괴는 무엇보다도 식량 혁명이었다. 수렵채집 사회의 인류는 기껏해야 불과 돌도끼 같은 간단한 도구를 사용했다. 1만 2천 년 전 농경이 시작되기 전까지 지구 인구는 5백만 명에 불과했다.


농작물을 재배하고 가축을 사육하면서 인구는 증가했고, 더욱 복잡한 사회를 형성할 수 있었다. 인류는 더 이상 포식자나 기근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지 않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농업은 인류에게 잉여를 제공했으며, 도시, 글쓰기, 수학을 탄생시킨 기술적 토대가 되었다.


한계에 이른 지구 A Stretching World


농업은 인류의 성장을 뒷받침했지만, 이제 지구의 자연적 한계에 부딪혔다. 현재 지구는 여섯 번째 대멸종 사건을 겪고 있으며, 포유류 4분의 1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가장 큰 물고기의 90%가 사라졌고, 빙하가 녹아내려 수십억 명의 식수가 위협받고 있으며, 농경지는 염분화되어 황폐해지고 있다.


기후 변화는 농업 생산량을 감소시킬 것이다. 국제미작연구소(IRRI)의 연구에 따르면, 기온 상승은 2050년까지 인도 아대륙의 쌀 생산량을 17%, 옥수수 생산량을 6% 감소시킬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인구 증가와 물 부족이라는 이중고를 겪는 지역에서 특히 심각한 문제다. 남반구뿐만 아니라 북반구의 부유한 국가들 또한 기후 변화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예를 들어, 미국은 기온 상승으로 옥수수와 콩 생산량이 각각 30%, 4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토머스 맬서스와 같은 과거의 사상가들은 인구 증가가 식량 생산량 증가를 앞질러 인류에게 비참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 예측했다. 그러나 '녹색 혁명'은 이러한 비관론을 반박했다. 농업 기술 발전은 식량 생산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려, 1970년대 이후 수십억 명의 생명을 구했다. 이는 인류의 집단 지성이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동물 없는 합성 육류 Synthetic Meat: Meat without Animals


지구상의 거의 모든 생명체는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얻는다. 식물과 조류는 광합성을 통해 스스로를 먹여 살린다. 이 식물은 다시 초식동물의 먹이가 되고, 초식동물은 육식동물과 인간의 먹이가 된다. 하지만 소 같은 동물은 식물성 단백질을 동물성 단백질로 전환하는 데 매우 비효율적이다. 소고기 1kg을 생산하려면 소가 섭취하는 곡물의 93%가 낭비된다.


기후 변화, 자원 부족, 인구 증가라는 문제를 고려할 때, 인류는 육류 소비를 대폭 줄여야 한다. 그러나 자유로운 선택과 식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다행히도, 현재의 패러다임이 감당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이 위기에 대한 해결책이 있다. 바로 세포 농업 기술이다. 이는 동물 없이도 육류, 우유, 계란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다.


네덜란드의 과학자 마크 포스트(Mark Post)가 2013년 최초의 배양육 햄버거를 선보인 이후, 세포 농업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동물에게서 소량의 줄기세포를 채취한 뒤, 생물 반응기에서 산소, 설탕, 미네랄을 공급하여 근육 세포로 성장시키는 방식이다. 이 기술은 물과 토지 사용량을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감소시킬 수 있다. 멤피스 미츠(Memphis Meats)의 CEO 우마 발레티(Uma Valeti)는 이 기술이 '공장형 농장을 대체할 것'이라며, '가족 농장이 전 세계의 육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핀리스 푸즈(Finless Foods)의 CEO 마이크 셀든(Mike Selden)은 '동물을 죽이고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도 음식을 만들 수 있다'며 동물 복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식물로 만든 육류 Meat from Vegetables


세포 농업은 합성 육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임파서블 푸즈(Impossible Foods)는 식물성 재료를 사용해 맛과 질감이 실제 고기와 유사한 햄버거를 개발했다. 핵심은 '헴(heme)'이라는 분자다. 동물 근육 조직에 풍부한 헴은 고기의 풍부한 맛과 철분 같은 맛을 낸다. 이 헴은 식물에도 존재하며, 임파서블 푸즈는 유전자를 조작한 효모를 발효시켜 헴을 대량 생산한다. 이 기술은 맥주를 양조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세포 농업은 우유, 치즈, 계란 등 다양한 식품으로 확장되고 있다. 퍼펙트 데이 푸즈(Perfect Day Foods)는 미생물 발효를 통해 우유 단백질인 카제인과 유청을 생산하여 락토스 없는 우유를 만들었다. 이 과정은 소의 위장과 비슷하지만, 동물에게 소비되는 에너지가 없고 메탄가스 배출도 없다. 저스트 푸즈(Just Foods)는 완두콩에서 달걀흰자의 특성을 가진 단백질을 찾아내 식물성 마요네즈를 만들었다.


샴페인 사회주의 Champagne Socialism


세포 농업 기술은 와인 산업에도 적용된다. 엔드리스 웨스트(Endless West)는 포도나 발효 과정 없이 와인을 재창조한다. 분자 조립 기술을 사용해 아미노산, 글리세린, 설탕, 에탄올 등을 정밀하게 혼합하여 특정 빈티지의 맛을 재현할 수 있다. 이는 고가의 와인을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러한 식량 기술은 생산과 유통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현재 미국 식사 재료는 평균 1,550마일을 이동하며, 식품 소매 가격의 70%는 운송, 보관, 취급 비용이다. 하지만 초국지화된 생산은 이러한 낭비를 없앨 것이다. 결국, 식량은 정보, 에너지, 노동처럼 '자유'를 원하게 된다.



3. 파라다이스를 찾아서 Paradise Found


3-1. 대중적 지지: 럭셔리 포퓰리즘 Popular Support: Luxury Populism


엘리트 기술 관료주의에 맞서 Against Elite Technocracy


세 번째 붕괴의 기술들은 이미 새로운 세계관을 형성하고 있다. 소유, 노동, 심지어 희소성까지 사회의 모든 측면이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정치적 힘으로 전환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술의 탈희소성 경향은 모든 것을 영구적으로 저렴하게 만들지만, 적절한 정치가 없다면 이는 새로운 형태의 영리 추구로 이어질 뿐이다. 과거의 마르크스가 '가장 발달된 기계는 오히려 노동자가 야만인이나 가장 단순한 도구로 일할 때보다 더 오래 일하게 만든다'고 썼던 것처럼, 새로운 기술은 사람들을 더 많이 착취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현실에 대응하려면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급진적인 변화를 제시해야 한다. 세 번째 붕괴의 혜택을 개인의 삶과 연결하여, 오직 완전 자동화된 럭셔리 공산주의(FALC)에서만 '최고의 삶'을 살 수 있다고 주장해야 한다. 이는 사람들에게 '과거의 경제 체제에 안주하지 말고 싸워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녹색과 빨강 The Red and the Green


이러한 '럭셔리 포퓰리즘'은 '빨강'과 '녹색'을 모두 포용해야 한다. 빨강은 세 번째 붕괴의 기술을 인류를 위한 도구로 활용해 개인의 자유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녹색은 이러한 변화가 환경 파괴 없이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한다. 이는 풍요로운 자원이 인류에게 행복을 줄 뿐만 아니라, 공동의 목적 의식을 심어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럭셔리 포퓰리즘은 기존의 윤리적 소비나 '지역성'을 강조하는 소극적인 태도를 거부한다. 다섯 가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구적 규모의 대응이 필요하며, 인류의 야심은 프로메테우스처럼 거대해야 한다. 예를 들어, 화석 연료 기업에 대한 투자 철회 운동은 기후 정의를 외치는 데 그치지 않고, 화석 연료가 더 높은 삶의 질을 가로막는 장애물임을 지적해야 한다.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에 비하면 화석 연료는 지난 세기에 고래 기름을 태워 불을 밝히던 것처럼 비효율적이다.


다시 돌아온 역사 History Is Back


과거의 엘리트들은 신성한 권리를 내세워 권력을 정당화했지만, 현재의 엘리트들은 성장을 숭배하며 '기술 관료주의'를 내세운다. 이들은 성장만 있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삶의 질은 정체되어 있고, 이들의 말은 더 이상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사람들이 거대하고 전례 없는 문제에 직면했다는 것을 직감하면서, '인민'이라는 정치적 주체가 돌아오는 것은 필연적이다. 이러한 대중의 귀환은 우파 포퓰리즘의 부활처럼 토지, 혈통, 민족에 기반한 배타적인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고, 역사를 바꿀 잠재력을 가진 변혁적 주체로서 나타날 수도 있다.


선거 정치와 사회 Electoralism and Society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치에 항시적으로 참여하기 어렵다. 현대 사회의 과도한 업무와 끊임없는 요구, 감각의 과부하로 인해 정치에 헌신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FALC를 위한 정치는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고, 선거 정치를 활용하여 사람들의 일시적인 정치 참여를 효과적으로 동원해야 한다.


FALC는 자본주의의 정교한 기계가 노동을 어떻게 착취하는지 이해하며, 모든 이에게 자유를 가져다줄 수 있는 기술에 집중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정치적 변화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새로운 기술과 사회 관계, 그리고 사상을 아우르는 '생산 방식'의 변화를 필요로 한다. FALC가 제시하는 혁명은 한 지배 계급을 다른 지배 계급으로 대체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주의에 맞서 국제주의로 Against Globalism, towards Internationalism


FALC는 지구촌 경제, 상품, 사람, 자본, 기후 시스템의 통합성을 이해하는 국제주의를 지향한다. 이는 19세기에 등장한 민족주의, 제국주의, 사회주의와 같은 '원형 정치'를 재구성하는 것과 같다. FALC는 다자간 타협이라는 명분하에 이루어지는 엘리트들의 이해관계에 반대하며, 시범적인 '원형 정치'를 통해 사회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만약 우리가 기차, 통신, 도로를 통해 전 세계를 연결하고자 했다면 모범을 보이고 모방하는 방식을 택했다. 보편적인 문해력과 위생, 그리고 민주주의를 추구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FALC 역시 시범적인 프로젝트와 국제적인 모방을 통해 세계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자유, 럭셔리, 그리고 탈희소성의 추구'라는 단순한 모토를 따르는 것이다.



3-2. 근본 원칙: 신자유주의와의 결별 Fundamental Principles: The Break with Neoliberalism


캐릴리언의 붕괴와 동해안선 Carillion’s Collapse and the East Coast Line


신자유주의는 공공재를 사적 이윤과 주주 가치의 제단에 바치도록 요구한다. 이는 민영화와 아웃소싱을 통해 이루어진다. 민영화가 전체 산업을 넘기는 것이라면, 아웃소싱은 공공 소유의 외관을 유지하면서도 사적 이윤을 빼돌리는 데 사용된다. 이러한 과정은 노동자를 가난하게 만들고 서비스의 질을 저하시키며, 지역 사회의 부와 노하우를 고갈시킨다.


2018년 초 파산한 영국 건설 및 시설 관리 회사 캐릴리언(Carillion)의 사례가 아웃소싱의 실패를 명확히 보여준다. 캐릴리언은 전체 업무의 최대 90%를 하도급 주었으며, 그 결과 3만 개에 달하는 협력업체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반면, 헤지펀드들은 캐릴리언의 몰락에 베팅해 수억 파운드의 이익을 얻었다.


영국 철도 시스템의 동해안선(East Coast Main Line) 사례는 신자유주의 논리가 얼마나 비합리적인지 보여준다. 2009년 국유화된 동해안선은 최고의 서비스와 효율성을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2013년 다시 민영화되었다. 결국 민간 운영사는 수익성 부족을 이유로 2018년 또다시 파산했고, 동해안선은 재국유화되었다. 이처럼 민영화된 철도와 아웃소싱 회사는 주주를 위해 가치를 추출하는 기계에 불과하다.


신자유주의는 공적 기관의 지출 능력을 약화시키고, 동시에 홈리스와 빈곤 같은 사회 문제를 심화시킨다. 이로 인해 공적 행위자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 중심적인 해결책에 의존하게 된다. 이는 마치 고대 신화 속에서 자신의 꼬리를 먹는 뱀인 우로보로스(ouroboros)처럼, 불평등과 무능한 국가를 의도적으로 만들어내는 시스템이다.


그렌펠 화재 The Grenfell Fire


신자유주의의 논리는 인간적인 비극으로 이어진다. 2017년 런던 그렌펠 타워 화재는 신자유주의의 명확한 역사적 표현이다. 보수당 의원 제이콥 리스-모그(Jacob Rees-Mogg)는 브렉시트가 '인도만큼 낮은' 환경 및 안전 기준을 허용할 수 있다고 발언하며, 규제 완화가 신자유주의의 핵심임을 암시했다. 존 맥도넬(John McDonnell)과 클라이브 루이스(Clive Lewis) 같은 정치인들은 그렌펠 화재를 '사회적 살인'이라 규정하며, 신자유주의가 국민의 안전보다 이윤을 우선시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신자유주의는 시장 균형을 위해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최적의 결과를 낳는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그렌펠 타워의 비극은 규제 완화라는 정치적 선택이 어떤 비참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준다. 신자유주의의 논리는 대중에게 현실인 것처럼 제시되지만, 실제로는 극심한 불평등과 비극을 초래하는 위험한 이념이다.


신자유주의 종식 1: 프레스턴 모델 Ending Neoliberalism 1: The Preston Model


영국 프레스턴 시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심각한 경제 침체를 겪었다. 그러나 2013년 미국 클리블랜드 모델에서 영감을 받아, 민영화와 아웃소싱을 거부하고 도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독특한 전략을 채택했다. 학교, 병원, 대학 등 닻 기관(anchor institutions)의 구매력을 활용하여 지역 내 협력업체에 계약을 제공함으로써, 지역 경제에 자금을 순환시키는 방식이었다.


'프레스턴 모델'은 지역 및 국가 경제를 되살리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이 모델은 비용 절감과 주주 가치 극대화를 우선시하는 현재 시스템과 달리, 지역 및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고 소유 구조를 다양화한다. 특정 거리 안에 기반을 둔 기업이나 사회적 가치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에 우선권을 주는 방식으로, 지역 보호주의를 통해 다국적 기업보다 지역 기업을 우대한다. 이는 민영화를 되돌리고 더욱 회복력 있고 사회적으로 정의로운 대안을 구축하는 빠른 방법이다.


인민의 기업 People’s Businesses


프레스턴 모델의 성공은 지역을 넘어 더 큰 규모로 확장될 수 있다. 노동조합의 연금 기금과 같은 자원을 활용해 지방 투자 은행을 설립하고, 이 은행이 에너지 전환 및 특정 분야를 가속화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 이러한 은행은 이윤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협동조합과 노동자 소유 기업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며, 이는 사회 전체의 이익으로 이어진다.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은 노동자 소유가 대규모로 운영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는 공산주의를 국가 주도의 중앙 계획 경제로 보는 전통적인 관점이 아닌, 사회가 탈희소성을 향해 나아갈 때 다양한 소유 모델이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보편적 기본 서비스 Universal Basic Services


완전 자동화된 럭셔리 공산주의(FALC)로의 전환에서 중요한 축은 보편적 기본 서비스(UBS)다. 이는 특정 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보편적 접근을 보장하며, 화폐 교환이나 이윤 추구와 관계없이 모두에게 필수적인 자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UBS는 주택, 교통, 교육, 의료, 그리고 정보의 다섯 가지 분야에서 시작될 수 있다.


노동에 대한 대가로 모든 시민에게 고정된 금액을 지급하는 보편적 기본소득(UBI)과 달리, UBS는 필요한 재화를 시장에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공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UBS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발생한 불평등을 해결하고, 개인이 생존을 위해 노동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신의 삶을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에너지, 노동, 자원이 정보처럼 자유로워지길 원하기에, UBS의 지속적인 확장은 21세기 정치의 핵심 요구가 될 것이다.


탈탄소화 Decarbonisation


FALC의 핵심은 경제 성장이 아니라, 사회적 복지를 증진하고 기후 변화를 해결하는 데 있다. 세계 경제를 탈탄소화해야만 재앙적 기후 변화를 피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선진국은 2020년부터 매년 탄소 배출량을 8%씩 줄여 2030년까지 완전히 탈탄소화를 이루어야 한다. 이후 2030년부터 개발도상국이 같은 속도로 탈탄소화에 나서 2040년까지 전 세계적인 전환을 완료해야 한다.


이러한 전환은 기술 개발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이미 필요한 기술은 존재한다. 문제는 정치적 의지다. 태양광과 풍력 기술은 이미 화석 연료보다 저렴해지고 있으며, 에너지 저장 기술과 에너지 효율 개선은 이 과정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특히, 추운 지역에서는 주택의 단열만으로 난방 에너지 소비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신세계 은행 A New World Bank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의 경우, 에너지 전환은 부유한 국가들로부터의 지원을 필요로 한다. 세계은행과 같은 기존의 국제기구는 자유 무역에 대한 이념적 헌신 때문에 빈곤을 해결하기보다 오히려 심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국제 에너지 번영 은행(International Bank for Energy Prosperity)'과 같은 새로운 기구가 필요하다.


이 은행은 부유한 국가들이 납부하는 '하나의 지구세(One Planet Tax)'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개발도상국의 에너지 전환 프로젝트에 투자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기후 변화를 막는 것을 넘어, 과거 식민주의와 착취로 점철된 역사적 불평등을 바로잡는 행위가 될 것이다. 에콰도르나 니제르와 같이 적도에 위치한 국가들은 태양 에너지의 잠재력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풍부하고 저렴한 에너지를 소유하게 될 것이다. 이는 이들이 과거의 경제적 종속 관계에서 벗어나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줄 것이다.



3-3. 자본주의 국가의 재단조 Reforging the Capitalist State


20세기 동안 국가가 특정 재화의 제공을 보장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보편적 기본소득(UBI)이 주목받고 있다. UBI는 모든 시민에게 정기적으로 일정한 금액을 지급하는 것으로, 노동과 임금의 관계를 단절시킨다.


UBI의 효과는 그것이 도입되는 정치적 환경에 달려있다. 진보적이거나 사회주의적인 정부 하에서는 노동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신자유주의적 환경에서는 복지 국가의 완전한 시장화를 위한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이는 UBI가 해방적 가능성과 동시에 '스테로이드를 맞은 대처리즘'이 될 수 있는 양면성을 가진 이유다.


또 다른 비판은 UBI가 막대한 비용이 들면서도 성과는 미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면 보편적 기본 서비스(UBS)는 화폐를 주는 대신 주택, 교통, 교육, 의료, 정보와 같은 필수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UBS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불평등을 해결하고,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노동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신의 삶을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공공 계획의 중심으로서의 중앙은행 Central Banks as Central Planners


현대 시장 시스템에는 근본적인 기만이 있다. 자유 시장 경제는 중앙은행의 결정에 크게 의존하지만, 중앙은행은 종종 기술적으로 중립적인 것처럼 포장된다. 그러나 이들의 결정은 인플레이션, 고용, 자산 가격 등 정치적 우선순위에 기반을 둔다.


완전 자동화된 럭셔리 공산주의(FALC)로의 전환 과정에서 중앙은행의 역할은 변해야 한다. 인플레이션 억제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임금 상승, 생산성 향상, 주택 가격 안정에 집중해야 한다. 이는 중앙은행을 민주화하고, 공공 계획의 중심축으로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중앙은행이 자산 거품을 억제하고 신용 흐름을 규제하며, 금융 거래세를 통해 투기적 자본의 이동을 통제해야 한다.


사회화된 자본 시장 A Socialised Capital Market


FALC로의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마지막 핵심 요소는 금융과 자본 시장의 점진적인 사회화다. 이는 중앙은행의 개입을 넘어, 금융 시스템 자체가 사회적 목표를 달성하도록 재편하는 것이다. 신용 대출이 이윤 추구뿐만 아니라 에너지 전환과 사회적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기업과 협동조합을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국가 투자 은행과 지방 은행, 그리고 **국가 에너지 번영 은행(NEIBs)**과 같은 기관들이 이러한 사회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GDP의 종말 The End of GDP


피터 드러커는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GDP와 같은 기존 경제 지표는 현대 사회의 복잡성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다. 로버트 케네디는 GDP가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을 측정한다'고 비판했다. GDP는 정보 기술의 발전이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생산성 역설'을 초래한다.


위키피디아와 같은 비시장적 생산물은 GDP에 포함되지 않지만, 엄청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 위키피디아는 자원봉사자들의 협력으로 만들어져 무료로 제공되지만, 그 가치는 어떤 유료 백과사전보다 훨씬 크다. 시장에서 재화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무료 재화의 생산이 증가함에 따라, GDP는 삶의 질을 측정하는 유용한 수단으로서의 의미를 잃게 될 것이다.



3-4. FALC: 새로운 시작 FALC: A New Beginning


유토피아주의의 부활 The Resurrection of Utopianism


'역사의 종말'을 선언했던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더 이상 역사가 존재하지 않으며, 이념적 논쟁이 종식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극우와 극좌가 부활하며 유토피아적 사고는 다시 활력을 얻고 있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을 넘어 새로운 세계를 제시했고, 19세기 사회주의자들은 사회 변화를 위한 공동체를 설립하며 실천에 나섰다.


유토피아주의는 1888년 에드워드 벨라미의 소설 '뒤를 돌아보며(Looking Backward)'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이 소설은 2000년의 미국이 모두에게 필요한 재화를 자유롭게 제공하는 사회주의적 유토피아를 그리고 있다. 기술 발전이 가져올 긍정적인 변화를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기술적 유토피아주의는 과학 기술이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현대 사회에서는 기술적 유토피아주의가 다시 활성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에서 팀 버너스 리가 묘사한 것처럼, 인터넷은 모든 정보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을 가능하게 하며,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관계와 소유 구조를 만들고 있다. 이는 우리가 상상하는 유토피아를 현실화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다.


자유는 공짜다 Freedom is Free


'자유는 공짜다(Freedom is free)'라는 개념은 완전 자동화된 럭셔리 공산주의(FALC)의 핵심 원칙이다. 이는 세 번째 붕괴의 기술로 인해 정보, 에너지, 노동의 한계 비용이 0에 수렴하는 '탈희소성'이 실현될 것이라는 예측에 기반한다.


이러한 탈희소성은 상품 생산에 투입되는 노동의 가치를 점진적으로 감소시켜, 사회적 관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더 이상 생존을 위해 노동에 매달릴 필요가 없게 되면, 개인은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살 수 있게 된다. 이는 시장 경제를 기반으로 한 신자유주의적 세계관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다.


새로운 정치 The New Politics


우리는 이미 이러한 변화의 조짐을 일상에서 볼 수 있다. 넷플릭스, 아이튠즈, 유튜브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의 성장은 문화적 생산물의 한계 비용이 0에 가깝다는 것을 보여준다. 무료로 배포되는 소프트웨어와 기술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이미 '정보'가 본질적으로 풍부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러한 풍부함은 결국 에너지, 노동, 자원에도 적용될 것이다.


FALC의 정치는 이러한 기술적 현실을 인정하고, 이를 사회적 필요에 맞게 조직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는 기존의 자본주의적 정치와는 다르다. 자본주의가 희소성을 바탕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시스템이라면, FALC는 탈희소성을 바탕으로 모두에게 풍요로운 삶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새로운 정치는 인류의 역사를 희소성에서 풍요로, 노동에서 자유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기술 공화국⌟ 서문 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