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용 Apr 04. 2022

올바른 판단을 위한 준비

자유론


 침대에 누워 있어도 외국에 사는 친구와 연락할 수 있고, 심지어 생면부지인 사람과 대화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자연스럽게 크고 작은 토론을 낳는다. 하등 쓸모없는 담화부터 인류의 발전을 위한 논쟁까지 다양하지만, 확실한 사실은 이런 모든 현상이 유의미하다는 것이다. 수많은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는 얘기는 우리가 자유롭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이하 본작)은 말 그대로 '자유'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담고 있는 철학 에세이다. 1859년에 발표한 이래 아직도 명작이라 일컬어진다. 이유는 명료하다. 현시대에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인 자유를 심도 있게 다뤄서다. 


 '자유'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유일한 자유는 다른 사람들이 누리는 행복을 빼앗으려 하거나, 행복을 성취하려는 그들의 노력을 방해하지 않는 한, 자신만의 고유한 방법으로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자유이다. 


 개인은 모두 고귀하고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다. 각자에게 주어진 자유도 마찬가지로 소중하다. 자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자유롭게 행동하되, 타인에게 직간접적으로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 이건 삼겹살이 먹고 싶다고 정육점 고기를 훔쳐서도, 집에 가고 싶다고 몰래 기차를 타서도 안 되는 것처럼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다.  


 그러나 명백한 범죄 행위가 아닌 소소한 일상에서도 자유의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배우자가 담배를 피운다고 가정해 보자. 담배는 백해무익이라는 이유로 상대방에서 끊어보라 권유하는 것까지는 좋지만, 종종 금연을 강요하기도 한다. 배우자가 끊기를 거부하자 이번에는 간접흡연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한다. 배우자는 간접흡연으로 상대방에서 피해를 주고 있고, 자신도 배우자가 흡연할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 누구의 손을 들어주어야 할까? 


 최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윌 스미스의 행동으로 얘기가 많았다. 크리스 락이 윌 스미스의 아내인 제이다 스미스의 탈모 관련으로 농담을 했고, 이에 윌 스미스가 크리스 락을 가격했다. 아픈 가족을 농담거리로 삼은 크리스 락, 폭력을 행사한 윌 스미스. 누구의 자유가 침해당한 것일까? 


 각 개인은 당연히 자신의 육체적, 정신적 그리고 영적인 건강을 지키는 보호자이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자유를 지키는 보호자가 되어야 한다. 첫 번째 사례를 더 얘기해 보면 더 많은 자유가 튀어나올 수 있다. 내 집에서 담배를 필 자유, 담배 냄새를 안 맡을 자유, 마음껏 담배를 필 수 있는 자유 등. 이름만 붙이는 가짜 자유는 얼마든지 양산해낼 수 있다. 불필요한 부분을 거둬내고 속을 들여다봐야 한다. 상술했듯 자유란 남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 고로 간접흡연으로 피해를 입은 상대방이 존재하기에, 배우자의 흡연은 존중받을 자유가 아니다.


 두번 째 사례도 비슷한 관점에서 볼 수 있다. 크리스 락의 표현은 다소 불쾌할 수 있으나 그것은 폭행당할 정당한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으니 크리스 락의 자유가 침해당한 것이 맞다. 


 이런 식으로 결론을 내린다면 과연 모든 사람이 수긍할 수 있을까? 


오류가 없는 판단은 있을 수 없다. 


 우리 삶은 판단의 연속이다. 여태 해왔던 판단이 전부 옳았다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본작에서도 이러한 지점을 면밀히 다루고 있다. 위대한 철학가 소크라테스와 기독교의 시작을 알린 예수는 처형당했다. 로마의 최전성기를 이끈 5현제 중 하나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누구보다 그리스도교적 교리에 가까운 군주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리스도교를 박해했다. 당시 판단이 희대의 오판으로 기록될 것이라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각자 자유를 지키기 위해 첨예하게 부딪힐 수밖에 없다. 자신이 절대다수에 속하는 의견을 따르고 있다고 진실에 가깝다는 것은 착각이고, 절대 소수에 속하는 약자라 하여 무작정 존중받아야만 하는 오해이다. 자신이 서 있던 자리와 갖고 있던 믿음을 의심하지 않으면 그 자리에 멈춰설 위험이 있다. 끊임없이 토론하고 자유가 아직 생존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비로소 올바른 판단을 위한 기본적인 준비는 마친 셈이다.  


-도서 정보


출판사 : 돋을새김

작가 : 존 스튜어트 밀

옮긴이 : 권혁

작가의 이전글 존재 가치의 증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