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석호 Jul 13. 2023

메뚜기볶음

아르코창작기금선정작 -1-

 들어간 회사마다 사정이 어려워 자주 회사를 옮겨 다녔고 친구들이 화려한 메뚜기라 불러 준다

     

 두 발로 멀리 뛰고 싶었지만 내 마음속엔 늘 다리가 한쪽만 있어 자주 넘어지곤 한다 어릴 적 내 손에 다리 한쪽을 남겨 두고 도망간 메뚜기의 예상되던 불시착처럼  

  

  도시락 반찬으로 싸 준 멸치볶음을 젓가락으로 깨작거릴 때마다 멸치는 다 자라도 그냥 멸치라는 아버지 말이 파고들어 와 헤엄친다 뒤늦게 뒤적이는 공무원 수험서 책장에 스며든 김칫물의 얕은 수심까지   


 사장은 주휴 수당을 주지 않으려 알바 시간을 토막 내 던져 준다 저기여기 깨금발로 뛰어다니며 주운 시간을 아무리 조립해도 하루에 두 번씩 해 뜨는 날이 많아졌다 전등을 껐는데도 파리는 따라다니며 까분다고 한다 목숨이 달린 일인데      


 이제 코로나 핑계로 조용하게 방안에만 있다 안주가 필요 없지만 새우깡을 한 주먹씩 욱여넣는다 세상이 고소해지려면 더 오래 볶아야 하는데 벌써 새까맣게 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