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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석호 Jul 13. 2023

말표 구두약

아르코창작기금선정작 -5-

어젠 낮이 너무 무겁고 길이 낡아 너덜거렸다

달리고 싶어

말표 구두약 맥주를 골라 마셨고

비딱한 낮달을 신고 뛰었다

저무는데 

목구멍까지 올라온 낯선 길 냄새

비틀거리는 바위가 내게 걸터앉아

달의 뒷면 같은 고요를 저녁 코끝에 골고루 바르고

어둠에 광택을 냈다


기울어진 신발 운반대

앞만 바라봐야 하는 신발들의 풀죽은 코끝 

오늘도 그저 그런 골목과 

길 건너 빌딩의 견고한 층계를 무심히 지켜보다가

구두 수선점 밖으로 나오던 걸음이 흔들린다

푸른 질주를 잊진 않았지만 

손이 발이 되도록 문질러도 제자리

겨우 벗어난 일탈이라는 게

차바퀴가 보도블록 위로 튕겨 준 돌멩이 같은 것

누군가 걷어차지도 않는 

반짝거리지도 않는 

어김없이 오늘의 발들을 구두 수선대 밖에 확 풀어놓는다

코끝 벌렁거리는데

벌판은 보이지 않고

멀리 급상승하는 승강기의 화려한 불빛

바싹 마른 구두 가죽에 달라붙은 근육들

한 번 더 웅크리는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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