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코창작기금선정작 -4-
공책 위에 개미를 올려놓고 꽁무니를 따라가며 연필로 줄을 그었다 줄은 꿈속 길처럼 얽히고설켰다 개미가 공책을 벗어나지 못하게 손으로 공책 가장자리를 막으며 줄을 그었다 줄은 점점 자기들끼리 묶이고 묶여 누구도 풀 수 없을 엉킨 실타래 같았다 선생님이 칠판에 덧셈과 뺄셈의 견고한 규칙을 필기해 가며 주입시키고 계셨다
점심을 먹고 파리를 잡아 꽁무니를 따라가며 다시 줄을 그었다 파리 등의 날개는 반쯤 뜯긴 채 떨고 있었고 선생님이 도덕에 대해 가르쳐 주셨다 날개가 있으면 도망가기 때문에 줄을 긋기 위해서는 날개가 없어야 한다고 말하려다 그만뒀다 파리도 나도 오후 내내 공책을 벗어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