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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석호 Jul 13. 2023

노린재

아르코창작기금선정작 -3-

  나는 노랗고 그는 파랬다 너무 파래서 무섭게 깊을 것 같았다     


  그와 한방에서 잤다 저만치 떨어져 누워 깊이에 대해 물었는데 대답이 무거워 방바닥으로 가라앉았다   

   

  오래 전 침묵 냄새가 났다     


  냄새 때문에 뒤척이다 새벽에 일어나 집으로 와 옷을 갈아입었는데 몸에서 어눌한 냄새가 났다 놀라 몸을 불리고 몇 번을 씻었다      


  냄새가 계속 지워지지 않아 장마에도 우산을 쓰지 않고 걸어 다녔다 심장까지 배었는지 심장이 뛸 때마다 냄새가 혈관을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았다 말을 할 때도 목소리에 그 냄새가 섞여 있었다 장마 끝나면 찾아가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장마가 끝났는데 나는 그에게 가지 않고 지독한 냄새를 데리고 다닌다    

 

  불쑥 그가 찾아왔다 냄새가 새어 나갈까 봐 입을 꾹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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