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코창작기금선정작 -7-
고층 콘크리트 벽면에 유명 아파트 브랜드를 색칠하고 있었어 뛰어내리면 어디까지 튕길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느닷없이 노루가 다가와 내 옆에 쪼그려 앉아 중얼거리고
밥은 먹었어 야생적인 아침 궁둥이가 검숭검숭한 오늘이야. 밧줄을 자르던지 안전띠를 풀어 봐 멀리까지 함께 뛸 수 있을 것 같아 101동에서 108동까지 허들을 넘듯 폴짝폴짝. 오줌 지렸니 열등감이 바짓단까지 번졌어 조금만 기다려 봐 절망처럼 금방 마를 거야. 아무래도 안 되겠어 이제 도망가자 올무에 걸린 하늘의 목이 조여들고 있어 긴 발을 구름 밖으로 뻗어야 해. 벌써 늦은 것 같아 얼른 숨어야 해 숨을 집이 없으면 파랑 페인트 통을 뒤집어쓰고 파란 하늘을 흉내 내봐
노루 한 마리 내 몸속으로 쏙 들어오고 심리적 허들을 견디지 못한 다른 노루 한 마리 불쑥 뛰쳐나와 추락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