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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석호 Jul 13. 2023

동물 재배용 비닐하우스

2021년 계간 <작가와 사회>  겨울호 발표

 재작년 태풍에 쓰러져 멍든 기도가 작년 홍수에 떠내려갔다


 환해지기 위해 투명을 지었다


 무심이 쨍쨍 비치면 무사를 뿌리고 안일을 재배했다


 속을 내보인다는 건 

 가만히 있어도

 돋고 피고 지고 열매 맺는 일보다 숨찼다 


 광합성은 아무리 연습해도 알 수 없는 먼 행성의 식사법 


 무료의 오후가 안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보려는 건 보이고 보지 않으려는 건 보이지 않았다


 침침했지만 투명하다고 자랑했다 

 해지면 어둠이 뼛속까지 밀고 들어왔다


 성난 여름이 괴성을 지르면 지붕이 금가고 슬픔이 문고리를 꽉 잡고 전등처럼 자지러졌다 

 바람이 골목을 들락거리며 밤새 문을 두드리다 돌아갔다 


 나무가 될래요 말하면서 채소가 되고 있었다 오후엔 어김없이 시들었다


 6Co2 + 12H2→ C6H12O6 + 6O+ 6H2O  


 햇볕을 어디에 내려놓을지 몰라 두리번거리다가 떨어뜨렸다 


 어느 날부터 불투명을 기다렸는데 차디찬 칼날을 숨긴 겨울이 지나가고 옆구리 찢어졌다 


 머릿속에 고드름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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