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계간 <작가와 사회> 겨울호 발표
재작년 태풍에 쓰러져 멍든 기도가 작년 홍수에 떠내려갔다
환해지기 위해 투명을 지었다
무심이 쨍쨍 비치면 무사를 뿌리고 안일을 재배했다
속을 내보인다는 건
가만히 있어도
돋고 피고 지고 열매 맺는 일보다 숨찼다
광합성은 아무리 연습해도 알 수 없는 먼 행성의 식사법
무료의 오후가 안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보려는 건 보이고 보지 않으려는 건 보이지 않았다
침침했지만 투명하다고 자랑했다
해지면 어둠이 뼛속까지 밀고 들어왔다
성난 여름이 괴성을 지르면 지붕이 금가고 슬픔이 문고리를 꽉 잡고 전등처럼 자지러졌다
바람이 골목을 들락거리며 밤새 문을 두드리다 돌아갔다
나무가 될래요 말하면서 채소가 되고 있었다 오후엔 어김없이 시들었다
6Co2 + 12H2O → C6H12O6 + 6O2 + 6H2O
햇볕을 어디에 내려놓을지 몰라 두리번거리다가 떨어뜨렸다
어느 날부터 불투명을 기다렸는데 차디찬 칼날을 숨긴 겨울이 지나가고 옆구리 찢어졌다
머릿속에 고드름 자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