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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 Influence Sep 26. 2019

인생을 바꾸려면 공간을 바꿔야 한다

"앙리 르페브르"

아이들이 어릴 적에 늦깎이 공부를 시작했다. 퇴근만 하면 방구석에 박혀 책만 보던 아빠에게 질렸는지 두 딸은 초등학생이 된 이후로는 책 읽기에 관심이 없는 듯하다. 하기야 책 읽기 보다 재미있는 놀이는 얼마든지 널려있다. TV는 언제나 원하는 만큼 볼 수 있게 진화되었고, 손바닥 만 한 스마트폰에서는  ‘유튜브’라는 강력한 콘텐츠가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죽은 듯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이 눈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보다 못해 방학 동안 읽을 책을 몇 권 골라 조건부 제안을 했다. “이 책 다 읽으면, 아빠가 좋은 것 선물해줄게”. “응, 알겠어요” 대답은 했지만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 책장 근처도 가지 않는다. 책 읽는 부모를 보고 자라면 자연히 책을 읽고, 독서를 좋아한다던 그 흔한 말들에 내 아이들은 열외란 말인가.

아이들 문제집도 살 겸 해서 동네 새로 생긴 대형서점에 갔다. 많은 책들과 곳곳에 설치된 벤치, 시원한 공기와 은은한 커피향을 풍기는 카페까지 연계되어 책 하나만 들면 천국이 따로 없었다. 넓은 공간과 풍부한 도서, 적당히 상호작용하는 사람들은 나를 구속하지도, 나태하게도 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이것저것 책을 구경하더니 읽고 싶은 책을 한 권 들고 구석자리에 가서 꼼짝없이 한 권을 다 읽었다. 일 년에 딱 한 권의 책만 읽겠다던 아내도 기록을 경신해 버렸다. 둘째 아이는 동화책을 다 읽더니 문구류 코너로 가서 집에서도 하지 않던 정리 정돈을 하는 기이함까지 보였다.


돌아오는 길에 아내는 “서점에 가니 책을 읽게 되더라”라고 한다. 공간이 동기를 만들고 의식을 변화시킨다. 철학자 앙리 르페브르는 「공간의 생산」이라는 저서에서 “인생을 바꾸려면 공간을 바꿔야 한다”라고 한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은 “공간은 그저 비어있고 수동적으로 채워지는 곳이 아니다. 공간은 매 순간 인간 상호작용에 개입하고 의식을 변화시킨다”라고 한다.


공간이 바뀌면 상호작용이 바뀌고 동기가 생성된다. 그래서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이 그렇게도 공간에 공을 들이는지도 모르겠다. 자율성과 존재감을 부여하는 공간은 인간을 주체적으로 변화시킨다. 읽으라고 하기보다 같이 가보라. 그들이 어떻게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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