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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 Influence Oct 03. 2019

설명하는 자 vs 보여주는자

발표 잘하는 사람의 특징

발표, 즉 남들 앞에서 뭔가를 그것도 공식적으로 말하는 일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싫어하고 힘들어하는 행위이다. 학교나 회사에서 팀을 이뤄 토론을 하거나 과제를 할 때에도 발표는 가장 피하고 싶은 행위 중 하나로 인식된다. 

발표를 잘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차이가 무엇인지 관찰해봤다.  다양하고 미세한 차이들을 볼 수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건 한 가지였다. 바로 설명하는 자와 보여주는 자였다. 좋은 문학작품은 독자를 글 속의 장소로 데려와 그곳을 보여주고 상황을 느끼게 해준다. 마찬가지로 좋은 발표는 듣는 이들을 내용 속으로 데려와 주제와 관련된 상황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프레이리의 아버지는 프레이리가 어릴 적에 글을 가르쳐주었다.”는 설명이고, “군인이었지만 자상했던 프레이리의 아버지는 망고나무 아래에서 나뭇가지로 흙바닥을 그어가며 한자 한자 프레이리에게 글을 가르쳐주었다.”는 보여주는 것이다.


발표를 준비할 때 나름 열심히 준비했다고 해서 써놓은 내용을 줄줄 읽어버린다면 청중은 이미 내가 초대한 공간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떠나게 될 것이다. 청중이 발표자의 내용을 느끼고 그려볼 수 없는 상태에서 발표자의 얘기를 10분 이상 집중하는 것은 엄청난 내공을 필요로 한다. 다 말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잘 말하는 것이 목적이 될 때 이야기의 전개 방식은 달라진다. 이렇게 하려면 일단 내용이 발표자의 머릿속에서 하나의 그림으로 잘 그려져 있어야 한다. 내 머릿속에 그려져 있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도 보여줄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이야기를 글에서 가져와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으로 그려놨던 나만의 그림을 보여 주어야 한다. 따라서 발표 자료는 보여주기 위해 구조화되어야 한다.

The Night Watch(1642) By Rembrandt van Rijn

작가가 그림을 그릴 때 극도의 사실적 표현에 초점을 두고 그리는 작가도 있지만 대부분의 작가는 자신이 느끼고 생각한 또 다른 하나의 인상적인 상황을 캔버스에 옮기게 된다. 이것이 작가가 보여주는 예술성이다. 빛의 화가라는 렘브란트는 그를 수식하는 닉네임처럼 빛을 통해 인물들의 움직임을 표현하며 감정까지 생생하게 느껴지게 한다. 마치 연극 무대의 배우들의 모습을 보는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든다. 발표를 예술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예술 같은 발표는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은유 작가는 글을 쓸 때 굵기가 다른 여러 개의 붓을 쓰는 화가처럼 과감하고 섬세하게 표현하기를 권한다. 마찬가지로 발표를 할 때도 이런 권유를 적용하면 어떨까 싶다. 마치 화가처럼 여러 개의 붓을 들고 때론 과감하고 때론 섬세하게 묘사하며, 다양한 색과 명암이 느껴지는 한 편의 발표를 보여준다면 예술 같은 발표가 될 수 있다. 관건은 먼저 내 머릿속에 그린 뒤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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