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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 Influence Sep 26. 2019

몸을 움직여 일한 사람의 언어

"몸을 움직여 일한 사람의 언어는 허공에 뜬 말이 없다"

요즘 TV에는 ‘먹방’이 대세다. 수많은 채널 중에 ‘먹방’ 프로그램 하나 안 하는 곳이 없다. 오죽 ‘먹방’이 유행이면, 나라에서 비만을 조장한다고 ‘먹방’ 프로그램을 제한한다는 말이 나오는지… ‘먹방’의 중심에는 ‘백종원’이 있다. 설탕을 많이 사용한다는 다소 잔망스러운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먹방’과 요식업계에서 그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그가 나오는 프로그램에서 선보이는 레시피와 노하우는 그의 경험과 노력의 산물임을 알 수 있다. 김치볶음밥을 맛있게 만드는 법을 알려주며 그가 했던 말이다. “김치가 많이 보여야 김치볶음밥이 아니라 김치 맛이 나야 김치볶음밥이. 그래서 김치를 잘게 써는 것이 중요해유.” 김치볶음밥 만드는 프로그램을 보며 “오~호”라는 감탄사를 하게 될 줄이야. 그의 말엔 그의 일을 간파하는 맥락과 핵심이 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사. SBS '골목식당' 화면

신영복 교수는 노인 목수가 집을 그리는 것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우리는 보통 집을 그리라고 하면 지붕부터 그리고 기둥과 바닥으로 내려온다. 그러나 수 십 년 동안 집을 지어온 목수는 가장 먼저 주춧돌을 그리고 기둥, 도리, 들보, 서까래 이런 식으로 해서 지붕을 맨 마지막에 그린다고 한다. 목수가 집을 그리는 순서는 그가 집을 지어온 순서였던 것이다.

신영복 서화에세이 中

세상을 먼저 읽지 못한 사람이 그저 남에게 들은 것만을 전달하는 언어는 메마르고 공허하다. 그와 그가 하는 말은 유리(遊離) 되어 있다. 그런 말은 자신의 경험과 생각, 그리고 성찰이 빠진, 단지 모양만 그럴듯하게 흉내 낸 인스턴트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말이 자신을 오롯이 관통하며 나오지 않는 말은 자신의 것도 타인의 것도 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브라질의 교육자 파울로 프레이리는 “글 읽기에 앞서 세상을 먼저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몸을 움직여 일한 사람의 언어에는 일의 핵심이 있고 통찰이 있다. 행동과 성찰이 함께 일어나야 그 일은 진정한 일이 되고, 그 언어는 일상의 통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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