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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 Influence Oct 03. 2019

부끄러움을 극복해야 또 다른 생각과 실천이 생겨난다

어릴 적 내향적인 성격 탓에 모르는 사람들에게 말을 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싶지만 실제로 중학생 때까지는 극도로 필요한 말조차도 타인에게 할 수 없었다. 심지어 초등학교 때는 수업 시간에 화장실을 가고 싶어도 선생님께 말을 하지 못해 지옥을 경험했고, 두부를 잘못 사와 바꿔오라는 어머니의 꾸중에 대문 밖으로 나서긴 했지만 두부가게 아저씨에게 말을 못 해 골목에 서있다 불벼락을 맞았다.


그렇게 고생을 사서하다 중3이 된 어느 날 이런 내가 너무 못나 보였다. 굳이 이렇게 손해만 보며 살 필요 있을까 싶었다. 생각해보면 집에서는 못하는 것 없는 방안퉁수였기 때문에 자괴감이 더 컸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던 어느 날 용기를 내어 일부러 낯선 사람들과 말을 섞을 기회를 만들고 반응을 경험해 보기로 했다. 물건을 일부러 잘못 사고 바꿔달라고 해보기도 하고, 아는 길을 물어보기도 했다. 결과는 내가 생각했던 낯선 사람들의 차가운 반응과 거절은 거의 경험해 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부끄러움도 크게 느낄 수 없었다. 그때를 기점으로 나의 성향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타인들과의 상호작용을 즐길 수 있게 되었고 행동도 점점 대담해졌다. 남을 의식하며 해야 할 것도 하지 못하는 소년이 아니라, 남들 앞에서 내 생각을 말하고 가끔은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기도 하는 청년이 되었다. 그렇게 살아보니 나에게 더 많은 것이 열려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세상은 더욱 편해졌으며, 더 매력적인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교육현장을 경험해본 사람은 모두 우리나라 사람이 얼마나 과묵하고 말하기를 꺼려 하는지 안다. 웬만해서는 입을 열지 않는다. 질문을 생각하기 보다 ‘이런 질문을 해도 되나,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겠지’를 먼저 떠올리며 자기검열에 들어간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라는 의식이 생각보다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화가 없다는 것은 교수자와 학습자를 편하게도 하지만 상호 간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할 수도 없게 한다. 질문하는 한 사람이 있다면 가르치는 사람에게는 축복이다. 그 한 사람이 두 사람을 만들고, 두 사람이 열 사람을 만들어 지식과 경험의 확장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글을 쓰던, 발표를 하던, 질문을 하던 혼자 하는 일기와 독백이 아닌 이상 타인에 대한 의식은 필연적이다. 이럴 때 반드시 찾아오는 부끄러움을 극복할 수 없다면 배움의 확장은 더디고 미약할 수밖에 없다. 현재보다 성장하고 나아지길 원한다면 안 하고 안 부끄러운 것보다, 하고 부끄러워야 한다. 부끄러움을 극복해야 또 다른 생각과 실천이 생겨난다. 해보면 알게 된다. 처음엔 할 말이 없어서 힘들지만, 부끄러움을 극복하고 난 후에는 할 말을 줄이느라 힘이 든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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