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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 Influence Oct 04. 2019

글을 쓴다는 건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드는 일

글을 쓰는 것이 너무도 힘들 때 자신을 응원하기 위해 쓴 책을 읽습니다.

종종 논문학기에 접어든 대학원 후배들을 만나서 얘기를 나누면 그들의 근심은 한결같다. “도대체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요.” 그들의 눈을 바라보면 퍽퍽한 고구마와 인절미를 한 번에 목에 욱여넣은 것 같은 답답함과 물 한 모금을 바라는 간절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 마음이 짠해진다. 매번 이 근본적인 고민에 대한 나의 대답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나 또한 그들과 같은 고민으로 목이 메기 때문이다.


이 짧은 글을 쓰는데도 매번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 이 고민 저 고민하는데 논문은 말해 무엇하랴. 보고서를 쓸 때도 그랬고, 에세이를 쓸 때도 그랬고, 과제로 글을 쓸 때도 그랬다. 이 작은 글자로 그 넓은 공간을 어떻게 채워가야 할지 막막했다. 글자는 나였고 종이는 내가 걸어가야 할 하얀 광야 같았다.

쓰기는 장르를 불문하고 익숙한 이에게도 고통이고 그렇지 않은 이에게도 고통이다. 오죽하면 소설가 조정래는 자신의 글 쓰는 방을 가리켜 ‘글 감옥’이라 했겠는가. 영미문학을 대표하는 헤밍웨이도 글을 쓰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으며, 돌아보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회상한다. 그러면서도 글쓰기가 너무 힘들 땐 자신을 응원하기 위해 자신이 쓴 책을 읽는다고 한다.


딱히 방법이 없을 땐 대가의 아이디어를 차용해 본다. 지난번에 썼던 글들을 꺼내보고, 노트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끄적임도 모아본다. 볼 때마다 부족한 글이지만 막막함을 이겨내고 하나하나 건져 올린 글이란 생각에 스스로를 토닥인다. 어차피 대문장가나 나나 글쓰기는 불가능한 것에 도전하는 일이고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드는 일이다. 이번에 써내야 다음에도 쓸 수 있다는 일념으로 몸을 밀어 한 문장씩 써 내려가다 보면 그 넓은 광야 저편에 서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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