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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 Influence Oct 10. 2019

지적 허세

읽지 않은 책을 읽은 척하다 보면 정말로 읽어볼 기회도 늘어난다   
- 가토 슈이치 -

SNS는 사람들의 욕망이 잘 드러나는 곳이다. SNS가 성행함에 따라 사람들의 허세도 함께 늘어난다. 사람들의 반응, ‘좋아요’를 얻기 위해 하지 않던 짓도 하고 하던 짓은 더욱 과장한다. 물론 허세는 SNS보다 역사가 길지만 SNS가 있지 않던 시절에는 다분히 국지적이었다.


초기 SNS에는 주로 여행, 근사한 식사, 차, 옷, 소품 등의 소비위주의 허세에서 이제는 읽은 책, 공부, 강의, 전문과정 수강 등의 지적 허세로 까지 확대된다. 읽은 책을 쌓아 놓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린 적이 있는가. 남들도 읽기를 바란다며 도서를 요약하여 올려본 적이 있는가. 솔직히 나는 있다. 심지어 책에서 봤다고, 좋은 문장이라고 찍고 쓰고 복사해서 올린다. 대중교통이나 카페에서는 일부러 원서를 펴놓고 읽는다. 이 글을 읽으면서 속물이라고, 자아도취, 허세 중 허세라고 욕지기가 올라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렇게 허세를 부리고 속물같이 굴다가 원서도 한 두 권 읽게 되고, 고전도 보고 논문에도 재미를 붙이게 되었다. 남보란 듯 살다가 어느덧 나보란 듯 살게 되었다.

밴드 언니네 이발관

‘언니네 이발관’이라는 모던록 밴드가 있다. 이 밴드는 나처럼 허세를 부리다 만들어진 밴드이다. 밴드의 리더인 이석원 씨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가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는 밴드(언니네 이발관)의 리더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다 나중에 일이 커져 부랴부랴 만들어진 밴드가 ‘언니네 이발관’이다. ‘언니네 이발관’은 이석원 씨가 고교시절 비디오 숍에서 빌려봤던 일본 성인영화의 제목이었다.


허세는 하고 싶음, 갖고 싶음, 되고 싶음의 다른 말이다. 욕망의 표출이다. 다만 지금은 조금 부족하니까. 실재보다 마음이 앞선다고 욕해도 어쩔 수 없다. 마음은 몸보다 빠르니까. 물질로 비유하자면 몸은 고체지만 마음은 기체, 아니 그 이상의 자유를 가지고 있으니까. 정도가 달라서 그렇지 이 땅에 허세 없는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마음을 먹는 것보다 실재의 능력을 갖추는 것이 느려서 그렇지 꾸준히 허세를 부리다 보면 하게 되고 갖게 될지 누가 아는가. 다만 이왕 허세를 부리려면 소비적 허세보다 지적 허세를 부려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해보면 알게 된다.  남는 장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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