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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 Influence Dec 09. 2019

무례한 사람에게 불쾌감을 표하는데 죄책감 갖지 말자

진짜 관계는 그때부터 시작되니까

불쾌감을 표현해야 진짜 관계가 시작된다.
- 엄지혜 작가 -


<일러두기>

아래의 글은 엄지혜 작가의 『태도의 말들』중 '기분 나쁜 메일에는 답장을 하지 않기로 했고 싫은 사람을 싫어하는 일에 죄책감을 갖지 않기로 했다-만화가 난다 편'을 *파스티슈(pastiche)해서 쓴 글이다.

* 註) 파스티슈(pastiche): 본래 미술용어로 합성 작품을 지칭함. 어떤 대가나 작가의 기법 혹은 양식에 영향을 받아 모방하여 쓰는 기법


얼마 전 공부를 하며 알게 된 어떤 분에게 “안녕하세요”라는 카톡 메시지가 왔다. 아직 카톡 메시지까지 보낼 일도 없고 관계도 아니라서 무슨 일인가 싶었다. “어떤 이론에 대해 알고 있는 대로 얘기해 달라”라는 메시지였다. 갑자기 메시지를 받은 내 입장에서는 맥락도, 관계도, 예의도 없는 요구였다. 맥락이 없어 당황했다고 했더니 그제야 “자신이 며칠 뒤 발표해야 하는데 물어보면 알 것 같아서 연락했다”라고 한다. 사과는 했지만 그 뒤가 더 가관이다. 어디까지 알고 계시냐고 물으니 자신은 “수업 시간이니 나중에 말하겠다”라고 하며 대화를 마쳤다. 길 가다 갑자기 흙탕물 뒤집어쓴 느낌이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 에티켓을 생각하지 않는다. 요즘 카톡이나 문자 메시지를 받으면 당혹감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어떤 이는 꽤 오래된 사이인데도 연락할 때마다 정중한 인사와 안부를 묻고 대화가 괜찮은지 확인을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떤 이들은 다짜고짜 자신이 원하는 것, 자신의 말만 하며 나의 일상에 불쑥 끼어든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떤 사정인지는 안중에 없다. 시쳇말로 깜빡이도 안 켜도 들어오는 요구 메시지는 당혹감을 넘어 분노가 치밀게 한다.

The Scream, 1893 by Edvard Munch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뭔가를 부탁해야 할 때는 정중하게 맥락과 사정을 설명하며 상대에게 충분한 동의를 구하는 것이 좋다. 메시지를 받는 사람 입장에서 기분 좋은 문자를 생각해 본다.


1. 인사와 안부를 묻는다.

2. 대화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지 묻는다.

3. 부탁의 맥락이나 사정을 말하고 상대를 이해시킨다.

4. 같은 얘기를 반복하지 말고 가급적 분명하고 자세하게 요구를 말한다.

5. 부탁을 못 들어줘도 부담감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의 말을 한다.

6. 부탁의 수락에 관계없이 감사함을 표하며 따뜻한 느낌이 들도록 마무리한다.


예의 없는 문자 메시지가 왔을 땐 불쾌감을 표시해도 괜찮다. 조용한 나의 일상에 돌을 던진 것은 그쪽이니까. 불쾌감을 표현했을 때 자신의 잘못을 아는 사람이면 그 뒤의 관계를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대화가 이어지지 않겠다는 확신이 드는 사람이면 굳이 거리를 좁히려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무례한 사람에게 불쾌감을 표하는데 죄책감 갖지 말자. 진짜 관계는 그때부터 시작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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