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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 Influence Nov 30. 2019

법은 결코 법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의 편일 수 없다

“총이 결코 총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을 보호하지 못하며, 칼이 결코 칼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을 이롭게 할 수 없듯이 법이 결코 법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의 편일 수는 없을 것 같은 깨달음이 왔다”
- 박완서 -


법은 법이 필요 없는 사람들에게는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예부터 총이 총 없이 살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하지 않았고, 칼이 칼 없이 사는 사람들을 위하지 않은 것처럼 법 또한 법이 필요치 않은 이들의 편에 서지 않는다고 박완서 작가는 말한다. 이 땅의 법은 법에 지배당하는 민중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 법은 예나 지금이나 “용법(用法)”하는 자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이용당해 왔다.


법으로 밥벌이를 하는 이들의 행실은 민초의 정서와는 결이 다르다.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는 법조인의 입에서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업체 담당자에게 “법으로 괴롭힐 수 있는 방법은 많아요. 잘해주시면 저도 도움드릴게요.”라는 말이 나오는 것과 회사에 근무하는 법조인이 매일 오가는 출근길 도로에서 무단 횡단을 하는 것만 봐도 그들이 법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예는 우리가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최소한의 악용일 뿐이다.)  그런 사람들은 법을 지키는 자가 아니라 그저 법을 이용해 밥벌이하는 사람임을 스스로 증명할 뿐이다.


법은 권력의 하녀다. 진정 법을 필요로 하는 자들은 권력을 취하려 하는 자, 즉 정복하려는 자이다. 법은 항상 힘 있는 자들의 손과 발이 되어 힘없는 자들을 정복하고 그들의 목적을 위해 민중을 도구로써 수단화한다. 이 땅의 법은 힘없는 민중의 편에 서지도 피해자의 편에 서지도 않는다. 가해자를 심판한다고 해서 피해자의 피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듯 법은 피해자를 소외시킨다. 피해자의 몸과 마음은 피해의 상태로 화석이 될 뿐이다. (불공정 거래를 했다고 과징금을 수백억 때린다 해도 그저 나라의 곡간으로 들어갈 뿐이다.)


박완서 작가의 말대로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이란 준법정신이 투철하거나 정의감에 불타는 사람이 아니다. 법이라면 달라는 것 없이 두렵고 싫어서 자기 양심에 걸리는 일과 법에 걸리는 일을 동일시하며 조심조심 살아온 사람들일 것이다. 법이 ‘법’ 같지 않고 법을 다루는 이들이 ‘사람’이기를 포기할 때, 정의는 사라지고 법은 사람 잡는 올가미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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