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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 Influence Nov 09. 2019

착한 곡선을 회복하자

모든 것을 존중하는 곡선의 길이 우리가 자연과 더불어 살 길이다

굽이 굽이 에돌아가는 길은 더디지만 정다운 길입니다.
- 신영복 -


옛날에는 영서에서 영동으로 가려면 태백산맥을 넘어야 했다. 굽이 굽이 돌아올라 또 굽이 굽이 돌아내려가기를 반복한다. 대관령 고개가 그렇고 진부령 고개도 마찬가지다. 고개는 산이 낮은 지역을 말한다. 조금이라도 낮은 곳으로 가야 하니 산을 둘러 갔고, 계곡을 따라 내려와 강물 옆으로 굽이 굽이 아름다운 곡선의 길을 따랐다. 자연에 순응하고, 인간 자체가 자연이라 생각하고 살았던 시대의 모습이다.


근대화와 함께 자본주의는 우리 삶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자본주의의 핵심은 자본이고, 그 행위는 경제로 포괄된다. 보다 많은 자본을 양산하기 위해 속도는 필연적이다. 인간은 속도를 위해 신이 만든 곡선을 훼손하고 스스로 직선을 만들었다. 결과는 중시되었지만 과정은 무시되었다.


직선의 철도와 고속도로를 만들기 위해 산을 뚫었고, 물 위엔 다리를 놓았다. 공장에선 직선으로 이루어진 획일화된 물건을 대량으로 생산했고, 사람들의 주거는 살벌한 직선으로 뻗어 올린 아파트로 대체되었다. 사람들의 말은 짧아지고, 과정의 헤아림 보다 곧장 결과에 닿기만 바란다. 인간의 직선은 가장 경제적이지만, 가장 폭력적이다. 결과를 위해 과정을 훼손한다. 직선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인간과 자연은 소모되고 상처받고 주체가 아닌 대상이 되었다.


오스트리아 건축가 훈데르트바서는 “착한 곡선을 회복하지 않으면 인간 문명의 미래는 없다”고 경고한다. 그 동안 인간 스스로 만든 직선의 세상은 자연을 훼손하고 폭력을 가했다. 자연을 지배하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직선에서 벗어나야 한다. 굽이 굽이 돌아가고 좀 더디 가더라도 그 과정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존중하는 곡선의 길이 우리가 자연과 더불어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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