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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 Influence Nov 04. 2019

글보다 사람이 아름다워야 한다

쓰는 이들의 목표

글과 사람은 굉장히 닮아 있기도 하고 전혀 다르기도 하다.
- 엄지혜 작가 -


좋은 책을 읽고 나면 책을 쓴 저자를 만나보고 싶은 바램이 생긴다. 책에서 받은 영감과 감동이 작가의 이미지를 만들고 좋은 기대감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꼭 한번 뵙고 강연을 만들고 싶은 직업병을 발동하게 한다.


오랫동안 마음속으로 흠모하다 어렵게 기회를 만들어 저자를 모시게 되면 “그냥 이 분은 책으로만 만날걸” 하는 후회가 밀려들 때가 있다. 말이 글을 못 따라가서 그런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유 없이 까칠하거나 무례하고, 거만이 어깨에서부터 발가락 끝까지 흐르기도 하고, 연예인 병에 걸린 분들도 가끔 만난다. 무료 봉사를 시키는 것도 아니고 나름 거액의 비용을 지불하고 요청하여 극진하게 모심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당황케 한다. 내가 왜 무례함을 감당해야 하나 강연 내내 고뇌에 빠지게 만든 때도 있다.


책 뒤에 있던 작가의 맨 얼굴에 적지 않게 당황하던 날 밤 『태도의 말들』을 쓴 엄지혜 작가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글과 사람은 굉장히 닮아 있기도 하고 전혀 다르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는 누군가의 책 쓰는 자아를 만났을지도 모른다”.


곰곰이 글을 쓰는 나를 생각해본다. 글 쓰는 나의 자아와 행동하는 자아 사이의 간극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글 쓰는 자아가 완벽히 행동하는 자아, 아니 내 자아의 전체라고 할 수 없다. 책을 읽었으니 저자를 알게 되었다고 판단한 착각이 오해의 발단이다. 나는 저자를 책으로 만났고, 저자는 나에게 책으로 다가왔지, 저자 자신이 나에게 다가온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럼에도 아쉬움의 찌꺼기는 쉽게 닦이지 않는다. 왜일까? 글 쓰는 자아와 행동하는 자아, 그리고 그 외의 모든 나의 자아 사이의 간극을 줄이고 자아를 통합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만의 이상향일까?


오늘 또 다른 목표가 생겼다. “글보다 사람이 아름다워야 한다”. 글을 만났을 때 보다 사람을 만났을 때 더 많은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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