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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 Influence Dec 20. 2019

아이가 하이틴 로맨스를 읽는 건 괜찮을까?

아이들에게 책을 사주다 든 세 가지 의문 3편

[2편에 이 연재되는 글입니다] 1편 읽기    2편 읽기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이 무엇을 읽느냐는 사실 중요한 문제입니다. 특히 자녀의 교육을 신경 써야 하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이런 건 도움이 될까? 이건 아이들에게 좋지 않을 것 같은데…”라고 하면서 궁금증을 넘어 고민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지금은 아이의 엄마가 되었지만 엄마들도 여학생이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한참 감수성이 예민할 시기인 이때 하이틴 로맨스 소설이나 에세이는 친구들 사이에서 핫한 관심사였을 것입니다. 낙엽만 떨어져도 까르르 한다는 그런 때였으니 말이죠.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제가 어릴 땐 또래 여학생들이 도서 대여점에서 인기 있는 하이틴 로맨스 소설을 몇 권씩 빌려다 밤을 새우며 읽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 하이틴 로맨스는 여학생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 인기 있는 장르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하이틴 로맨스로는  해 전 유명했던 스미노 요루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나 김지훈 작가의 ‘당신의 마음을 안아줄게요’가 있습니다. 하이틴 로맨스는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한 문장 한 문장이 다이어리에 적어 놓고 계속 보고 싶을 만큼 주옥과 같아 필통의 모든 펜을 다 꺼내 다이어리에 문구를 옮겨 보기도 합니다.

 

미국의 소설가이자 아동문학 작가인 패리시(Parrish)에 의하면, 하이틴 로맨스의 스토리는 대부분 공통적인 공식이 있다고 합니다.

주인공은 대부분 15~17세 정도의 소녀이고, 스토리 전개는 이 소녀의 관점에서 서술됩니다. 그 주변에는 17~18세 정도의 남학생들이 등장합니다. 배경은 그들이 사는 작은 마을이고 현재 동시대를 설정합니다. 많은 소재 중 하나가 첫사랑입니다. 주로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플롯은 사랑에 빠지는 소녀의 심리, 사랑 속에서 생겨나는 근심과 고통, 성장 그리고 마지막은 대부분 해피엔딩으로 끝납니다.

스토리의 갈등 상황은 주로 여주인공의 불안한 감정, 불확실성, 인기 없음에 대한 열등감, 즐거움과 아픔, 홀로서기 등에 대한 열망에 대한 것으로 구성됩니다. 로맨스에서 욕설, 비속어, 성적이거나 저속한 행위에 대한 묘사는 거의 제외됩니다.

언어 발달 측면에서 하이틴 로맨스는 초등학교 4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까지의 읽기 수준으로 볼 수 있습니다. 책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팔리는 베스트셀러의 수준은 중학교 1학년이 읽기 좋은 수준으로 쓰여집니다.


패리시(Parrish)와 앳우드(Atwood)는 연구를 통해 “하이틴 로맨스 소설을 읽는 학생들은 다른 종류의 문학책도 많이 읽는 경향이 있다.”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또한 하이틴 로맨스도 만화책과 마찬가지로 학생들을 도서관으로 이끌고 책 읽는 시간을 늘려 준다고 합니다.


하이틴 로맨스도 만화책과 같이 외국어를 공부하는 학습자료로 가치가 니다. 영어 읽기 교육에 대한 다수의 연구를 한 조경숙 교수는 한국에서 정규 영어 교육을 받고 미국으로 건너가 상당 기간 살았던 30대 여성을 연구했습니다. 이 여성은 오랜 기간 미국에서 살았지만 기초적인 수준의 영어밖에 구사하지 못했습니다. 조교수는 이 여성에게 5~8세 정도의 여자아이를 위한 소설(Sweet Valley Kids)을 읽게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 여성은 어휘력이 상당히 많이 향상되었고 1년이 지나자 40권이 넘는 Sweet Valley시리즈를 거의 다 읽게 되었다고 보고했습니다.


위의 내용을 살펴보면, 하이틴 로맨스도 만화책을 읽었을 때와 유사한 시사점을 줍니다. 어휘력과 독해력을 높여주며 지속적으로 책을 읽는 습관을 길러줍니다. 또한, 더 어려운 책을 읽도록 해주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하이틴 로맨스는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에 남자와 여자 그리고 친구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감정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요즘은 부모들이 자녀들의 많은 부분에 관여하고 간섭할 뿐만 아니라 인생도 대신 살아주는 경향이 있을 정도입니다. 따라서, 하루 종일 사교육에 시달리는 아이들은 그 시기에 느껴야 할 감정의 경험 조차 제대로 느껴보지 못한 채 청소년기를 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몸은 커지고 있는데 마음은 점점 작아지고 있는 모양이죠.


개인적으로 저는 사람이 살면서 애가 타고 슬픈 감정, 기쁘고 누군가와 사랑에 빠졌을 때 느껴지는 행복과 초조함, 불안감, 불확실한 자신의 마음 등 모든 감정을 느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대학 가서 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면...꼰대 초기 증상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서툰 사람들을 적지 않게 보게 됩니다. 성격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정체성을 형성하는 성장기에 다양한 감정에 대해 경험하고 성찰하며 대처하는 법을 배우는 것을 놓쳐버렸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중고딩땐 감성적 풍요로움을 선사하는 하이틴 로맨스 한 권쯤 가방에 넣고 다녀도 괜찮을 인생 도서로 생각됩니다.(고3땐 읽으라고 해도 유치해서 않 읽는다고 하네요 ㅎㅎ. 출처: 까페에서 옆에 앉은 여학생들^^)


[같이 읽으면 좋은 글]

1편. 나도 모르는 사이 아이들을 옳아매는 이중 구속 메시지

2편. 만화책 사주는 건 잘하는 건가요?

   

<참고문헌>

Cho, K. S., & Krashen. S. D. (1994). Acquisition of vocabulary from the Sweet Valley High Kids series: Adult ESL acquisition. Journal of Reading. 37, 662-667.

Krashen, S. D. (2004). The Power of Reading. Santa Barbara, CA: Libraries Unlimited.

Parrish, B. (1983). Put a little romance into your reading program. Journal of Reading. 26, 610-615.

Parrish, B., & Atwood. K. (1985). Enticing readers: The teen romance craze. California Reader.18,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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