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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 Influence Dec 25. 2019

‘라파엘 나달’에게 배운 일을 대하는 태도

스포츠 좋아하시나요? 요즘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분들이 다양한 스포츠를 좋아하고 경기를 관람하기도 합니다. 스포츠 경기를 보다 보면 세계 최고 기량을 가진 선수의 플레이에 매료될 때가 많은데, 저의 경우는 이와 함께 선수들이 경기에 임하는 태도를 주의 깊게 살펴봅니다.


올해 국제 테니스연맹(ITF)에서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라파엘 나달(스페인)이라는 선수를 아시나요? 우리나라에서 ‘흙신’으로 불리는 나달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테니스 선수이기도 합니다. 이번 글은 프로 테니스 선수인 나달이 자신의 일을 대하는 태도를 나눠볼까 합니다.


먼저, 테니스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라파엘 나달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나달은 1986년 스페인의 섬 마요르카에서 태어나 4살 때부터 삼촌인 토니 나달에게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합니다. 11살 때 스페인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15살인 2001년에 프로로 전향합니다. 남자 테니스계에서 빅 3으로 불리며 2019년 세계랭킹 1위와 ‘올해의 선수’로 선정되었습니다. 개인전 통산 977승에 84회의 단식 타이틀을 가지고 있습니다. 올해는 2018년에 이어 스포츠맨십상을 받으며 2관왕에 올랐고,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와 함께 4개의 그랜드슬램 대회를 양분했습니다. 서브를 넣기 전 신체의 7군데를 만지는 습관이 있고, 코트에 들어가고 나갈 때 코트 라인을 밟지 않으며 물과 음료병을 항상 똑같은 위치에 놓는 자신만의 경기 루틴(징크스)을 가지고 있습니다. 설명하자면 몇 장의 지면이 더 필요한 선수지만 이쯤에서 줄이고 나달에게 배운 일을 대하는 태도를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자신의 코트로 날아오는 모든 공을 혼신의 힘을 다해 처리합니다.

나달의 경기를 보고 있으면 어떻게 저렇게 모든 공을 혼신의 힘을 다해 칠 수 있는지 감탄이 나옵니다. 나달은 왼손잡이 선수로 강력한 하이 탑스핀이 걸린 포핸드를 구사하는 선수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샷을 강하게 친다는 뜻은 아닙니다. 스매싱이든 발리든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 상대방을 공략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클레이 코트에서 적수가 없어 ‘클레이 코드의 황제’, ‘흙신’이라는 별명이 있듯이 나달은 클레이 코드에서 많은 우승을 했습니다. 클레이 코트는 경기시간이 긴 것으로 유명한데 나달은 4시간이 넘는 경기에서도 성의 없이 치는 스트로크가 없습니다. 이렇게 혼신을 다해 처리한 스트로크들이 한 점의 점수가 되고, 하나의 세트를 따내어 결국엔 경기를 가져오게 됩니다.

Rafael Nadal hit an insane winner around the net. Image: Getty/ESPN


둘째, 자신의 강점을 통해 위기를 극복한다.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나달의 강점은 강력한 스핀이 걸린 포핸드입니다. 공의 회전량을 보면 3700 rpm~4400 rpm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테니스의 황제라고 불리는 로저 페더러의 평균 회전량이 2700 rpm인 것을 감안해 보면 엄청난 회전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그는 서브와 백핸드에서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달이 어릴 적 스페인 테니스협회는 나달의 코치인 삼촌에게 나달을 바르셀로나 테니스 아카데미에 합류하여 훈련하기를 제안합니다. 모든 지원을 약속했지만 나달의 삼촌은 나달이 이 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나달의 약점인 백핸드를 보완하는 훈련에 치중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보통 수준 정도의 선수밖에 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입교를 거절합니다. 이때부터 나달은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기보다 강하고 독창적인 포핸드 연습에 집중합니다. 그의 플레이를 보면 백핸드로 칠 것도 웬만하면 한 두 발짝 옮겨 포핸드로 쳐냅니다. 이를 위해 빠른 스탭을 함께 연습하게 됩니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신들린 듯한 수비력을 만들어내며 나달의 또 다른 강점으로 자리 잡습니다. 상대 선수들은 나달과 경기를 할 때 “끝나야 끝난 것이다”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분명히 이겼다고 생각했던 샷을 끝까지 뛰어가서 자신의 코트로 돌려보내는 나달을 겪어본 이들의 표현입니다. 당해본 선수들은 나달의 폭넓은 코트 커버 능력과 포기하지 않는 집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심리적으로 흔들리기까지 합니다.

Forehand trajectory comparison, Image : ESPN


셋째, 아무리 경기가 풀리지 않아도 절대 라켓을 던지지 않는다.

나달도 사람인지라 모든 경기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잘할 수는 없습니다. 경기 당일의 신체 컨디션과 상대 선수와의 상대성 등에 의해 경기가 잘 안 풀리고 패배를 할 때도 있습니다. 이렇게  경기가 안 풀리고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할 때 많은 선수들은 라켓을 코드 바닥에 패대기치고 심지어 몇 번씩 바닥을 때려 라켓을 부숴 버리기까지 합니다. 나달과 함께 빅 3이라고 하는 조코비치나 페더러와 같은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도 경기가 뜻대로 안 풀리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땐 이런 행동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나달은 절대 라켓을 던지지 않습니다. 처음 나달의 경기를 볼 때 해설자가 “나달은 절대 라켓을 던지지 않는다.”는 말에 그의 경기를 유심히 지켜봤지만 정말 한 번도 라켓을 던지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Image via courier-journal.com

https://www.complex.com/sneakers/2014/08/you-cannot-be-serious-the-worst-tennis-racket-smashes-to-ever-happen-on-court

이런 절제된 모습은 어린 시절 삼촌에게 테니스를 배우면서 형성되었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 경기가 뜻대로 안 풀려 다른 선수들과 같이 라켓을 던지려는 나달에게 삼촌은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너를 지켜보고 있다. 특히 너를 롤모델로 생각하는 어린 선수들이 너의 경기를 보고 있다. 이 세상에는 테니스 라켓을 사고 싶어도 사지 못해 테니스를 칠 수 없는 어린 선수들이 많으니 절대 라켓을 던지거나 함부로 하는 일이 없도록 해라”라고 했답니다. 나달은 그 이후로 자신의 경기를 보고 있는 많은 팬들과 상대 선수, 코치, 심판, 그리고 경기에 대한 존중의 의미로 라켓을 던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프랑스오픈(롤랑가로스)을 12번 우승하고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세계 최고의 프로선수의 행동을 통해 제가 하는 일을 돌아봅니다.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에 얼마나 의미를 두고 과정 하나하나에 혼신을 다해 처리하려고 노력했는지 물어야 합니다. 또한 우리의 강점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보고 강점을 자신의 일에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사람은 잘하는 일을 할 땐 신이 나고 즐겁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하는 일이 항상 우리의 마음에 들게 이루어질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잘 되지 않아 애를 먹을 때가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우리는 남의 탓을 하고 우리를 여기까지 있게 한 존재들을 하찮게 여기고 던지고 부수려고 한 적은 없었는지 뒤돌아 볼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나달의 삼촌과 같은 멘토를 두어야 합니다. 현재 딱히 생각나는 사람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자신의 기술과 지식, 그리고 태도를 다듬어줄 멘토를 찾아야 합니다. 꼭 한 사람일 필요는 없습니다. 멘토가 자신과 친분이 있어 지도해주면 좋겠지만 멘토가 꼭 우리를 알아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신이 배워야 할 점이 있다면 그의 장점을 배우고 활용하면 되니까요. 배울 점을 찾아내어 성찰하고 적용하고자 하는 성장 마인드만 있다면 세상 모든 사람이 멘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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