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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기쁘게 한 말레이시아 음식들 (2)

by 이월오일

말레이시아 여행 첫 글에 LEY님께서 댓글을 달아 주셨다. 궁금한 음식이 있다고.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좋은 정보가 될 수 있다니 기뻤다. 그래서 정리해 본 말레이시아 음식들. 2박 3일이라는 짧은 시간 그리고 부킷빈땅이라는 한정된 지역이라 부끄러운 수준이다. 그래도 나와 비슷한 입맛을 지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1. 말레이시아 국가 유산, 나시르막 도전 Al-Muhammadi

(구글맵: https://maps.app.goo.gl/4FE1uJt7d16d5gYM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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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구글맵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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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Muhammadi는 숙소인 Sleeping Lion Suites 근처에 있는 마막(Mamak Stall)이다. 마막은 말레이시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길가 음식점이다. 원래 ‘마막(Mamak)’이라는 단어는 인도계 무슬림을 뜻하나, 현재는 이들이 운영하는 음식점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다. 마막은 말레이시아인들에게 편리한 접근성과 싼 가격으로 인기가 좋다. 매주 금요일 12시 기도시간을 제외하고 365일 24시간 영업하는 곳이 많다. 초기에는 길가에만 위치하다 요즘에는 건물 안으로도 이어져있는 노점형태를 띠는 곳이 많아졌다. 마막식당의 기본메뉴로는 떼 따릭(Teh Tarik)과 여러 종류의 로띠 짜나이(Roti Canai)등이 있으며, 이 외에도 나시르막(Nasi Remak), 나시 고렝(Nasi Goreng)등 여러 현지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출처: 주말레이시아 대한민국 대사관)


여행을 가면 쇼핑몰, 유명 관광지 등을 방문하지 않고 발길 닿는 데로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숙소 밖을 나올 때면 항상 보이는 이 식당을 눈여겨봤었다. 깨끗하면서도 시원해 보이는 내부와, 냉장고 진열장에 가지런히 정리된 반찬들이 눈길을 끌었기 때문이다. 북적이진 않지만 현지인들이 항상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과 말레이시아에 오면 꼭 먹어야 한다는 나시르막을 먹고 싶다는 이유도 있었다.


참고로 나시르막은 말레이시아 국가유산으로 지정된 만큼 말레이시아인들에게 사랑받는 음식이다. 나시르막은 쌀밥에 튀긴 멸치, 각종 야채와 삼발 소스 등의 재료를 한데 넣어 비벼 먹는 음식이다. 나시르막의 밥맛은 고소하고 담백데, 밥을 지을 때 코코넛 밀크를 넣기 때문이다. 먹는 방법이 장소와 시간 등에 크게 구애받지 않아 버스터미널과 길거리 노점 등에서 나시르막을 먹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아침에 각자 선호하는 노점을 방문해 나시르막으로 아침식사를 해결한다고 한다. (출처: 월간 아세안문화원)


호기롭게 가게 안으로 들어가긴 했으나, 외국인이 오는 것이 낯선 눈치였다. 식사 중이던 현지인들의 시선과 점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자리에 앉았다. 나시르막을 주문하자 2차로 당황하는 눈빛을 보내는가 싶더니, 포슬포슬한 밥에 약간의 땅콩, 삶은 계란 반쪽, 삼발 소스가 뿌려진 접시가 나왔다. 그제야 주문을 받던 점원이 당황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먹어서야 배가 찰리가 없다.


짧은 영어 실력과 간절한 표정, 손짓을 섞어 가며 냉장고에 진열된 반찬을 골라 먹고 싶다고 하자 그렇게 하라고 했다. 현지인들도 접시에 반찬을 담아 가기에 따라 해 본 것인데, 이런 주문 체제가 맞는 것인지 아직도 알 수가 없다. 백종원의 스트리트푸드파이터와 여러 유튜브를 보아도 메뉴판을 보고 주문하는 경우만 있었기 때문이다. 진열된 반찬을 조금씩 접시에 담을 때 3차로 당황하던 점원의 얼굴을 보면, 이걸 어떻게 계산해야 하나 머리를 엄청 굴리지 않았을까 싶다.


멀리서 볼 땐 다양해 보이던 반찬은 가까이서 보니 육류 위주라 내가 먹을만한 반찬이 적었다. 유명한 나시르막집에는 다양한 채소와 해산물 반찬이 있던데, 말레이시아에 다시 방문한다면 사전 조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은 생각일 뿐, 직접 보고 느끼며 그때의 감정에 충실한 우리 부부는 유명한 맛집이라고 애써 찾아갈 리가 없다. 지금의 선택에 만족하기로 했다.


페스코 베지테리언인 나는 명태조림처럼 보이는 생선과 감자볶음을 접시에 담아 왔다. 삶은 계란은 신랑에게 주었다. 역시나 동남아 특유의 폴폴 날리는 밥과 감자볶음, 아주 소량의 살이 있는 생선을 먹으니 배가 차지 않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밥이라고 매콤한 삼발소스에 비벼 먹으니 적당히 먹을만했다. 각종 채소가 있었다면 더 맛있게 먹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았다. 신랑은 생선 대신 닭다리 튀김을 먹었는데, 둘이 합해 30링깃(약 8,600원)이 나왔다.




2. 말레이시아 국물 요리, 락사 맛집 Laksa Kg Baru

(구글맵: https://maps.app.goo.gl/9VDxR2Fy5Y9MufmJ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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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과 도보 이동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가 그랩을 타고 방문했던 락사집. 사실 타만투구 국립공원 트레킹을 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있어서 방문한 곳이긴 하다. 한국에 온 관광객들이 비빔밥, 불고기, 삼겹살, 김밥 등을 먹어 봐야 하는 것처럼 말레이시아에 갔다면 먹어봐야 하는 현지 음식 중 하나가 락사다. 나는 직장 근처에 락사집이 있어서 한국에서 락사를 맛본 경험이 있는데, 쌀국수에 코코넛과 카레를 넣은 육수에 해산물과 고기가 듬뿍 들어간 메뉴였다.


참고로 락사란 말레이시아 전통 음식으로, 중국 이주민이 들여온 국수에 말레이시아 현지 재료가 어우러져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보통 생선이나 닭을 우린 육수에 쌀국수를 넣어 만든다. 락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아쌈 락사는 타마린느 즙이 들어가 새콤한 맛이 나기에 태국 전통 요리 똠양꿍에 비유되기도 한다. 아쌈 락사는 한국인에게 매우 익숙한 맛인데, 꽁치 김찌찌개에 국수를 넣은 맛이라고 한다. 또 다른 락사로는 락사 르막이 있는데 육수에 코코넛 밀크가 들어가 고소하고 되직한 맛이 난다. 내가 한국에서 먹은 것은 락사 르막으로 추측된다.


Laksa Kg Baru는 그랩을 타고 찾아간 보람이 있을 정도로 맛있었다. 구글맵 평점도 4.8로 높은 편이고 카레 락사(MEE KARI)가 유명했다. 하지만 나는 얼큰한 국물이 먹고 싶어서 빨간 육수에 새우가 얹어진 MEE UDANG을 주문했다. 신랑은 카레 락사를 주문했는데, 실내 자리나 실외 자리나 너무 더워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맛있게 먹었다. 내가 시킨 미당 락사는 농심 새우탕면 같은 풍미가 느껴졌고, 피쉬볼과 새우, 야채가 풍성하게 들어 있어 금새 배가 불렀다.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매운맛의 달인인 내가 먹기에 매콤함은 부족했다는 것. 하지만 외국에서 한국의 매콤함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법이니 이 정도도 충분히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다시 가고 싶은 맛집인데 그랩을 타고 이동해야 한다는 점도 아쉬웠다. 하지만 현지 시장 한가운데 있어서 본격적인 현지 느낌이 나므로, 시간 여유가 있다면 락사를 먹고 이 동네를 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락사 2개와 떼 따릭(말레이시아 밀크티) 1잔을 주문했는데 31링깃(약 8,900원)이 나왔다. 양도 많고 맛도 좋은데 음료까지 합쳐 8,900원이라니 감탄을 했던 기억이다. 그랩 비용이 19링깃(약 5,500원) 추가되었지만, 충분히 값어치가 있는 곳이었다.


오늘도 구글맵과 메뉴 사진, 가격만 올리려다 실패했다. 박찬호와 만나면 지지 않을 자신이 생겼다. 말레이시아에서 먹은 또 다른 음식들은 다음 편에 이어지는 것으로- (도대체 언제 끝나냐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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