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를 읽고
16년차 윤리 교사의 사적인 책 읽기. 책 속 한 문장과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씁니다.
나는 야인이 되겠어. 거친 비바람 몰아쳐도. 두렵지 않은 나의 뜨거운 가슴.
드라마 <야인시대> 주제곡
"나는 야인이 되게써~~
거친 비바람 몰아쳐어도오우~
두렵지 않은 나의 뜨거운 가씀!!"
요즘 나의 애창곡이다.
특히 신랑 최가 보일 때마다
앞으로 달려가 구성지게 노래를 뽑았다.
그리곤 주먹을 꼭 쥐고 한마디를 덧붙였다.
"난 야인이 될 거야!"
자고로 꿈은 많은 사람에게 공헌할수록
좋다고 하지 않았나.
최는 웃기다는 표정을 숨기며
도대체 그 노래는 뭐며,
야인은 또 뭐냐고 물었다.
뭐지? 야인이라고 하면 느낌이 딱! 오지 않나?
어쩔 수 없이 서재로 달려가
아이패드에서 유튜브를 재빨리 열고
검색창에 '나는 야인이 될 거야'를 입력했다.
오, 이거다. 이거!
출근하기 위해 양치를 하고 있는
최의 얼굴에 아이패드를 들이밀었다.
"이거예요!"
"빠라라라라리리 라라라~"
아이패드에서는 드라마 야인시대 주제곡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최는 "아, 이 노래."라며
이제야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의 애창곡을 알아줬다는 기쁨에
양치하는 최의 엉덩이를 두드리며
신나게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러자 최가 입에 거품을 물고 말했다.
(오해 마시라. 양치 거품이다.)
"신랑은 토요일에도 출근하려고 양치하고 있는데,
아내는 야인이 되겠다고 신랑 엉덩이를 두드리며 노래하다니."
말의 내용은 서운함이 가득한데
표정은 웃고 있었다.
최는 언제나 그랬다.
방학임에도 최의 도시락 한 번 싸주지 않고
집에서 하루 종일 뒹굴뒹굴하고 있다가
누운 채로 맞아 주면 그렇게 행복해했다.
20년의 시간을 함께 하면서
경주마처럼 앞만 보며, 쉼 없이 달리는
내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무엇에 쫓기는지 알지도 못한 채
긴장되고 불안한 마음으로
내달리는 내 등을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방학 때면 온전히 쉬려는 나에게,
이제 쉬고 싶다고 휴직을 택한 나에게
최는 열렬한 응원을 보냈다.
그리고 지금은 야인이 되겠다는 아내의 꿈을
어떻게 실현시킬지 함께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최에게 야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려주려고
사전을 찾아봤는데, 음...
벌써 1번은 이룬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