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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혜정 Aug 23. 2024

나만의 행복 루틴을 찾아서

<나는 오늘도 달린다>를 읽고


16년 차 윤리 교사의 사적인 책 읽기. 책 속 한 문장과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씁니다.






신의 하루 루틴은 어떻게 되길래 '갓생'이란 말이 생겨났을까? 알고 보면 신도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룰루랄라 즐거운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닐까? 그것도 모르고 인간들은 갓생, 갓생하면서 지옥같은 현실을 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 



요즘 갓생과 야인의 삶을 거쳐 지속가능한 자기계발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자기계발'은 자기계발은 하고 싶은데, 적당히 즐겁게 하고 싶어서 만들어 본 말이다. 그냥 살면 안 되냐?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분명 나처럼 자기계발의 운명을 거스를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배우고, 도전하고, 성장하는 것에 열광하는 인간 말이다. 이런 사람은 무당이 될 사람이 무당 되기를 거부하면 신병에 걸리듯, 자기계발이라는 운명을 거부하면 탈이 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런 사람은 배움, 성장, 인정 욕구가 가득한 사람이라 채워주지 않으면 병이 난다. 채워줘야 행복하다. 물론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고, 열심히 채우다 번아웃이 오는 경우가 많다. 살살, 적당히 하면 될 것을 적당히를 모르다 완전히 재가 돼버리는 것이다. 재가 된 뒤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속세를 벗어나 야인의 삶을 살아 보기도 한다. 그러면서 지난날을 돌아 보면 왜 그렇게 아등바등 살았을까 싶어 적당한 타협점을 찾기 시작한다. 



마치 헤겔의 정반합 같은 느낌이랄까? 무한 긍정의 세계에 살다가, 그것을 부정하는 세계로 떠났다가 어느 날 홀연히 그 모든 것을 넘어선 통합의 단계로 진입하는 것 말이다. 물론 이 과정은 무한히 반복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중용이기도 하겠다.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적절한 상태. 하지만 수치화할 수 없고 사람에 따라, 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상태. 그래서 끊임없이 성찰하며 찾아가야 하는 상태.



우리의 삶은 역동적이다. 예전에 나에게 좋았던 것이라고 그것을 계속 고집하면, 지나치거나 모자라서 행복과 멀어질 수 있다. 나에게 자기계발이 그렇다. 어릴 때는 배울 것이 많고 사회 초년생이기에 앞만 보며 열심히 달리는 것이 적절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했다. 예전 방식을 고수하면 지쳐서 나가떨어질 게 분명하다. 아니 나가떨어진 경험이 많다. 중용의 미덕이 필요하다.



머리가 복잡할 때는
오히려 시간을 내서 달리기를 해야 합니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존재하지 않으면
인생의 방향을 잃습니다.
<나는 오늘도 달린다>



결국은 행복하자고 하는 것 아닌가. 지금 나를 관찰하고, 무엇을 할 때 몸과 마음이 조화롭고 충만한지 세심하게 살피는 지혜가 필요하다. 사람마다 특성과 상황이 다르기에, 행복으로 가는 중용의 지점도 사람마다 다르다. 그렇기에 남들이 한다고 똑같이 할 필욘 없다. 앞으로는 나아가되 즐겁게 나아갈 수 있는 나만의 방법과 속도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은 경험이다.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 수밖에 없다. 달리기 VS 헬스, 모닝페이지 VS 필사. 자꾸 경험하고 비교하면서 이상형 월드컵을 하듯 하나하나 포기해 가야 한다. 선택한 것에 대해서도 구체성을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 아침 걷기를 하며 시작의 에너지를 듬뿍 받는 것이 좋은지, 저녁 걷기를 하며 하루를 돌아보고 차분히 정리하는 것이 좋은지 등등. 



결국은 나다움이다. 



나를 잘 알면 어떻게 하루를 보내야 기분이 좋은지 명징하게 알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도영 작가의 <나는 오늘도 달린다>는 스스로를 잘 아는 사람, 중용의 미덕을 찾은 사람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그는 책을 통해 함께 달려 보자고 말하지만 나에게는 이렇게 들렸다. 



'누구나 갓생 살 필요가 있나? 대단한 기록을 낸 러너만이 달리기 책을 낼 자격이 있나? 나는 행복한 하루를 위한 나만의 방법과 속도를 찾았어. 물론 상황이 변하면 이 방법과 속도도 달라질 수 있지만, 지금은 이것이 나의 최선이야! 난 행복해!'



앉은 자리에서 후루룩 책을 읽고, 나도 나만의 방법과 속도로 나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것저것 경험하고 포기하는 과정에서 나를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학교에 있을 때, 아이들과 '행복 루틴 프로젝트'를 했던 기억이 난다.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좋은 습관을 만들고 실천하는 프로젝트였는데, 조금 더 자신있게 수업에 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요즘 좋아하는 루틴. 가벼운 운동복 + 햇빛 아래 30분 이상 걷기 + 메가커피 마시기


초록으로 둘러쌓인 벤치에서 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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