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오글오글: 12월호 2024년을 돌아보며>
<월간 오글오글>은 글쓰기 모임 오글오글 작가들이 매 월 같은 주제로 발행하는 매거진입니다. 12월호 주제는 '2024년을 돌아보며'입니다.
"Connecting the dots."
점이 모여 선이 되듯, 경험과 경험이 이어져 현재와 미래를 만든다는 말을 믿는다. 그동안의 내가 그랬고, 지금의 내가 그러하기 때문이다. 그저 마음이 이끄는 대로 했던 것들이 하나로 모여 실체를 드러낼 때가 있다. 마치 드론쇼처럼 말이다. 1개의 드론만 보았을 때는 도저히 어떤 모양이 나올지 상상할 수 없지만, 수백 대의 드론이 저마다의 비행으로 하나의 형상을 그려내는 모습을 본 적 있을 것이다.
모두의 인생에는 드론쇼 같은 순간이 있다. 나의 올해가 그렇다.
관성처럼 가입한 교사 성장 모임에서 글쓰기 소모임 <오글오글>을 만들었다. 오글오글은 '오늘도 글 쓰고, 오래오래 글 씁니다'의 줄임말이다. 급조한 말이지만, 이것이 12월에 출간될 <오글오글 씁니다> 책 제목이 될 줄 누가 알았으랴. 그리고 공저 작업을 글감으로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도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정말이지 버려지는 경험은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모임 선생님들과 글로 교감하면서, 더 많은 사람, 더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마침 나에겐 책을 소개하는 인스타그램 계정과, 수업 자료를 공유하는 블로그가 있었다. 팔로워는 미약하나 의지는 창대하므로 용기 있게 오글오글 글쓰기 모임 모집을 했다. 놀랍게도 목표했던 5명의 회원이 모집됐다. (글쓰기의 세계로 끌어들이고 싶었던 친언니도 포함이다.)
그렇게 아무것도 없는 나를 믿고 모임을 신청해 준 1기 멤버들 덕에 많은 것이 변했다. 6개월의 시간 동안 오글오글 멤버들은 꾸준히 글을 쓰며 삶을 나누었고, 나는 그 글을 읽으며 꺼진 줄 알았던 마음의 불씨를 되살렸다. 멤버들의 글이, 아니 그들의 삶이 얼마나 아름답고 슬프고 멋진지. 그 글들을 세상 밖으로 꺼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에는 꺼내져야 할 많은 이야기들이 있음을 깨달았다.
출판인이 되겠다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 지난 몇 개월을 출판 관련 책을 섭렵하고 관련 강의를 찾아다녔다. 지금은 한겨레 출판편집학교에 다니며 편집자, 출판인으로서 필요한 능력과 태도를 배우고 있다. 물론 실무를 배우며 부딪힌 현실의 벽에 불면증과 두통이 생기긴 했지만, 이 또한 글과 사람의 힘으로 이겨내고 있다.
꿈꾸는 삶은 그 자체로 아름다울까? 꿈을 꾸며 보낸 2024년을 돌아보면, 모든 순간이 좋진 않았다. 모호한 명령이 입력된 드론처럼 열심히 허공을 헤맸고, 그마저도 배터리가 다 될 때면 추락하듯 하강하는 일의 반복이었다. 하지만 드론은 하늘을 날기 위해 태어난 존재이기에, 그저 구름과 태양을 바라보며 날아오르는 순간마다 행복했다. 같이 날아오르는 동료들이 생겼을 땐 더 좋았다. 어디로 향하는지 모르지만, 무슨 목적이 있는지 모르지만 그저 함께 날고 있는 것만으로 기뻤다.
우리의 비행이 어떤 모양을 만들어낼 진 모르겠다. 하지만 저마다의 비행이 모여 언젠가 하나의 형상을 그려낼 것이라 믿는다. 그 모습은 사람들에게 '멋지다'라는 말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