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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모네비 Dec 08. 2024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가요

<월간 오글오글: 12월호 2024년을 돌아보며>

<월간 오글오글>은 글쓰기 모임 오글오글 작가들이 매 월 같은 주제로 발행하는 매거진입니다. 12월호 주제는 "2024년을 돌아보며"입니다.<월간 오글오글: 12월호 2024년을 돌아보며>


2024년은 내게 도전, 불안, 분노, 그리고 고민이 뒤섞인 해였다. 


1월에는 사업을 배우러 갔다. 무려 500만원이나 내고 말이다. 

꼬박꼬박 모은 용돈과 알바비를 싹 털어 들으러 갔지만 결국 수업이 끝나도록 특별한 결과물은 없었다. 배운 방법은 무료 전자책으로 사람을 모으고 저렴하게 상담을 진행한 후 고액 강의로 연결하라는 것이었다. 

돌이켜보면 ‘마케팅 설계자’나 ’1페이지 마케팅 플랜’만 읽어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내용인데 그땐 아무것도 몰랐다. 더군다나 고액을 받을 실력도 없었던 내가 그 방법을 제대로 해낼 리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남은 건 '메모네비'라는 하나의 컨셉뿐이었다.


2월에는 8년이나 이어온 성당 봉사활동을 그만뒀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예산과 행정 문제로 생긴 마찰이었다. 나는 봉사하러 갔을 뿐인데, 봉사자가 아닌 공짜 노동력 취급을 당하는 게 싫었다. 꼭 그런 사람이 있지 않은가. 시킨 일을 열심히 했더니 마음에 안 든다며 여러 번 다시 시키고, 구체적인 기준도 알려주지 않는 사람. 

똑같은 행사 기획안을 한 달 내내 고치고 나니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행사 기간 안에 기획안 완성이 안 되니 내 돈으로 행사비를 50만원이나 내야 했다. (당연히 나중에 돌려받긴 했다.) 


3월부터는 이왕 컨셉이 있으니 인스타그램을 운영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꾸준히 게시글을 올렸다.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고민했다. 방향성이 맞는지, 릴스를 어떻게 더 잘 만들 수 있을지 등등. 

어느 순간 팔로워가 늘면서부터는 게시글 하나마다 반응이 신경쓰였다. 조회수가 팔로워 수보다 적게 나올 때면 우울하기도 했다. 수익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이걸 왜 하고 있나 가끔 허탈감을 느꼈다. 반대로 광고나 협찬을 진행할 때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기 싫어 몸부림쳤다. 어떻게든 책을 좋게 소개해야 하는데 읽고 보니 취향이 아닐 때는 진짜 힘들었다. 


인스타그램만이 아니었다. 대학원생인 나에게는 논문이라는 거대한 벽이 하나 더 있었다. 2024년 내내 논문 주제 선정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교수님들은 가져간 주제마다 애매하다고 하셨고, 시간은 계속 흘렀다. 아무래도 졸업은 제때 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오전에는 자료를 찾고 논문을 작성한 다음 오후에는 인스타그램에 올릴 릴스를 편집하는 일상이 반복됐다. 어느 쪽도 제대로 하고 있다는 느낌이 안 들었다. 




어느덧 12월. 잠시 멈춰서 뒤를 돌아보아야 할 때다. 그런데 나를 꽉 조이던 불안과 고민들, 속에서 뾰족하게 치고 올라오는 분노를 모두 잊게 만드는 사건이 일어났다. 집에 굴러다니는 손전등을 야광봉으로 리폼해 길거리로 뛰쳐나가게 만든 사건이. 


시린 공기를 뚫고 거리로 나가자 사람들이 LED 촛불이며 아이돌 응원봉을 손에 들고 모여들고 있었다. 모두 각자의 고민거리를 뒤로 하고 하나의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나도 그 순간에는 모든 개인적인 걱정을 잊었다. 있어야 할 곳에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뛰쳐나가는 발걸음에 망설임이 없었다. 당연했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와 일기를 쓰는데 벼락같은 깨달음이 찾아왔다.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나는… 올바르게 살고 싶었다. 


거리에서 낯선 이들이 서로 간식을 나누는 모습을 보며, 정말 소중한 가치를 잊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생각해 보니 내가 그동안 느꼈던 부정적인 감정은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삶의 방향이 어긋나서 생긴 것이었다. 

실력에 맞는 정당한 대가를 받고 싶었던 나는 처음부터 고액 강의 유도 방식이 불편했다. 봉사자라는 이유로 감수하라는 말이 부당하게 느껴졌고, 아랫사람 대하듯 하는 태도에 분노했다. 팔로워 수만 신경 쓰는 인플루언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소통하는 계정을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소중한 창작물인 논문에 집중하고 싶었다.




책을 읽고 실천하면 인생이 바뀐다는 말이 있다. 주로 자기계발 서적에서 자주 나오는 이야기다. 그래서 그 뒤에 ‘부자 되는 법’ 같은 말이 따라붙을 것만 같다. 하지만 책에서 배운 내용을 실천한다는 건, 진짜로 중요한 가치를 잊지 않고, 행동해야 할 때 행동하며, 부당함에 맞서 올바름을 추구하는 것이 아닐까.


선택의 순간, 나의 양심은 어디를 향하는가.


이것이 2024년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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