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독실 Dec 08. 2024

감사합니다~영어로 땡큐!

2024년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감사의 해

<월간 오글오글>은 글쓰기 모임 오글오글 작가들이 매 월 같은 주제로 발행하는 매거진입니다. 12월호 주제는 "2024년을 돌아보며"입니다.


<감사의 시작>

“오빠, 올해 정말 감사가 가득한 한 해였다! 그치?”

“맞아, 매 순간 감사한 일이었어.” 하며 갑자기 “감~사합니다!” 하고 박수를 친다.

나도 남편을 따라 “감~사합니다!” 하며 함께 박수를 쳤다.     

남편과 나는 7년간의 장거리 연애를 했다. 남편은 충청남도 서산에서 일을 했고, 나는 경상북도 경산에서 대학교를 다녔다. 대구까지 버스를 타고 가고, 다시 서산까지 왕복 10시간이 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에 대한 애타는 사랑은 그 긴 시간조차 지루하지 않게 만들었다. 그렇게 5년을 보냈다. 그러던 중 남편이 진주로 오게 되었고, 나는 대구에서 교사로 일하게 되면서 우리의 거리가 조금 가까워졌다. 우리는 7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을 했다. 결혼 후에도 여전히 주말 부부로 지내야 했지만, 지역적인 거리와 시간의 간극조차 우리를 막을 수는 없었다. 그러다 올해 1월, 우리의 소망이 이루어진 것이다! 드디어 남편과 대구에서 함께 살게 되었다. 모델하우스처럼 이질감이 느껴지던 집이 한 사람의 존재만으로 내 집처럼 따뜻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변했다. 2024년 새해가 시작되면서, 정말 감사한 변화가 우리에게 찾아왔다.     


<감사의 연속>

나는 특수학교에서 5년을 근무한 후, 올해 3월 처음으로 특수학급에 발령을 받았다. 발령받은 학교와 집까지의 거리는 걸어서 10분 채 되지 않았다. 차가 없는 나에게 집과 직장이 가까운 것은 정말 큰 행운이었다. 등굣길에 걸어가면서 만나는 아이들의 인사도, 궁금함을 견디지 못하고 "선생님은 누구세요?" 하고 수줍게 건네는 질문도, 아침 풍경을 누리며 걷는 시간도 나의 출근길을 즐겁게 했다. 게다가 퇴근 후 단숨에 도착한 집은 하루의 고단함과 피로를 모두 씻어내주었다. 이것이야말로 최적의 근무 환경이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특수학교와 특수학급은 전혀 다른 환경이라며 걱정했지만, 사랑스러운 아이들, 따뜻한 선생님들, 배려 깊은 부모님들과 함께 하면서 점차 배우고 적응해 갔다. 지난 학교에서 만났던 학부모님들도 나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해 주셨고, 내가 외롭진 않을까 세심하게 챙겨주셔서 학기 초 적응에 큰 힘이 되었다.     


<감사의 절정>

2024년 하반기, 나는 ‘오글오글’을 만났다. ‘오글오글’은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오늘도 글을 쓰고, 오래오래 함께 글쓰기를 하자는 모임이다. 문득 실천하자는 마음으로 오글오글 2기 신청을 했다. 망설임 없이, 고민 없이, 정말 문득 실행한 일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전부터 책을 써서 학부모님과 아이들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SNS에 긍정적인 확언을 올리며 그 마음을 다잡고 있었기에, 내 내면의 소망이 나를 이 모임으로 이끌었다. 이렇게 오글오글 모임을 만나 멤버들과 함께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게 되었고, 결국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이 계기로 좋은 출판사를 만나, 내년에는 우리 아이들과의 일상이 담긴 책을 출간할 예정이다. 또한, 멤버들과 함께 공저 작업도 시작할 계획이다.     


막상 작가가 되니 작년에 소율이와 나눈 대화가 떠오른다. 우리는 북돋음 전시회를 열어 그동안 읽고 실천한 내용을 책으로 만들어 전시하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우리가 만든 책을 전시할 거야. 우리 반 친구들 모두 작가가 되는 거야!”라고 말했더니, 소율이가 “선생님, 작가가 뭐예요?” 하고 물었다. 나는 “작가는 글을 쓰는 사람이야. 소율이가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글로 쓰면, 소율이도 작가야. 작가는 누구나 될 수 있어.” 하고 답했다. 그러자 소율이가 “저도 작가가 되고 싶어요. 저도 글 써볼래요.”라고 했다. 그 말에 나는 “'어떤 글을 쓰고 싶어?”라고 물었고, 소율이는 우리 반에 대한 이야기를 적겠다고 했다. 그때 소율이가 써 준 글이다.

나는 소율이의 글을 읽고 “소율이는 정말 다정한 작가다~ 소율이의 글에서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라고 말했었다. 그러자 소율이는 “선생님도 작가 하세요!”라고 했고, 그때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지만, 소율이의 말처럼 나도 작가가 되었다. 나 역시 그 누구나 중 한 사람이었다.     


<모든 것에 감사>

2023년 이맘때쯤, 나는 2024년의 경제 계획, 건강 계획, 자기 계발 계획을 세웠다. 계획을 생각보다 빽빽하게 짰지만, 나의 집요함은 촘촘하게 그 틈을 뚫고 들어갔다. 왜냐면 나는 올해 더욱 깊이 책을 만났고, 책을 통해 만난 사람들과의 교류가 내 삶에 활력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무려 30가지 이상의 계획을 실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루지 못한 것들 중 가장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던 것은 바로 '임신'이었다. 그것은 내 능력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임신은 신의 영역이라고들 하는데, 이제 그 뜻을 실감하게 되었다. 너무 경솔하게도 나는 계획을 하면 바로 임신이 되는 줄 알았다. 산전 검사를 했을 때 나와 남편 모두 건강했고, 특별한 문제가 없었지만, 임신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매달 임신 테스트기를 들고 확인할 때마다, 한 줄이 보이면(비임신) 그 한 달의 노력이 물거품처럼 느껴졌다. 매달 시험에서 응시조차 못하고, 가차 없이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정해진 시간에 배에 주사를 맞고 약도 챙겨 먹었지만, 왜 아직도 임신이 되지 않을까, 계속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나는 기다림을 배우게 되었다. 예전에 한 학부모님께서 말씀하셨다. “선생님, 제가 우리 아이를 만나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을 기다렸어요. 그런데 태어나고 나서도 지금까지도 계속 기다림의 연속이에요.” 부모님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간절하게 기다리셨을까. 나는 이제야 조금 더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만나는 모든 아이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어린이들, 그리고 나와 여러분이 정말 귀하고 소중한 존재임을 깊이 깨달았다. 이런 깨달음을 얻게 된 것 또한,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아기는 여전히 기다리고 있답니다.)


2024년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감사의 해라고 말하고 싶다. 모든 순간에 "땡큐"가 절로 나오는 한 해였다.

이제 나는 2025년을 기다린다. 세상에 태어날 보물 같은 아이와, 세상에 전할 선물 같은 책을 낳을 내년을 기대하며, 그 순간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갈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