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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까만 오른발 Jun 06. 2022

절대로 내가 별 볼일 없는 인간인게 티가 나서는 안돼.

'나의 해방일지'를 보고

"나도 알아, 걔가 쥘 수 있는 패 중에 내가 최고의 패는 아니라는 거. 더 좋은 패가 있겠다 싶겠지."


  '도깨비'이후 아주 오랜만에 드라마를 봤다. 


  '나의 해방일지'


  소설을 읽은 느낌이 들었다. 내 생활과 공감이 많이 됐다. 표정없고 말없는 아버지. 염색조차 잘 하지 않을 정도로 멋부릴 시간없이 집안일에 고생인 엄마. 서울에서 밀려 생활하는 내 처지. 그냥 다 내 얘기 같더라.


  드라마를 추천 받기 전 '추앙'이라는 말이 돌고 있음을 인지는 했다. 정말 오그라들었다. 작가분이 오죽 할 말이 없었으면 별 말도 안되는 이상한 말을 어디서 주워와서 억지를 부려 재해석 하는 줄 알았다. 막상 드라마를 보니 내 생각이 막 틀리지도 않은 것 같다. 오그라들었지만 그 속 뜻을 눈과 귀로 느껴보니 내가 하는 사랑이 곧 추앙이더라. 상대방에게 강요하지 않으면서 내가 주고 싶은 만큼 주고 받은 만큼 받으며 감사하는 관계. 늘 응원하고 잘될거라 옆에서 버텨주고 내 옆에서 나와 함께 버텨줬으면 하는 한 사람과 함께 사는 것. 사랑이라기에는 내가 사는 인생에 녹아들기에는 너무 달달하다. 내가 내 의지를 갖고 맺은 인연중에 가장 가깝고 아끼는 사람에게 주고 싶은 내 모든 마음이 곧 추앙하는 거더라고. 


  그리고 술은 끊어야겠다. 술도 잘생긴 사람이 마셔야 멋져보인다. 만약 내가 극중의 구씨처럼 술을 달고 살았다면, 아니 어느 누군들 구씨처럼 섹시하게 술을 마실 수 있을까. 남자가 봐도 독특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그런 매력을 나도 갖고 있지는 않을까 싶다. 그 매력을 나이를 먹어서도 찾으려면 일단은 살은 안찌고 머리는 안빠져야 할 것 같다. 결국 건강해야한다. 


  말도 좀 줄여야겠다. 생각이 깊으려면 말이 줄더라. 글을 쓰거나 말을 더 조심해야겠다. 극 중에 말로 내뱉는 실수가 나오는 장면을 보면서 내 스스로 반성을 많이 했다. 남 욕, 불만, 불평, 가만히 듣는 사람 입장에서 너무 힘들어보인다. 그냥 드라마로 감상하기에도 힘든 장면들이 많았다. 드라마에서 느끼는 카타르시스도 많지만 수다스러운 사람의 얘기를 들으면서 내 뇌의 주름 사이사이에 코르티졸이 곰팡이 생기듯 끼는게 느껴진다. 말을 정말 조심해야겠다 싶다. 돌이키기도 힘든 잘못이지만 상대방에게 너무 큰 상처를 주더라.


  사람, 관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겠다. 내가 변화시키려고 나서는 것부터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는 폭력일 수 있다. 놓아버릴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자각한 후에는 그냥 있는 그대로 두는 게. 그 사람을 존중하는 거고 내가 편해지는 길이다. 굳이 나설 필요는 없더라. 그냥 두는 거. 그냥 그 모습이 민형사상 송사에 휘말릴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면 그냥 지켜보는 거 . 그거면 된다. 그렇게 두고도 호감과 관계와 사랑은 더 깊어질 수 있다.


  무례한 사람에게는 예의 갖출 필요없다. 한번 따라해봤다. 나에게 무례한 사람에게 늘 굽신댔다. 이 드라마를 보고 가만히 있어봤다. 움직이지 않았다. 전화받지 않았다. 그래도 계속 찾아대길래 나즈막히 안하는 줄 아니까 그만 연락하세요. 라고 해봤다. 성공했다. 편하더라. 그 순간부터 편해졌다. 무례엔 무례로 대답하는 걸 이 드라마 보고 배웠다. 나이 서른이 넘어서. 내가 편해질 수 있는 방법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죽이고 싶지는 않은데. 오른 손으로 살많은 어깨쪽에 멍만 들게 줘패고 싶은 사람은 운동장 반바퀴정도 되는 것 같다. 파운딩해서 왼손 오른손 안가리고 후리고 싶은 사람은 세 명 정도..? 줘패지는 않아도 굳이 일부러 뭐 해야하는 정도는 사회생활에서 살아남는 필수적인 요소 같다.


  편안한 옷차림이 그렇게 예쁘다. 잘 꾸미고 노출 심하고 몸 선이 다 드러나는 건 이제는 보기에도 불편해보인다. 나이먹은 티가 나는 건가. 편하게 입고 편해 보이고 활동이 자유로워보이는데 자기 스타일, 자기 피부색에 어울리는 색을 아는 거. 유행 안타고 자기 스타일대로 옷입는게 예뻐보인다. 그냥 드라마 보면서 배우들이 각자 캐릭터대로 옷을 과하지 않게 예쁘게 입는다고 느꼈다. 배우는 배우라서 그런가. 색감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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