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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까만 오른발 Jun 12. 2022

다시는 배신의 상처를 주지 않을거야.

삼촌의 해방일지

언니랑 나는 이대로 유림이 하나만 바라만 보다가 화석이 될거야.
  다시는 배신의 상처를 주지 않을거야. 나는 죽을 때까지 다른 사람에게 애정을 1도 주지 않으면서 유림이 하나만 바라보다가 화석이 될거야. 나 , 그 사명 하나로 산다.


JTBC 토일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중
유림이 있었으니까 내가 사람사는 것처럼 살았지 유림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야. 유림이 없으면 사는 재미 하나도 없어.


 

  나는 '조카바보'다. 내 한살아래 남동생은 올해 초에 이혼을 했다. 그리고 두 아들을 데리고 산다. 5살, 4살 연년생 남자아이. 한창 엄마의 손이 가득 갈 시기를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아빠 그리고 삼촌과 함께 이겨내고 있다. 어떠한 결핍과 부족함이 이 아이들의 정서와 미래에 흠이 되지 않기위해 온 몸과 맘을 다해 막아내려 필사의 노력을 한다. 출근하기 1시간 전에 큰 집에 가서 아이들과 아침을 함께 먹고 등원을 삼촌인 내가 해준다. 따로 살기 때문에 내가 더 서둘러야 한다. 아침부터 이 남자들과 살을 부대끼며 힘을 쏟는게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아이들을 너무 사랑한다. 내 미래보다 내 조카들의 미래를 위해 살아가려 마음먹었다. 


  이 드라마에서 염씨 삼남매 외에 조씨 삼남매의 이야기를 보고 들으면서 눈물이 차올랐다. 내 자식보다 먼저 만난 나와 닮은 이 천사들을 위해 내 평생을 걸어도 아깝지 않을만한 결의에 찬 이야기를 들으니 깊게 공감이 갔다. 나도 이 조카들의 웃음이 없었다면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 지. 앞으로 어떤 의지를 갖고 살아갈 지. 잘 모르겠다. 나에게는 정말 큰 축복이고 웃음이고 기쁨이다. 


  조카들이 하는 모든 행동이 사랑스럽다. 눈을 맞추고 얼굴을 맞대고 소곤소곤 얘기하는게 좋다. 내 손바닥보다 작은 발을 움켜잡고 간지럽히는게 좋다. 이 사랑스러운 아이들에게 두 번 다시는 배신의 상처를 주지 않을거다. 아이들이 웃을 날이 가득하기를 바라며 바란다. 가족의 형태는 가족구성원의 행복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족구성원이 어떤 애정을 갖고 얼마나 시간을 할애하고 아껴주느냐의 차이다. 나는 정말 어떤 삼촌보다 더 가까운 삼촌이 될거다. 


  친삼촌은 처음이라 많이 부족하다. 아무리 사랑스러운 조카들이지만 똥오줌까지 다 가려주는 건 좀 힘들더라. 기저귀도 갈아봤고 토사물도 받아보고 응급실도 데려가봤다. 처음에는 나도 아빠가 될 거니까 미리 아빠수업을 받는거라하고 받아들였는데 이게 이제 앞으로 생활이 될거라 생각하니 처음에는 막막했다. 그저 외면할 수도 있었다. 나도 내 일이 있고 내가 결혼할 준비도 해야했으니. 하지만 예상밖의 상황이 전개되고 아이들이 방치될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기꺼이 육아를 나의 생활에 끼어넣었다.


  조카들을 유치원에 자주 데려다 주니 사정을 모르는 분들은 내가 아빠인 줄 안다. 심지어 조카들도 인지에 부조화를 겪는 것 같다. 조카들이 나를 부를 때는 꼭 "아빠... 아니 합촌 !"하고 부른다. 이게 아이들의 정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아무래도 아빠보다는 삼촌이 좀 더 오냐오냐해주고 사달라는 거 다 사주고 최대한 웃음만 주려하다보니 그런건가 싶기도 하다. 우리는 앞으로 어떤 가족이 되어갈까 모르겠다.


  아이들이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최악의 상황을 몇 가지 예상해본다. 아이들이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어떠한 위해도 받지 않기를 바란다. 미안함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 정도면 된다. 그저 다치지 않고 건강만 하기를 바란다. 


  이렇게 아끼고 아끼는 사랑스러운 조카 생일에 옆자리에서 애딸린 홀애비 욕을 하는 염기정이 얼마나 미울까. 조경선이 그 사실을 알고나서부터 염기정에게 일관적으로 공격적인 태도를 비치는게 이해가 간다. 나같아도 충분히 그럴 거 같다. 이 세상이 두 쪽으로 절단나도 네 편 하나는 나라는 걸 알려주고 싶기도 하고. 


  조씨 삼남매 중 큰 언니가 조카 얘기를 하면서 울컥할 때 나도 숨이 가빠온다. 너무 마음이 아프다. 글로 풀기 힘든 벅찬 감정으로 몰입했다. 내가 이 아이들한테 받은 위로와 기쁨과 사랑을 형용하기가 힘들다. 태어나서부터 나에게 약 5년동안 엄청난 감동을 준 이 아이들에게 받은 것이 고맙다. 이렇게 고마운 사람들이 어른들의 선택으로 인해 상처를 받지 않기를 바라면서 지켜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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